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작성 야간 혈색소뇨증(paroxysmal nocturnal hemoglobinuria, PNH)은 PIGA 유전자 돌연변이로 CD55·CD59라는 보체 조절 단백이 RBC 표면에서 소실되어 보체(complement) 매개 용혈이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후천성 클론성 질환이다.

❶ 생각해 보셨나요?

이름에 ‘발작성(paroxysmal)’, ‘야간(nocturnal)’, ‘혈색소뇨(hemoglobinuria)‘가 들어 있으니 밤에만 간헐적으로 혈색소뇨가 나타나는 병으로 이해하기 쉽다. 그러나 실제로는 발작성이라기보다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야간에만 특이하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아침 소변에 농축되어 색깔이 짙어 보이는 것이며, 혈색소뇨가 없는 환자도 약 3/4에 이른다. 이름 자체가 임상상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한다.

❷ 왜 RBC가 파괴되는가 — CD55와 CD59의 역할

정상 상태에서 RBC 표면에는 보체 활성화를 억제하는 두 가지 단백이 항상 존재한다.

  • CD55(DAF, decay-accelerating factor): 보체 활성화 경로의 앞 단계(C3 전환효소)를 분해해 보체가 증폭되는 것을 차단한다
  • CD59(protectin): 보체 활성화의 뒷 단계에서 막공격복합체(membrane attack complex, MAC) 형성을 억제한다

이 두 단백은 GPI(glycosylphosphatidylinositol) 앵커를 통해 세포막에 부착된다. PIGA 유전자 돌연변이가 생기면 GPI 생합성 경로가 차단되어 CD55·CD59가 세포막에 발현되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보체가 활성화될 때 RBC가 방어막 없이 노출된다.

보체 C3b가 RBC 표면에 쌓이면(옵소닌화, opsonization) 비장의 대식세포가 이를 이상 세포로 인식해 파괴한다(혈관 외 용혈, extravascular hemolysis). 보체가 더 진행되어 MAC이 형성되면 그 자리에서 RBC가 용해된다(혈관 내 용혈, intravascular hemolysis).

❸ 어떤 증상이 나타나는가

PNH의 임상 양상은 세 가지 축으로 나타난다.

  1. 만성 용혈성 빈혈: 지속적인 혈관 내·외 용혈로 빈혈이 진행된다. 혈색소뇨는 일부 환자에서만 나타나고, 짙은 아침 소변은 수면 중 농축된 탓이다

  2. 혈전증(thrombosis): 정맥 혈전이 비전형적 부위(문맥, 간정맥, 뇌정맥동 등)에 잘 생긴다. 용혈 시 방출되는 물질과 보체 활성화로 혈전 경향이 높아지는 것으로 이해된다. 5년 사망률이 약 35%에 달하는 주요 원인이다

  3. 범혈구감소증(pancytopenia): 대부분의 PNH 환자는 경증에서 중증의 골수 기능 장애를 동반한다. 이는 PNH가 재생불량빈혈(aplastic anemia)과 병태생리적으로 겹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복통이 간헐적으로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는 용혈로 인해 일산화질소(nitric oxide)가 소모되어 혈관 및 평활근 수축이 일어나기 때문으로 이해된다.

진단은 유세포분석(flow cytometry)으로 CD55·CD59 발현 감소를 확인한다.

❹ 치료 — 어디를 차단하느냐에 따라 범위가 달라진다

  • 에쿨리주맙(eculizumab): C5에 대한 단클론항체로 MAC 형성을 차단해 혈관 내 용혈을 억제한다. 그러나 C3b 매개 옵소닌화는 계속되므로 혈관 외 용혈(비장 파괴)은 여전히 일어날 수 있다

  • 파그세타코플란(pegcetacoplan): C3을 직접 차단해 C3b 생성을 억제한다. C3b가 만들어지지 않으면 옵소닌화도, MAC 형성도 모두 억제되므로 혈관 내·외 용혈을 동시에 억제한다. 더 상위 단계를 차단하는 만큼 효과 범위가 넓다

결국

PNH는 이름이 임상상을 잘 반영하지 못하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핵심은 보체 조절 단백 결핍 → 보체 매개 RBC 파괴라는 기전이며, 치료약의 작용점을 이해하면 왜 일부 환자에서 비장 파괴가 지속되는지도 설명된다. 범혈구감소증과 비전형 부위 혈전이 동반될 때 적극적으로 의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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