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통의 통증 성질(쓰린지, 쥐어짜는지, 얼마나 심한지, 식사와의 관계)은 원인 장기를 좁히는 단서가 되지만, 절대적 기준은 아니어서 항상 전체 맥락과 함께 해석해야 한다.

❶ 생각해 보셨나요?

“어떻게 아프세요?”라는 질문에 환자는 굉장히 다양한 표현을 씁니다. 쓰리다, 쥐어짜듯 아프다, 너무 아프다, 밥 먹으면 아프다, 밥 먹으면 오히려 낫다. 이 표현들 각각에는 의사가 읽어내려는 정보가 담겨 있습니다.

내장의 통증은 팔다리의 통증과 다릅니다. 팔의 어느 지점이 아픈지는 정확히 짚어낼 수 있지만, 위가 아픈지 십이지장이 아픈지는 환자도, 때로는 의사도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내장 신경은 팔다리 신경보다 분포가 드물고, 신호가 통합적으로 처리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통증의 성질을 묻는 것이 위치 정보보다 더 중요한 단서가 되기도 합니다.

❷ 통증 성질에서 무엇을 읽는가

임상에서 의미 있게 쓰이는 몇 가지 패턴입니다.

쓰리거나 타는 듯한 느낌 (명치 부근) GERD(위식도 역류 질환, gastroesophageal reflux disease)나 위궤양이 있을 때 흔합니다. 위산이 식도를 자극하거나 점막에 닿을 때의 느낌입니다.

쥐어짜듯 또는 꼬이는 느낌 (cramping pain) 장이 강하게 수축할 때 생기는 통증입니다. 장염에서 나타나기도 하고, 장폐쇄(intestinal obstruction)의 신호이기도 합니다. 장폐쇄는 물리적으로 막힌 경우뿐만 아니라 기능적으로 장 운동이 멈춘 경우도 포함합니다.

참을 수 없이 심한 통증 담석(cholelithiasis)이나 요로결석(urolithiasis)에 의한 통증은 매우 심합니다. 담도나 요관이 결석에 의해 막히면서 경련성 통증이 생깁니다. 반면 장염은 대체로 이 정도로 심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스테로이드를 복용 중이거나 고령인 경우 염증이 있어도 통증이 경미하게 느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식사 후 악화 식사 후 통증이 심해진다면 장폐쇄나 만성 장간막 허혈(chronic mesenteric ischemia)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만성 장간막 허혈은 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좁아진 상태입니다. 식사를 하면 소화를 위해 혈류가 더 필요해지는데, 공급이 충분하지 않아 통증이 생깁니다.

식사 후 호전 반대로 공복 상태에서 아프다가 밥을 먹으면 나아지는 경우는 십이지장 궤양(duodenal ulcer)을 시사합니다. 공복 상태에서는 위산에 노출되어 아프지만, 음식이 들어오면 위산이 희석되면서 통증이 줄어드는 패턴입니다.

특정 음식 섭취 후 악화 유당불내증(lactose intolerance)처럼 특정 성분을 소화하지 못할 때 나타납니다. 우유를 마신 후 복통과 설사가 반복된다면 유당불내증을 의심할 수 있습니다.

❸ 그렇긴 하지만 이 패턴은 절대적이지 않다

위에서 설명한 패턴은 경향입니다. 명치가 쓰리다고 해서 반드시 GERD가 아닐 수 있고, 심하게 아프다고 해서 반드시 담석이 아닐 수 있습니다.

개별 패턴만으로 진단하지 않고, 위치·시작 시점·성질·동반 증상·기저 질환 전체를 함께 봐야 합니다. 이 시리즈의 첫 번째와 두 번째 영상에서 다룬 ‘언제부터’와 ‘어디가’가 ‘어떻게’와 합쳐질 때 감별 진단의 방향이 잡힙니다.

❹ 언제 병원에 가야 하는가

다음 상황에서는 단순 소화 문제로 보지 않고 진료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심한 복통이 갑자기 생긴 경우
  • 가슴 통증이나 호흡 곤란이 동반된 경우
  • 흑색변(melena)이나 혈변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
  • 발열과 함께 복통이 지속되는 경우
  • 식사 후마다 규칙적으로 통증이 나타나고 점점 심해지는 경우

통증이 경미해도 이런 상황이라면 진료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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