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방 수축은 심실이 이완할 때 혈액의 20~30%를 추가로 밀어 넣는다. 평소에는 없어도 버티지만, 심박수가 빨라지는 상황에서 그 역할이 결정적으로 드러난다.

❶ 생각해 보셨나요?

심장에서 진짜 일을 하는 것은 심실이다. 심실이 수축해야 혈액이 대동맥으로 나간다. 그러면 심방 수축은 꼭 필요한가? 심방이 수축하지 않아도 혈액은 어차피 심실로 흘러들어간다. 심방세동 환자가 수년간 큰 증상 없이 지내는 것도 그 때문 아닐까?

❷ 심방 수축은 언제, 얼마나 기여하는가

심장 주기에서 심실이 이완하는 동안 혈액은 세 단계에 걸쳐 심실로 채워진다.

  1. 초기 급속 유입(rapid filling): 심실이 막 이완되는 순간, 심방과 심실 사이의 압력 차로 혈액이 빠르게 쏟아져 들어온다. 전체 충전의 상당 부분이 이 시점에 이루어진다.
  2. 완만한 유입(diastasis): 압력 차가 줄어들면서 유입 속도가 느려진다.
  3. 심방 수축(atrial systole): 이완기 말기에 심방이 수축해 남은 혈액을 강제로 밀어 넣는다.

이 마지막 단계가 기여하는 양이 20~30%다. 적지 않다. 그러나 앞의 두 단계로 이미 충분히 채워지기 때문에, 평소 안정 상태에서는 심방 수축이 없어도 심실이 기능하는 데 큰 지장이 없다.

❸ 심박수가 빨라지면 왜 심방 수축이 결정적으로 중요해지는가

운동을 하거나 빠르게 걷는 등 심박수가 증가하면 각 주기의 시간이 짧아진다. 심실 수축 구간 자체는 크게 줄이기 어렵다. 결국 이완기(심실에 혈액이 채워지는 시간)가 짧아진다.

이완기가 짧아지면 급속 유입 단계도 짧아진다. 충분히 채워지기 전에 수축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때 심방 수축이 이완기 말기에 추가로 혈액을 밀어 넣어주면, 짧은 이완기에도 심실을 어느 정도 채울 수 있다. 이 보상이 없으면 심실이 박출하는 혈액량(stroke volume)이 감소한다.

심방세동에서 이것이 왜 문제인가

심방세동(atrial fibrillation)은 심방이 규칙적으로 수축하지 않는 질환이다. 심전도에서 P파가 사라지고, 심방의 수축 자체가 없어진다. 평상시 안정된 상태에서는 이 20~30%가 없어도 버틸 수 있다.

그런데 조금 빨리 걷거나 계단을 오르면 심박수가 올라가고, 이완기 충전이 부족해진다. 심방이 수축해 보완해줘야 할 타이밍에 그것이 없으니, 심실이 충분히 채워지지 않은 채 수축을 반복한다. 결과는 운동 시 호흡곤란(dyspnea on exertion)이다.

협심증이나 COPD처럼 공급이 부족해서 생기는 호흡곤란과 달리, 심방세동에서는 이완기 충전(diastolic filling)의 부족이 원인이다. 같은 증상이지만 기전이 다르다.

❹ 결국

심방 수축은 평소에는 보조적이다. 그러나 심박수가 올라가는 순간 그 역할이 전면에 나온다. 심방세동 환자가 안정 시에는 괜찮다가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찬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것은 심장의 펌프 기능 전체를 이해하기 위한 핵심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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