만성질환에 의한 빈혈(anemia of chronic disease, ACD)은 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헵시딘(hepcidin)이 철의 이동을 막아 몸이 철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상태다.

❶ 생각해 보셨나요?

만성질환이 있는 환자에게 빈혈이 생기면 철 결핍을 먼저 떠올리기 쉽다. 실제로 두 빈혈은 검사상 비슷하게 보이는 경우가 많아 임상에서 감별이 까다롭다. 철을 보충하면 해결될 것 같지만, ACD에서는 철을 줘도 잘 안 된다. 왜 그럴까.

❷ 헵시딘이 철의 이동 경로를 어떻게 막는가

정상적으로 철은 간(liver), 십이지장(duodenum), 대식세포(macrophage)에 저장되어 있다가 **페로포르틴(ferroportin)**이라는 통로를 통해 혈액으로 나온다. 대식세포는 늙은 적혈구를 삼켜 철을 재활용(iron recycling)하며, 십이지장에서는 음식으로 섭취한 철이 흡수된다.

헵시딘은 이 페로포르틴을 차단한다. 페로포르틴이 닫히면 저장된 철이 아무리 많아도 혈액으로 나오지 못한다. 즉, 철 결핍이 아니라 철 가용성(iron availability) 감소가 ACD의 핵심이다.

만성 염증이 있으면 헵시딘이 상승한다. 이것이 ACD의 발생 원리다.

❸ 그렇다면 철 결핍 빈혈(IDA)과 어떻게 구별하는가

두 빈혈 모두 혈청 철(serum iron)이 감소할 수 있어 이것만으로는 구별이 어렵다.

항목IDAACD
혈청 철감소감소 가능
TIBC증가감소 또는 정상
트랜스페린 포화도감소감소(덜 극적)
페리틴감소정상 또는 증가
sTfR증가정상

페리틴(ferritin)이 가장 유용한 지표다. IDA에서는 저장철이 고갈되므로 페리틴이 낮아지지만, ACD에서는 페리틴이 acute phase reactant로 작용해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

수용성 트랜스페린 수용체(soluble transferrin receptor, sTfR)는 철 결핍 시 증가하지만 ACD에서는 정상이다. sTfR을 log 페리틴으로 나눈 값(sTfR/log ferritin index)을 조합하면 구별력이 높아진다. 그러나 이 검사를 시행할 수 있는 기관이 드물고 임상 현실에서는 표에 맞지 않게 나오는 경우가 많다. 결국 검사 수치와 환자의 병력, 임상 맥락을 함께 해석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두 빈혈이 동시에 존재하는 경우(combined deficiency)도 있어 중간 형태의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❹ 치료는 어떻게 하는가

ACD의 뾰족한 치료법은 없다. 기저 만성질환을 치료하는 것이 원칙이다. 만성질환이 호전되면 헵시딘이 감소하고 철 가용성이 회복되면서 빈혈도 개선된다.

빈혈이 심해 수혈이 필요할 수 있으나, 일반적으로 혈색소 8 g/dL 이상이라면 수혈의 이득이 크지 않다. 에리스로포이에틴(erythropoietin, EPO)은 EPO를 생산하는 신장이 손상된 만성 콩팥병 환자처럼, EPO 부족이 빈혈의 주된 원인일 때 조심스럽게 고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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