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중 급성 복통은 임신 여부와 무관하게 발생하는 기질적 질환이 원인인 경우가 많으며, 진단 방법과 수술 위험도가 일반 상황과 다르므로 신속한 평가가 필요하다.

❶ 생각해 보셨나요?

임신 중에는 배가 아파도 약을 못 쓰니까 그냥 버텨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임신 중에도 충수염, 담낭염 같은 응급 외과 질환이 똑같이 생길 수 있다. 임신했다고 해서 이런 병으로부터 보호받는 것이 아니다.

❷ 무엇을 먼저 의심해야 하는가

임신 중 급성 복통에서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원인은 세 가지다.

첫째, 충수염(appendicitis). 임신했다고 충수염 발생률이 달라지지 않는다. 임신 1기, 2기, 3기에 걸쳐 균등하게 발생한다. 문제는 진단이다. 방사선 피폭 우려로 CT를 바로 쓰기 어렵기 때문에, MRI가 우선 선택지다. 충수염을 진단하지 못하고 수술이 지연되면 태아 사망률이 약 20%까지 오른다.

둘째, 난소 염전(ovarian torsion) 또는 파열. 난소 낭종이 꼬이거나(염전) 파열되는 경우다. 수술로 난소를 제거해야 할 수 있는데, 이 경우 유산율이 약 40%에 달한다. 난소가 임신 유지에 관여하는 장기이기 때문이다.

셋째, 담낭염(cholecystitis). 담석으로 인한 담낭염이 기준에 해당하면 담낭 절제술이 필요하다. 임신 1기와 2기에는 복강경으로 비교적 안전하게 수술할 수 있다. 임신 3기는 수술 자체의 위험도가 높아지며, 유산율이 약 7~8%다.

❸ 진단은 어떻게 하는가

CT는 태아 방사선 피폭 때문에 원칙적으로 피한다. MRI가 선택지다. 단, MRI 판독은 전문 영상의학과 의사의 응급 판독이 필요하다. 임신 중에는 자궁이 커지면서 장기가 눌려 이동해 있어 판독이 까다롭다.

드물지만 원인을 특정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시험적 개복술(exploratory laparotomy)을 시행하는 경우도 있다. 임신 중 수술의 약 0.2%가 이에 해당한다. 이 중 약 3분의 1은 개복 후 기질적 원인이 발견되지 않으며, 약 4분의 1에서 자연유산이 일어난다.

참고로, 개복 시 충수돌기가 정상으로 보여도 임신 중에는 예방적으로 절제하지 않는다. 정상 충수를 절제하면 오히려 유산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❹ 언제 병원에 가야 하는가

임신 중 급성 복통이 지속되거나, 위에서 설명한 세 가지 질환 중 하나가 강력히 의심된다면 지체 없이 병원을 찾아야 한다. 병을 키울수록 임산부와 태아 모두에게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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