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백질은 위의 펩신이 결합조직을 먼저 절단한 뒤 소장의 췌장 효소가 아미노산 단위로 분해하고, 지방은 담즙산이 유화시킨 후에야 췌장 라이페이스가 작용할 수 있다.

❶ 생각해 보셨나요?

소화란 그냥 음식을 잘게 부수는 일처럼 보인다. 그런데 단백질과 지방은 탄수화물과 전혀 다른 문제를 가지고 있다. 단백질은 구조물(결합조직)에 단단히 묶여 있고, 지방은 물과 섞이지 않는다. 각각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소화효소가 아무리 나와도 접근조차 할 수 없다.

❷ 단백질 소화 — 왜 위에서 먼저 자르는가

단백질 소화는 위와 소장, 두 단계로 나뉜다.

위에서는 펩신(pepsin)이 작용한다. 펩신의 핵심 역할은 콜라겐(collagen)을 분해하는 것이다. 콜라겐은 결합조직을 이루는 성분으로, 단백질 덩어리의 구조와 구조 사이를 붙들고 있다. 이 결합조직을 펩신이 결의 방향으로 듬성듬성 절단해야 그 안에 있는 단백질이 다음 효소에 노출된다. 펩신 없이 소장에서 바로 분해하려 하면 효소가 접근할 수 없다.

소장에서는 췌장에서 분비된 트립신, 카이모트립신, 카르복시펩티데이즈가 단백질을 더 잘게 절단한다. 최종 단계는 소장 점막 세포 표면의 효소가 담당한다. 아미노펩티데이즈(aminopeptidase)는 N-terminal에서, 다이펩티데이즈(dipeptidase)는 두 개짜리 펩타이드를 절단한다. 세포는 아미노산, 두 개짜리 펩타이드(dipeptide), 세 개짜리 펩타이드(tripeptide)까지 흡수할 수 있으며, 세포 안으로 들어간 후 모두 아미노산 단위로 최종 분해된다.

단백질은 99% 이상이 아미노산, 다이펩티드, 트리펩타이드 형태로 흡수된다. 단백질 자체로 흡수되는 경우는 드문데, 이는 면역 반응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❸ 지방 소화 — 담즙산이 없으면 라이페이스가 접근하지 못한다

지방(트리글리세라이드, triglyceride) 소화는 거의 대부분 소장에서 일어난다. 입과 위에서의 소화는 10%에도 미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지방이 물과 섞이지 않기 때문이다. 기름은 뭉쳐서 구석에 짱박혀 있고, 효소가 아무리 나와도 접근할 수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담즙산(bile salt)이다.

담즙산은 수용성 부분과 지용성 부분을 동시에 가지고 있어(양친매성, amphiphilic) 지방 덩어리를 둘러싸서 작은 입자로 분산시킨다. 이렇게 유화(emulsification)된 상태에서야 췌장 라이페이스(pancreatic lipase)가 트리글리세라이드를 공격해 지방산과 모노글리세라이드로 분해할 수 있다.

분해된 지방산과 모노글리세라이드는 그냥 두면 다시 뭉쳐서 변으로 나간다. 담즙산이 다시 이들을 둘러싸 미포(micelle)를 형성하고, 소장 점막 세포까지 운반해 준 뒤 다시 돌아와 다음 지방 분자를 운반하는 페리 역할을 반복한다.

❹ 결국

단백질 소화는 결합조직 절단(펩신)이 먼저 있어야 다음 효소가 작동하고, 지방 소화는 유화(담즙산)가 먼저 있어야 분해효소(라이페이스)가 접근할 수 있다. 두 영양소 모두 단순히 효소를 쏟아붓는 것으로는 해결되지 않으며, 각각 구조적 준비 단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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