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포프룩토인산화효소 1(phosphofructokinase-1, PFK1)은 해당과정에서 되돌릴 수 없는 첫 번째 반응을 촉매하므로, 이 효소의 활성이 곧 해당과정 전체의 속도를 결정한다.
❶ 생각해 보셨나요?
해당과정은 10단계나 되는데, 왜 하필 3번째 단계 효소인 PFK1이 조절점이 되는 걸까. 1단계나 10단계를 조절하면 안 되는 이유가 있는가.
❷ PFK1이 왜 조절점인가
조절점이 되려면 그 반응이 비가역적(irreversible)이어야 한다. 에너지를 쏟아 진행시킨 반응을 쉽게 되돌릴 수 없어야 그 지점을 통제하는 것이 의미 있기 때문이다.
해당과정에서 PFK1은 과당 6인산(fructose-6-phosphate, F6P)을 과당 1,6-비스인산(fructose-1,6-bisphosphate, F1,6BP)으로 바꾼다. 이 반응은 비가역적이다. F1,6BP가 만들어지면 해당과정은 피루브산까지 일방통행으로 진행된다.
반면 F6P 단계까지는 선택지가 있다. 포도당 6인산(G6P) ↔ F6P는 가역적 반응이므로, 굳이 해당과정으로 가지 않아도 글리코겐 합성이나 오탄당 인산 경로로 우회할 수 있다. PFK1 반응을 통과하기 전까지는 아직 결정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다.
따라서 PFK1은 “해당과정을 진행하겠다”는 결정이 이루어지는 지점이다.
❸ PFK1은 무엇에 의해 조절되는가
PFK1에는 기질 결합 자리 외에 세 개의 조절 자리(allosteric site)가 있다. 각 자리에 어떤 분자가 결합하느냐에 따라 효소가 켜지거나 꺼진다.
ATP — 에너지 상태를 반영
ATP가 조절 자리에 결합하면 PFK1을 억제한다. 세포에 ATP가 이미 충분하다면 굳이 해당과정을 더 돌릴 필요가 없다.
반대로 AMP가 결합하면 PFK1을 활성화한다. AMP는 ATP가 소진된 후 남는 빈 틀이다. AMP가 많다는 것은 에너지가 부족하다는 신호이므로, 해당과정을 빨리 돌려야 한다.
시트르산(citrate) — 재료 상태를 반영
시트르산 회로의 중간 산물인 시트르산이 PFK1에 결합하면 억제한다. 시트르산이 많다는 것은 회로가 이미 재료를 충분히 공급받고 있다는 뜻이다. 더 이상 포도당을 분해해 피루브산을 밀어 넣을 필요가 없다.
과당 2,6-비스인산(fructose-2,6-bisphosphate, F2,6BP) — 포도당 유입량을 반영
F6P가 과잉으로 쌓이면 일부가 2번 자리에서 인산화되어 F2,6BP가 된다. 이는 F6P가 많다는, 즉 상류에서 포도당이 대량으로 들어오고 있다는 신호다. F2,6BP는 PFK1을 강하게 활성화하여 해당과정을 빠르게 진행시킨다.
이것은 전방 활성화(feed-forward activation)에 해당한다. 공급이 넘쳐날 때 하류 경로를 미리 열어두는 방식이다.
❹ 결국
PFK1 조절은 세포의 에너지 상태(ATP/AMP), 대사 재료의 충족 상태(시트르산), 포도당 유입량(F2,6BP)이라는 세 가지 정보를 동시에 통합하여 해당과정의 속도를 결정한다. 하나의 효소가 세포의 대사 상황 전체를 읽고 반응하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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