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비의 원인이 되는 드문 질환들은 대부분 장 근육 또는 장을 지배하는 신경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전신 결합조직 질환이나 근육병, 신경병이 장 운동 장애로 이어지는 경로를 따른다.
❶ 생각해 보셨나요?
배가 빵빵하고 변도 안 나오는데, 검사를 해보면 장이 막혀 있지 않다. 장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물리적 폐쇄는 없는데 장이 마치 막힌 것처럼 움직이지 않는 상황이 존재한다. 이런 경우 원인은 장 자체가 아니라 장을 움직이는 근육이나 신경에 있다.
❷ 장이 막히지 않았는데 막힌 것처럼 보이는 경우 — 장 가성폐쇄
장 가성폐쇄(intestinal pseudo-obstruction)는 해부학적 폐쇄가 없는데도 장이 늘어나고 음식물이 내려가지 않는 상태다. 메스꺼움, 구토, 복부 팽만, 심한 변비가 나타나 실제 장폐쇄와 증상이 거의 같다.
원인은 두 가지다.
- 근육성(myogenic): 장 근육 자체가 수축을 못 하는 경우
- 신경성(neurogenic): 장 근육을 지배하는 신경에 문제가 생긴 경우
둘 중 어느 쪽이든 장 내용물을 앞으로 밀어내는 연동운동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❸ 전신 질환이 장 운동을 멈추게 하는 경로
다음 질환들은 각기 다른 경로로 장 운동을 억제한다.
다발경화증(multiple sclerosis)
자가면역 기전으로 신경의 수초(myelin)가 파괴된다. 수초는 신경 전도를 효율적으로 하는 절연체인데, 이것이 손상되면 정보 전달이 느려지거나 끊긴다. 뇌에서 장으로 내려오는 신호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장 운동이 저하되고 변비가 생길 수 있다. 다만 다발경화증에서 변비는 여러 증상 중 하나일 뿐이다.
척수 손상(spinal cord injury)
척수가 손상되면 뇌와 장 사이의 신경 연결이 끊겨 장 운동 조절이 안 된다.
전신경화증(systemic sclerosis, 硬化症)
자가면역 류마티스 질환으로, 콜라겐이 과다 생성되어 피부와 내장 조직이 굳어진다. 장벽 자체가 딱딱하게 섬유화되면 연동운동이 불가능해진다. 폐, 콩팥, 심장 등 다른 장기도 함께 섬유화되는 전신 질환이다.
범뇌하수체기능저하증(panhypopituitarism)
뇌하수체에서 나오는 호르몬이 전부 결핍된 상태다. 그 중 TSH(갑상선자극호르몬)가 부족하면 갑상선기능저하증이 이차적으로 생기고, 갑상선 호르몬 부족이 장 운동 저하와 변비로 이어진다.
근긴장성 이영양증(myotonic dystrophy)
근육이 점진적으로 위축되는 질환이다. 이 병에서는 수축만 안 되는 것이 아니라 이완도 안 된다. 악수 후 손을 풀지 못하거나 문손잡이를 잡고 놓지 못하는 것이 대표적 증상이다. 이 근육 기능 이상이 위장관에도 적용되어 연동운동이 저하되고 변비, 삼킴 장애 등이 생긴다.
❹ 결국
이 질환들이 공통으로 따르는 경로는 “근육이 수축하지 못하거나 신경이 제대로 명령을 전달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변비가 있을 때 단순 기능성 변비로 접근하기 전에, 이런 드문 원인 질환들이 뒤에 있는 것은 아닌지 한 번쯤 검토하는 것이 의미 있다. 특히 변비 외에 다른 전신 증상이 동반된다면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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