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통은 내장에서 오는 통증과 복막에서 오는 통증으로 나뉘며, 환자가 통증 위치를 정확히 짚을 수 있는지 여부가 복막 침범 여부를 가늠하는 단서가 된다.

❶ 생각해 보셨나요?

배가 아파서 병원에 가면 의사가 “정확히 어디가 아픈지 짚어보세요”라고 요청한다. 단순히 꼼꼼한 성격 때문이 아니다. 환자가 통증 위치를 손가락으로 정확히 가리킬 수 있는지 여부 자체가 중요한 임상 정보다.

❷ 내장에서 오는 통증과 복막에서 오는 통증은 어떻게 다른가

내장통(visceral pain) 은 위, 소장, 대장, 간, 담도, 췌장 등 내장 장기의 벽이 늘어나거나 수축할 때 발생한다. 이 신호는 C-fiber(C섬유)를 통해 전달된다. C-fiber는 수초화(myelination)가 되어 있지 않아 전달 속도가 느리고, 통증 양상은 다음과 같다.

  • 둔하고 묵직하게 아프다
  • 어디가 아픈지 정확히 짚기 어렵다
  • 배꼽 주변처럼 넓은 범위에 퍼진다

체성통(somatic pain, 복막통) 은 복막(내장을 감싸는 막)에 염증이 침범했을 때 발생한다. 이 신호는 A-delta 섬유(Aδ fiber)를 통해 전달된다. A-delta 섬유는 수초화가 되어 있어 전달 속도가 빠르고, 통증 양상이 다르다.

  • 날카롭고 강하게 아프다
  • 정확한 위치를 손가락으로 짚을 수 있다
  • 기침하거나 움직일 때 훨씬 심해진다

급성 충수염(appendicitis)이 이를 잘 보여준다

충수염 초기에는 충수 벽만 염증이 생긴 상태이므로 C-fiber를 통해 배꼽 주변이 둔하게 아프다. 염증이 복막으로 퍼지면 A-delta 섬유를 통해 오른쪽 아랫배로 통증이 이동하고, 정확히 그 부위를 짚을 수 있게 된다. 교과서에서 “처음에는 배꼽 주변이 아프다가 오른쪽 아랫배로 이동한다”고 배우는 이유가 이것이다.

❸ 의사가 복막 침범 여부를 어떻게 확인하는가

오른쪽 아랫배 통증이 있으면 의사는 그 부위를 눌렀다가 손을 뗄 때의 반응을 확인한다. 이를 반발통(rebound tenderness)이라 한다. 반발통이 있으면 복막염을 시사한다.

직접 누르고 떼는 것이 너무 고통스러울 때는 기침을 해보게 한다. 기침으로 복막이 흔들릴 때 통증이 급격히 심해지면 같은 의미를 가진다.

이 두 신경 섬유는 피부 통증에서도 함께 작동한다. 날카로운 것에 찔렸을 때 느끼는 즉각적인 예리한 통증이 A-delta 섬유에 의한 것이고, 그 이후 지속되는 둔한 주변 통증이 C-fiber에 의한 것이다.

❹ 결국

복통에서 “위치를 정확히 짚을 수 있는가”는 단순한 확인 질문이 아니다. 이 한 가지 답변으로 내장통인지 복막통인지, 즉 염증이 복막에 도달했는지 여부를 가늠한다. 위치를 정확히 짚을 수 있고 기침이나 움직임에 심하게 아프다면 복막 침범 가능성이 높으므로 빠른 진료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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