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성 산증에서 신경학적 증상이 두드러지는 것은 혈액 산성화 때문이 아니라, 이산화탄소가 혈뇌장벽을 자유롭게 통과해 뇌척수액을 산성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❶ 생각해 보셨나요?

호흡성 산증이 생기면 두통, 시야 흐림, 불안, 떨림(tremor), 섬망(delirium), 졸림 같은 신경학적 증상들이 나타난다. 혈액이 산성으로 변한 것이 원인인가. 산증은 대사성 산증에서도 일어나는데, 왜 특히 호흡성에서 이런 증상이 더 흔한가.

❷ 혈뇌장벽이 이산화탄소만큼은 막지 못한다

뇌는 혈액 속 이물질로부터 보호받기 위해 혈뇌장벽(blood-brain barrier)이라는 선택적 장벽을 갖추고 있다. 이 장벽은 대부분의 이온과 물질을 걸러낸다.

그런데 이산화탄소는 가스다. 가스는 이 장벽을 그냥 통과한다. 혈중 이산화탄소가 높아지면 이산화탄소가 뇌로 들어가 뇌척수액(CSF, cerebrospinal fluid) 속 물과 만나고, 탄산이 된 뒤 수소 이온을 내어 CSF를 산성으로 만든다.

신경학적 증상은 혈액이 아니라 CSF가 산성이 되기 때문에 나타난다.

❸ 그렇다면 대사성 산증에서는 왜 덜한가

대사성 산증(metabolic acidosis)에서는 이산화탄소가 아닌 다른 산이 증가한다. 이 산은 혈뇌장벽을 통과하기 어렵다.

게다가 호흡성 산증에서는 혈액 측에서 보상하던 중탄산염 이온이 풍부하지만, 이 이온 역시 혈뇌장벽을 천천히밖에 통과하지 못한다. 이산화탄소는 빠르게 들어가는데 보상해줄 중탄산염은 느리게 들어오니, CSF는 보상 없이 빠르게 산성이 된다.

이것이 호흡성 산증에서 신경학적 증상이 더 흔하게 나타나는 이유다.

❹ 만성 호흡성 산증에서는 이 증상이 얼마나 심한가

만성 호흡성 산증에서는 신장 보상이 충분히 이루어져 있어 동맥혈 pH 변화 자체가 크지 않다. 뇌도 이에 적응해 CSF pH를 거의 정상에 가깝게 유지한다. 따라서 평상시에는 신경학적 증상이 심하지 않다.

그러나 상태가 갑자기 악화되면 — 예를 들어 감염이나 다른 이유로 이산화탄소가 급격히 올라가면 — 이산화탄소가 다시 CSF로 빠르게 유입되어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pH 7.1 아래로 떨어지면 부정맥과 말초혈관 확장에 따른 혈압 저하도 동반될 수 있으나, 이는 모든 산증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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