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푸스는 증상이 분산되고 순차적으로 등장하기 때문에, 각 증상을 개별 문제로 보면 진단이 수년씩 지연된다.

❶ 생각해 보셨나요?

25세에 입안이 자주 헐고, 27세에 손가락 마디가 아프고, 29세에 탈모가 생긴다면 어느 의사가 이 셋을 하나로 묶어서 루푸스를 의심할까요. 증상 하나하나는 너무 흔하기 때문에, 전체 그림을 보지 못하면 여러 진료과를 떠돌다 5년이 지나도록 진단을 받지 못하는 일이 생깁니다.

❷ 루푸스 진단을 어렵게 만드는 다섯 가지 상황

루푸스는 다음 다섯 가지 상황에서 특히 진단이 늦어진다.

  1. 증상이 점진적으로 발생하는 경우 — 루푸스의 전형적인 전신 증상이 한꺼번에 나타나지 않고, 몇 년에 걸쳐 하나씩 추가된다. 각 증상이 너무 흔한 탓에 개별로는 의심받지 않는다.

  2. 하나의 장기만 침범된 것처럼 보이는 경우 — 신장의 사구체신염, 혈소판 감소증(idiopathic thrombocytopenic purpura, ITP), 또는 신경계 증상만 단독으로 나타나면 루푸스보다 해당 장기 전문과의 단독 진단이 먼저 붙는다.

  3. ANA(항핵항체, antinuclear antibody) 음성인 경우 — ANA는 루푸스의 가장 중요한 선별 검사다. 그런데 5% 미만의 환자에서 ANA 음성 루푸스(ANA-negative lupus)가 존재한다. 이 경우 류마티스 전문의만이 여러 임상 소견과 추가 자가항체 검사(anti-Ro, anti-La 등)를 종합해 진단을 내릴 수 있다.

  4. 중첩 증후군(overlap syndrome)인 경우 — 루푸스와 류마티스 관절염, 또는 전신경화증(systemic sclerosis)·다발성 근염이 한 환자에게 동시에 나타나기도 한다. 여러 결체조직 질환이 섞인 경우를 혼합 결체조직 질환(MCTD, mixed connective tissue disease)이라고도 한다. 어느 질환이 주된 문제인지 파악하기 어렵다.

  5. 비전형적 환자군에서 발생하는 경우 — 루푸스는 20대 전후 젊은 여성에서 흔하지만, 노인 남성에게도 생긴다. 노인 환자는 증상이 모호하게 나타나고, 다른 만성 질환과 겹치는 경우가 많다. 소아에서도 루푸스가 발생하면 심각한 장기 침범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 소아에서 루푸스를 먼저 의심하기는 어렵다.

❸ 그렇다면 임상에서 어떻게 의심해야 하는가

앞서 설명한 다섯 가지 상황의 공통점은, 어느 한 소견만으로 루푸스를 확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루푸스 진단은 기본적으로 점수 기반 분류 기준(ACR/EULAR 기준)을 사용하며, 여러 소견을 누적해서 판단한다.

한 가지라도 설명이 잘 안 되는 소견이 반복된다면 — 특히 젊은 여성에서 관절통, 피로, 발진, 혈구 이상이 조합되면 — 루푸스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ANA를 포함한 자가항체 검사를 진행하는 것이 진단 지연을 줄이는 현실적인 방법이다.

❹ 결국

루푸스 진단이 늦어지는 근본 이유는 질환 자체의 다양성에 있다. 증상이 분산되어 있고, 선별 검사가 음성일 수 있으며, 다른 자가면역 질환과 겹친다. 이런 복잡성 때문에 루푸스는 전문가도 진단에 어려움을 겪는 대표적 질환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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