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신 환자의 병력 청취는 단순한 경청이 아니라, 원인을 감별하기 위한 7가지 항목을 체계적으로 추출하는 과정이다.

❶ 생각해 보셨나요?

환자가 “목욕탕에서 쓰러졌어요”라고만 말하면 충분할까. 혹은 반대로 너무 길게 이야기해서 핵심을 놓치면 어떻게 할까. 실신은 원인이 반사성인지, 부정맥인지, 심장 구조 문제인지에 따라 치료 방향이 완전히 달라진다. 그런데 그 구분은 검사보다 병력에서 먼저 시작된다.

❷ 어떤 항목을 확인해야 하는가

병력 청취에서 확인할 항목은 크게 일곱 가지다.

1) 횟수·빈도·지속시간 실신의 지속 시간은 보통 8~10초, 1분 이내다. 너무 길었다면 다른 원인을 생각해야 한다. 비슷한 상황에서 반복됐다면 미주신경성 실신(vasovagal syncope)을, 짧은 기간에 연속해서 발생했다면 발작성 심실상빈맥(PSVT)이나 방실차단(AV block) 같은 부정맥을 먼저 떠올린다.

2) 전구 증상 (prodrome) 의식을 잃기 전 구역질, 식은땀, 더위·추위 감각이 있었다면 반사성 실신을 시사한다. 반면 전구 증상 없이 갑자기 쓰러졌다면 심장성 원인 가능성이 높다. 두근거림(심계항진)이 먼저 있었다면 부정맥을 우선 고려한다. 단, 실신 후 기억상실(amnesia)이 동반될 수 있어 환자가 전구 증상을 기억 못 할 수도 있다.

3) 자세 오래 서 있다가 쓰러졌으면 반사성 실신, 앉았다 일어날 때 어지러워 쓰러졌으면 기립성 저혈압(orthostatic hypotension), 누워 있다가 쓰러졌으면 부정맥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4) 유발 상황 (trigger) 운동 중 실신은 비후성 심근병증(hypertrophic cardiomyopathy), 운동 유발 부정맥, 대동맥판막 협착증 등 심장 구조 문제를 시사한다. 운동 후 실신은 교감신경이 급격히 낮아지는 시점에 반사성 실신이 오는 것으로, 전혀 다른 기전이다. 기침·배뇨·배변·식사 중 실신은 상황별 실신(situational syncope), 목을 돌리다 실신했다면 경동맥동 과민성(carotid sinus hypersensitivity)을 고려한다.

5) 과거력 심장병, 뇌신경 질환은 기본이다. 당뇨 환자라면 저혈당 또는 고혈당성 응급(DKA 등)도 감별 대상이다. 알코올 장기 복용력이 있으면 알코올 금단도 고려한다.

6) 약물 이뇨제는 혈액량 감소, 혈압약은 기립성 저혈압, QT 간격 연장을 유발하는 약물(일부 항부정맥제, 특정 항생제, 정신과 약물)은 토르사드 드 포앙트(Torsades de Pointes) 가능성과 연결된다. 신환에게는 복용 약물 목록을 처음부터 루틴으로 확인하는 것이 좋다.

7) 가족력 40세 이전 급사력이 있는 가족이 있다면 유전성 심장 질환을 떠올려야 한다. 비후성 심근병증(HCM), 부정맥 유발 우심실 이형성증(ARVD), 긴QT증후군(Long QT syndrome), 카테콜라민 유발성 다형성 심실빈맥(CPVT) 등이 해당한다.

❸ 어떻게 정보를 추출하는가

환자가 너무 길게 이야기하면 위 7항목에 해당하는 정보를 캐치해 내고, 너무 짧게 이야기하면 그 항목들을 직접 질문해 채워 나간다. 목표는 환자가 실신한 상황을 머릿속에서 재구성하는 것이다.

❹ 결국

7항목 중 어느 조합이 나오느냐에 따라 감별 진단의 우선순위가 달라진다. 반사성 실신은 전구 증상, 유발 상황, 자세가 맞아떨어질 때, 부정맥은 전구 증상 없이 누워 있다 쓰러진 경우나 가족력·약물력이 있을 때, 심장 구조 문제는 운동 중 실신이거나 심장병 과거력이 있을 때 더 높은 우선순위로 올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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