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타차단제는 혈압을 낮추는 약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먼저 베타 수용체 차단이라는 기전에서 출발한 약이다. 어떤 베타 수용체를 얼마나 차단하느냐에 따라 약의 성격이 크게 달라진다.
❶ 생각해 보셨나요?
혈압약을 먹는다고 할 때 그게 베타차단제인지, 칼슘 채널 차단제인지, ACE 억제제인지 구분 없이 “혈압약”으로 통칭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의사가 다른 약을 추가하거나 조정할 때 이 구분이 중요해진다. 또한 심부전 환자에게 베타차단제를 쓴다고 알고 있다가도, 급성 심부전 환자에게는 쓰지 않는 경우를 보고 혼란스러울 수 있다. 왜 같은 약이 상황마다 다르게 쓰이는가?
❷ 베타차단제는 어떤 약인가
베타차단제(beta-blocker)는 베타 아드레날린 수용체(beta-adrenergic receptor)를 차단하는 약이다. 이 수용체는 베타1, 베타2, 베타3로 나뉘며, 각각 분포 위치와 역할이 다르다.
- 베타1 — 주로 심장. 심박수와 수축력에 관여
- 베타2 — 주로 기관지, 혈관. 기관지 확장, 혈관 확장
- 베타3 — 지방 조직 등
어떤 약은 베타1만 선택적으로 차단하고(selective), 어떤 약은 베타1과 베타2를 모두 차단한다(non-selective). 이 차이가 임상에서 중요하다. 천식 환자에게 비선택적 베타차단제를 쓰면 베타2 차단으로 기관지가 수축할 수 있다.
또한 작용 시간도 약마다 다르다. 짧게 작용하는 약을 갑자기 끊으면 교감신경이 반사적으로 활성화되는 반동 효과(rebound effect)가 나타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일부 베타차단제는 ISA(intrinsic sympathomimetic activity)를 갖는다. 차단하면서도 너무 과도하게 활성도가 떨어지지 않도록 약간의 작용제 역할을 함께 하는 것이다.
❸ 베타차단제의 적응증이 혈압약을 넘어서는 이유
베타차단제는 혈압 외에도 다음 상황에서 쓰인다:
- 심근경색(MI) 후 — 심근 보호
- 심부전(HF) — 단, 안정된 심부전에서. 급성 악화 시 또는 심장 기능이 매우 낮을 때는 사용하지 않는다
- 일부 부정맥 — 빈맥 조절
즉 “심부전에 베타차단제를 쓴다”는 명제는 조건부이다. 같은 심부전이라도 환자의 상태에 따라 쓸 수도 있고 금기가 될 수도 있다. 이것이 의학에서 흔히 말하는 “스펙트럼”의 의미다. 질환을 하나의 카테고리로 보고 약을 대응시키는 방식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
❹ 결국
베타차단제를 “혈압약”으로만 알고 있으면, 어떤 베타차단제인지 모르는 상태가 된다. 이것은 다른 약을 추가하거나 조정할 때 문제가 된다. 베타1 선택성, 작용 시간, ISA 여부 — 이 세 축을 알아야 특정 베타차단제가 특정 환자에게 맞는지 판단할 수 있다.
이 시리즈는 이 세 축을 따라 베타차단제를 하나씩 풀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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