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역(nausea)과 구토(vomiting)는 소화관 문제만이 아니라 뇌 질환·심장 질환·대사 이상·약물 등 전신 원인에 의해서도 생길 수 있다.
❶ 생각해 보셨나요?
구토는 보통 음식이 잘못됐거나 뱃속이 문제일 때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구토의 최종 명령을 내리는 곳은 소화관이 아니라 뇌의 연수(medulla)에 있는 구토 중추(vomiting center)입니다.
구토 중추는 소화관뿐만 아니라 대뇌 피질, 귀의 전정기관(vestibular system), 혈액 내 화학 수용체(chemoreceptor trigger zone)에서도 정보를 받습니다. 멀미할 때 토하는 것, 독성 물질에 노출됐을 때 토하는 것이 모두 이 경로를 통합니다. 구토는 몸의 방어 반응이지만, 그 입력 경로가 다양하기 때문에 원인도 다양합니다.
❷ 구역과 구토를 일으키는 원인은 무엇인가
주요 원인을 계열별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폐쇄 장애: 소화관이 구조적으로 막히면 내용물이 아래로 내려가지 못해 위로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유문 폐쇄(pyloric obstruction), 소장·대장 폐쇄가 대표적입니다. 드물게 상장간막 동맥(superior mesenteric artery, SMA)이 십이지장을 눌러 협착이 생기는 상장간막 동맥 증후군도 있습니다.
2) 감염: 세균이나 바이러스 감염이 생기면 독소와 염증 물질이 혈액으로 나오고, 이것이 화학 수용체를 자극해 구토를 일으킵니다.
3) 뇌 질환: 뇌압이 상승하면 구토 중추가 직접 자극됩니다. 이때의 구토는 특징적으로 오심 없이 갑자기 나오는 **분출성 구토(projectile vomiting)**로, 음식 문제와 무관합니다.
4) 심근경색(myocardial infarction): 심장 후벽 쪽에 경색이 생기면 그 신호가 소화관 신경과 섞여 구토 중추를 자극할 수 있습니다. 흉통과 함께 구토가 나타났다면 심근경색 가능성을 반드시 생각해야 합니다.
5) 대사·내분비 이상: 신부전으로 혈액 내 요독(uremia)이 쌓이거나, 당뇨병성 케톤산증(diabetic ketoacidosis, DKA), 갑상선중독증, 부갑상선 기능 이상 등이 혈액 내 성분을 바꾸어 화학 수용체를 자극합니다.
6) 임신: 호르몬 변화로 입덧이 생깁니다.
7) 약물: 디곡신(digoxin) 같은 강심제, 오피오이드(opioid) 계열 진통제, 항암제 등이 화학 수용체를 직접 자극합니다.
❸ 그렇긴 하지만 실제로는 대부분 단순한 원인이다
위의 목록을 보면 구토의 원인이 무섭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진료실에서 접하는 구역과 구토의 대다수는 음식 문제, 과음, 또는 심리적 스트레스에 의한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평소와 다른 구토가 있을 때 어떤 점을 주의해야 하는지입니다.
- 흉통이 동반된 구토: 심근경색 가능성을 생각해야 합니다. 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느낌과 함께 구토가 생긴다면 응급 상황입니다.
- 오심 없이 갑자기 폭발하듯 나오는 구토: 뇌압 상승을 의심할 수 있습니다.
- 지속되는 구토 + 체중 감소: 폐쇄 장애나 종양 등 구조적 원인을 배제해야 합니다.
- 신장 질환, 당뇨 등 기저 질환이 있는 경우: 대사 이상 원인을 고려해야 합니다.
❹ 언제 병원에 가야 하는가
단순한 구역과 구토는 대부분 저절로 좋아집니다. 그러나 다음에 해당한다면 진료가 필요합니다.
- 가슴 통증이 함께 있는 경우
- 갑자기 세게 토하며 두통이나 의식 변화가 동반된 경우
- 구토가 수일 이상 지속되거나 점점 심해지는 경우
- 혈액이 섞인 구토(토혈)가 있는 경우
- 기저 질환(신장 질환, 당뇨)이 있는 환자에서 평소와 다른 구토가 생긴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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