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내시경 중 전기를 사용하는 시술에서는 고주파 전류가 몸을 통과하며, 신체의 금속류는 이 전류의 경로를 예측 불가능하게 바꿀 수 있다.
❶ 생각해 보셨나요?
대장내시경 전에 목걸이·반지·귀걸이를 빼라는 요청을 받는다. 이유를 들어본 적이 없어서 그냥 규칙처럼 따르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왜 빼야 할까? 내시경 카메라가 몸속을 들여다보는 검사인데, 손가락에 낀 반지가 무슨 상관인가?
❷ 전기가 어떻게 몸을 통과하는가
대장내시경 검사에서 용종 제거(EMR, 스네어 절제 등)를 할 때 고주파 전류를 사용한다. 이 전류는 시술 부위에서 출발해 몸을 통과한 뒤, 다리 뒤쪽에 넓게 붙인 **그라운딩 패드(리턴 패드)**를 통해 되돌아간다.
패드가 넓은 이유가 있다. 전류가 넓은 면적을 통과할수록 저항이 낮아지고 단위 면적당 전류 밀도가 줄어든다. 이렇게 해야 패드 부착 부위에 화상이 생기지 않는다.
문제는 시술 중 환자가 자세를 바꾸거나 패드의 접착력이 약해지면서 패드가 피부에서 부분적으로 떨어질 때 발생한다. 패드 접촉 면적이 줄어들면 같은 전류가 좁은 면적으로 집중되고, 이때 몸 어딘가에 금속이 있다면 그 금속이 전류의 대안 경로가 될 수 있다.
즉 금속은 전류가 몸을 우회하는 통로가 되어 그 부위에 화상을 일으킬 수 있다. 실제로 드문 사례이지만, 케이스 보고가 없지 않다.
❸ 분리할 수 없는 금속이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목걸이·반지처럼 빼낼 수 있는 금속은 시술 전에 제거하면 그만이다. 그런데 분리가 되지 않는 피어싱처럼 제거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이때는 전류를 사용하지 않는 방향으로 우선 검토한다. 스네어로 해결 가능한 병변이라면 전기 없이 기계적으로만 절제하는 방식을 먼저 시도한다. 전기 사용이 불가피하다면 그라운딩 패드가 절대 떨어지지 않도록 관리하면서 진행하되, 위험을 사전에 환자에게 설명한다.
더 심각한 상황은 **인공심박동기(pacemaker)나 제세동기(ICD)**를 삽입한 환자다. 이 기기들은 심장에 리드를 연결해 전류로 심박을 유지하는 금속 장치다. 고주파 전류가 이 기기에 간섭하면 오작동이 생길 수 있고, 이는 생명과 직결된다.
이런 환자에게 전기 시술이 필요할 때는 시술 전에 심박동기 제조사 또는 관리 병원과 협의해 기기 모드를 변경한다. 통상적인 모드는 여러 센서와 반응 기능이 켜져 있지만, VVI 모드처럼 외부 신호에 반응하지 않고 정해진 속도로만 박동하는 단순한 모드로 전환한 뒤 시술한다.
❹ 그래서
금속류 제거 요청은 형식적인 규칙이 아니라 전류 경로를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한 조치다.
문제는 의료진이 환자의 체내 기기를 사전에 알기 어렵다는 점이다. 인공심박동기를 삽입하고도 약을 복용하지 않는 환자는 병력지만으로는 파악이 안 된다.
인공심박동기나 ICD를 삽입한 환자는 검사 전에 반드시 스스로 고지해야 한다. 가능하면 해당 기기를 관리하는 병원에서 내시경을 받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문제가 생겼을 때 즉시 협진 체계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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