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 기능 항진증은 그레이브스병(Graves’ disease)과 무통성 갑상선염(painless thyroiditis) 모두에서 나타날 수 있으며, 검사 수치가 동일하더라도 원인이 다르면 치료도 달라진다.

❶ 생각해 보셨나요?

Free T4가 올라가고 TSH가 억제되어 있다면 갑상선 기능 항진증이다. 그렇다면 바로 항갑상선제를 쓰면 되지 않을까. 진단이 이미 된 것 아닌가.

❷ 왜 같은 수치가 전혀 다른 원인에서 나타나는가

갑상선 기능 항진증은 갑상선이 호르몬을 과도하게 만드는 상태다. 그런데 이 상태에 이르는 경로가 두 가지로 완전히 다를 수 있다.

그레이브스병은 자가항체(TSH 수용체 항체)가 갑상선을 지속적으로 자극해 호르몬을 과잉 생산하게 만드는 자가면역 질환이다. 반면 무통성 갑상선염은 갑상선 조직이 염증으로 파괴되면서 세포 안에 저장되어 있던 호르몬이 한꺼번에 혈액으로 흘러나오는 상태다. 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있던 것이 쏟아지는 것이다.

두 경우 모두 Free T4 상승, TSH 억제라는 동일한 수치를 보인다. 그러나 원인이 정반대다.

❸ 그렇다면 어떻게 구별하는가

병력에서 차이가 드러난다.

  1. 무통성 갑상선염은 경과가 짧다. 수 주 안에 증상이 나타난다. 그레이브스병은 보통 3개월 이상 서서히 진행한다.
  2. 그레이브스병은 갑상선 중독 증상이 심하다. 갑상선종(goiter)도 크게 부어오른다. 무통성 갑상선염은 상대적으로 증상이 가볍고 갑상선 부종도 심하지 않다.
  3. 혈액 검사에서도 단서가 있다. 그레이브스병에서는 TSH 수용체 항체(TRAb)가 양성이다. 또한 갑상선이 자극을 받아 T3와 T4를 함께 과잉 생산하므로 T3 비율이 높다. 반면 무통성 갑상선염에서는 파괴된 조직에서 T4가 더 많이 흘러나오는 패턴이 나타난다.
  4. 초음파 도플러에서 그레이브스병은 혈류가 어마어마하게 증가해 있다. 이를 “thyroid inferno(불타는 갑상선)“이라 부르는 것은 공식적인 의학 용어다. 무통성 갑상선염에서는 혈류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❹ 그래서

이 구별이 중요한 이유는 치료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레이브스병에는 메티마졸(methimazole) 같은 항갑상선제가 효과적이다. 항갑상선제는 갑상선이 호르몬을 새로 합성하는 것을 막는다. 그런데 무통성 갑상선염은 이미 만들어진 호르몬이 쏟아지는 것이므로 항갑상선제가 거의 효과가 없다. 이 경우에는 염증이 가라앉을 때까지 증상 조절 위주로 경과를 지켜보는 것이 맞다.

검사 수치가 같아 보여도 진단을 확정하지 않고 약부터 달라고 하면, 틀린 치료를 받게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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