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형간염 바이러스(hepatitis B virus, HBV)는 바이러스 단백질의 직접 작용, 숙주 DNA 교란, 만성 염증이라는 세 가지 경로로 간암(hepatocellular carcinoma, HCC)을 일으킨다.

❶ 생각해 보셨나요?

만성 B형간염이 있으면 6개월마다 초음파와 혈청 태아단백(AFP, alpha-fetoprotein) 검사를 한다. 이 모니터링이 필요한 이유는 간암 발생 위험이 지속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바이러스는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정상 간세포를 암세포로 바꾸는 것일까.

❷ 바이러스는 어떤 경로로 암을 일으키는가

세 가지 경로가 알려져 있다.

  1. 바이러스 단백질의 직접 작용: HBV는 HBx 단백질이라는 종양 단백질을 만들어 낸다. HBx는 간세포의 증식을 촉진하고, 세포 분열을 억제하는 종양 억제 유전자(tumor suppressor gene)의 기능을 떨어뜨린다. 억제가 약해진 만큼 세포 증식이 더 활발해진다.

  2. 숙주 DNA 통합(chromosomal integration): HBV는 DNA 바이러스다. 감염이 만성화되면 바이러스의 유전 정보가 숙주 세포의 염색체 안으로 끼어 들어간다. 이 과정에서 숙주 유전자가 교란되어 이상한 단백질을 만들거나, 반대로 중요한 단백질을 만들지 못하게 되면서 암이 생길 수 있다. C형간염 바이러스(HCV)는 RNA 바이러스이므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DNA 바이러스인 HBV에서만 나타나는 특성이다.

  3. 만성 염증(chronic inflammation): 장기간 지속되는 염증은 간세포를 반복적으로 손상시킨다. 손상된 세포가 재생을 반복하는 과정에서—죽고, 다시 만들어지고, 또 죽고—세포 분열 오류가 누적되면서 암세포가 발생할 수 있다.

❸ 세 경로는 어떻게 맞물리는가

이 세 가지가 각각 독립적으로 작동하기도 하고, 서로를 강화하기도 한다. 만성 염증이 지속되는 환경에서 HBx 단백질이 종양 억제를 방해하고, 바이러스 DNA가 이미 교란된 염색체에 통합되면 돌연변이의 기회는 더 많아진다. 간경변(liver cirrhosis)으로 진행한 경우 재생과 섬유화가 반복되면서 암 발생 위험이 한층 높아진다.

❹ 결론적으로

만성 B형간염의 치료 목표가 단순히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데 그치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다. 바이러스 복제를 억제하면 세 경로 모두에 영향을 미친다. HBx 단백질 생성이 줄고, DNA 통합 기회가 감소하며, 염증도 가라앉는다. 항바이러스 치료가 간암 발생률을 낮춘다는 근거는 이 기전 위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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