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푸스(SLE, systemic lupus erythematosus)는 증상의 조합으로 의심하는 경로와 검사 이상으로 발견되는 경로, 두 가지로 진단에 이른다. 실제 임상에서는 두 경로가 섞여 퍼즐처럼 맞춰진다.

❶ 생각해 보셨나요?

루푸스는 류마티스내과 질환입니다. 그런데 루푸스를 처음 진단하는 의사가 류마티스 전문의가 아닌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신장내과 또는 혈액내과에서 루푸스 진단이 처음 내려지는 일이 실제로 꽤 있습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생길까요.

❷ 첫 번째 경로 — 증상의 조합이 루푸스를 가리킬 때

교과서적인 경로는 증상의 조합이다. 20대 젊은 여성이 다음 증상을 함께 호소할 때 루푸스를 의심한다.

  • 수개월간 지속되는 피로
  • 다발성 관절통, 아침 손가락 강직
  • 햇빛 노출 후 나비 모양 발진(malar rash)
  • 광과민성(photosensitivity)

이런 조합이 갖춰지면 항핵항체(ANA, antinuclear antibody)를 먼저 검사한다. ANA가 양성으로 나오면 anti-dsDNA 항체, 보체 C3·C4, 혈액 검사, 소변 검사를 추가하여 진단을 확정한다. 증상이 뚜렷하므로 진단까지 걸리는 시간이 비교적 짧다.

❸ 두 번째 경로 — 검사 이상이 먼저 발견될 때

두 번째 경로는 증상이 거의 없거나 모호한 상태에서 검사 이상이 먼저 드러나는 경우다. 이때는 류마티스내과가 아닌 다른 과에서 처음 루푸스를 의심하게 된다.

신장내과 경유

건강검진 소변 검사에서 단백뇨(proteinuria)와 혈뇨(hematuria)가 발견된 젊은 여성이 신장내과를 찾는다. 젊은 여성에게 설명되지 않는 단백뇨·혈뇨가 나오면 자가면역 질환 감별이 필요하다. 검사 과정에서 ANA가 양성으로 확인되면서 루푸스에 이른다. 루푸스 신염(lupus nephritis)으로 진행한 경우 이후 관리도 신장내과에서 하는 경우가 많다.

혈액내과 경유

어지러움으로 검사를 받다가 혈소판 감소와 백혈구 감소가 함께 발견되는 경우다. 혈액내과에서 원인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자가면역 기전이 확인되고 루푸스로 진단된다. 검사 이상만으로는 루푸스를 진단할 수 없으며, 임상 기준(clinical criterion)을 하나 이상 만족해야 진단이 성립한다.

❹ 실제 임상에서는

명확히 두 경로로 나뉘는 것은 설명의 편의를 위한 것이다. 실제로는 피로, 관절통, 구내염 같은 증상으로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가 결정적인 단서가 드러나지 않고, 건강검진에서 단백뇨가 발견되면서 비로소 퍼즐 조각이 맞춰지는 경우가 가장 흔하다.

의료인이 루푸스를 의심하기 위한 전제 조건은 단서를 알고 있는 것이다. 파편적으로 흩어진 단서들이 몇 개 쌓였을 때 루푸스를 떠올릴 수 있는지 여부가 진단 지연을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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