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비는 원인 없이 생기는 경우보다 복용 중인 약물이 원인인 경우가 생각보다 흔하며, 작용 기전에 따라 네 가지 계열의 약물이 장 운동을 억제할 수 있다.
❶ 생각해 보셨나요?
변비에 뾰족한 특효약이 없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효과가 너무 좋아 보이는 변비약은 오히려 의심해야 한다. 자극성 하제를 오래 먹으면 내성이 생겨 나중에 더 고생하게 된다. 변비를 해결하려면 약부터 쓰기 전에 원인을 먼저 짚어야 하는데, 그 첫 번째 후보가 지금 먹고 있는 다른 약일 수 있다.
❷ 변비 뒤에 숨어 있을 수 있는 것들
변비는 그 자체로 끝나는 증상이 아닐 수 있다. 다른 질환의 첫 신호로 나타나기도 한다.
대사 질환으로는 당뇨, 갑상선기능저하증, 고칼슘혈증, 중금속 중독 등이 장 운동을 억제한다. 신경 질환도 장 운동에 관여하며, 장이 실제로 막히는 폐쇄성 병변도 변비로 나타날 수 있다.
그런데 이보다 더 흔하게 간과하는 원인이 약물이다.
❸ 어떤 약물이 변비를 일으키는가
약물에 의한 변비는 크게 네 가지 기전으로 일어난다.
1) 진통제 계열
아편유사제(opioid)는 장 운동을 직접 억제한다. 광범위하게 사용되기 때문에 변비를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쉽게 놓친다.
2) 항콜린(anticholinergic) 약물
아세틸콜린(acetylcholine)은 부교감신경 말단에서 분비되어 장 운동을 촉진한다. 항콜린 약물은 이 부교감신경 작용을 억제하므로 장 운동이 감소한다.
항콜린 효과를 가진 약물의 범위는 생각보다 넓다.
- 항히스타민제
- 진경제(antispasmodic)
- 항우울제(일부)
- 항정신병약제
이런 약을 복용 중이라면 변비의 원인으로 항상 고려해야 한다.
3) 양이온 함유 제제
철분제(Fe²⁺), 알루미늄(Al³⁺) 제제가 대표적이다. 장내에서 양이온이 음이온을 끌어당겨 결합하면, 상대적으로 염소이온(Cl⁻)이 장 점막으로 흡수될 때 물을 함께 끌고 들어간다. 장 내 수분이 줄어들면 변이 딱딱해진다.
4) 신경에 작용하는 약물
- 아편유사제(위와 중복되나 신경 경로로도 작용)
- 신경절차단제(ganglionic blocker)
- 빈카 알칼로이드(vinca alkaloid, 항암제)
- 칼슘채널차단제(calcium channel blocker, 고혈압·부정맥약)
- 세로토닌 5-HT₃ 길항제(5-HT₃ antagonist)
이들은 장 운동을 조절하는 신경계에 개입해 장 운동을 늦춘다.
❹ 그래서
변비로 병원에 온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복용 중인 약 목록을 확인하는 것이다. 처음으로 변비를 평가받는다면, 원인 없이 시작된 것인지 아니면 어떤 약을 시작한 뒤 생겼는지를 반드시 따져보아야 한다. 원인 약물이 있다면 약을 바꾸는 것이 변비약을 추가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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