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근(white muscle)은 미토콘드리아가 적고 산소 공급도 부족해, 피루브산이 TCA 회로로 진입하지 못하고 젖산으로 전환된다.
❶ 생각해 보셨나요?
젖산(lactate)이 쌓이면 근육이 타들어 가는 느낌이 난다는 것은 많이 알려져 있다. 그런데 왜 어떤 근육은 젖산을 많이 만들고 어떤 근육은 그렇지 않은가? 같은 몸 안의 근육인데도 이렇게 다른 이유는 단순히 운동 강도의 문제가 아니다.
❷ 백근과 적근은 무엇이 다른가?
골격근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적근(red muscle)은 지구력 운동에 쓰이는 근육으로, 미토콘드리아가 풍부하고 산소를 충분히 활용한다. 마라톤 선수의 다리 근육이 대표적이다.
백근(white muscle)은 순발력 운동에 쓰인다. 100m 달리기, 역도, 투포환 같은 순간적 폭발 운동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 근육은 빠르게 에너지를 내야 하기 때문에 미토콘드리아를 충분히 갖추고 있을 시간이 없다. 미토콘드리아가 적고, 빠른 수축 중에는 산소 공급도 따라가지 못한다.
근육 안에 글리코겐(glycogen)이 저장되어 있다가 분해되면 포도당-6-인산(glucose-6-phosphate)이 된다. 이 물질은 간과 달리 근육에서는 다시 포도당으로 되돌아가지 못한다. 간에는 glucose-6-phosphatase가 있어 포도당을 혈액으로 내보낼 수 있지만, 근육에는 이 효소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근육 안에 들어온 포도당은 반드시 해당과정을 거쳐야 한다.
❸ 피루브산은 왜 젖산으로 가는가?
해당과정의 끝에서 피루브산(pyruvate)이 만들어진다. 산소와 미토콘드리아가 충분하면 피루브산은 아세틸-CoA가 되어 TCA 회로로 진입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만든다. 그런데 백근에서는 두 가지 조건이 모두 부족하다.
- 미토콘드리아가 적어 TCA 회로로 처리할 용량 자체가 부족하다.
- 폭발적 수축 중에는 산소 공급이 에너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피루브산은 유산소 경로로 진입하지 못하고 젖산(lactate)으로 전환된다. 젖산이 축적되면 세포 내 환경이 산성으로 기울면서 근육 피로가 나타난다.
같은 이유로 빠른 세포분열이 일어나는 조직(종양, 피부, 적혈구), 산소 공급이 불충분한 상황(패혈증 쇼크), 망막과 신장 수질처럼 구조적으로 산소가 부족한 조직에서도 젖산이 많이 만들어진다.
❹ 그래서
임상에서 혈중 젖산(blood lactate)이 올라가 있다면, 그것은 어딘가에서 산소보다 에너지 수요가 앞서는 상황이 생겼다는 신호다. 패혈증 쇼크에서 젖산이 높을수록 예후가 나쁜 이유, 심한 운동 후 젖산이 올라가는 이유가 모두 같은 원리에서 나온다. 세포가 젖산을 만드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산소가 부족할 때의 불가피한 출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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