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부정맥혈전증(DVT) 치료의 기본은 항응고제(anticoagulant)이지만, 항응고제는 혈전을 직접 분해하지 않는다. 응고와 항응고의 균형을 항응고 쪽으로 기울여, 몸이 자연스럽게 혈전을 녹이도록 시간을 버는 치료다.

❶ 생각해 보셨나요?

심부정맥에 혈전이 생겼다면, 치료의 목표는 그 혈전을 없애는 것이다. 그렇다면 항응고제를 쓰면 혈전이 녹는가? 직관적으로는 그렇게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항응고제는 혈전 용해제(thrombolytic agent)가 아니다.

❷ 항응고제는 균형을 기울인다

우리 몸은 응고(coagulation)와 항응고(anticoagulation) 사이에 항상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혈전이 생긴 상태는 이 균형이 응고 쪽으로 기울어진 상황이다.

항응고제를 투여하면 항응고 쪽이 강해지고, 그 결과 균형이 반대 방향으로 조금 이동한다. 이 상태에서 혈액이 계속 흐르면서 혈전이 서서히 녹기 시작한다. 직접 깨부수는 것이 아니라, 몸의 자연적인 섬유소 용해(fibrinolysis) 과정이 우위를 점하도록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이 과정은 느리기 때문에 치료 기간이 길다. 최소 3개월, 경우에 따라 1년 이상 약을 유지한다.

Virchow’s triad와의 연결

혈전 생성의 세 요인—혈류 이상, 혈관 손상, 혈액 성상 이상—을 Virchow’s triad라고 한다. 항응고제는 이 중 혈액 성상만 조정한다. 나머지 두 요인이 너무 강하면 항응고제를 써도 역부족일 수 있다.

❸ 항응고제로 안 될 때는 직접 녹인다 — 혈전용해제와 그 위험

항응고제에도 불구하고 혈전이 유지되거나 응급 상황이라면 혈전용해제(thrombolytic agent)를 쓴다. 혈전을 직접 분해하는 약이다.

그러나 혈전용해제는 출혈 위험이 크게 올라간다. 뇌출혈, 위장관 출혈처럼 생명을 위협하는 출혈도 포함된다. 그래서 정말 급하고 위험한 상황을 위해 남겨두는 치료다.

물리적 방법도 있다. 카테터를 혈관 안으로 넣어 혈전 바로 옆에 혈전용해제를 주입하거나, 음압(negative pressure)으로 혈전을 빨아들이는 thrombectomy suction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 방법들은 혈관에 직접 접근하는 시술이므로 선택적으로 적용한다.

❹ 그래서

DVT 치료는 단계적이다. 1) 항응고제로 균형을 기울여 서서히 녹인다, 2) 효과가 없거나 위험하면 혈전용해제로 직접 공략한다, 3) 물리적 제거가 필요하면 카테터를 이용한 시술을 고려한다. 대부분의 경우 항응고제만으로 충분하며, 나머지 방법은 꼭 필요한 때를 위해 유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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