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역의학 공부 지도

공부 지도 · 폐렴 환자는 없다

5장

6.4와 6.5

작년에 당화혈색소가 6.4였던 분이 올해 6.5로 오셨습니다.

그러면 저는 이렇게 말하게 됩니다.

당뇨입니다.

그분은 이렇게 물으십니다.

1년 사이에 제가 그렇게 달라진 건가요.

저는 이 질문이 아주 좋은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답을 하자면, 달라지지 않으셨습니다.

0.1이 하는 일

6.4에서 6.5로 가는 동안 몸에서 일어난 변화는 0.1이 아닙니다.

인슐린이 잘 안 듣기 시작한 건 몇 년 전일 수도 있어요. 췌장이 힘에 부치기 시작한 것도 이미 한참 되었을 수 있고요. 그게 아주 천천히 밀려오다가 올해 피를 뽑은 날 6.5로 찍힌 겁니다.

그리고 6.4에서 6.5로 넘어간 그날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도 아닙니다. 그날 아침에 췌장이 문을 닫은 게 아니거든요.

바뀐 것은 몸이 아니라 그 몸을 부르는 이름입니다.

그런데 이름이 바뀌면 많은 것이 따라 바뀝니다.

약이 시작됩니다. 눈하고 콩팥 검사가 붙습니다. 앞으로 오래 보자는 말이 나오고요. 보험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그리고 그분이 스스로를 부르는 말이 달라집니다. 어제까지 건강한 사람이었는데 오늘부터 당뇨 환자예요.

몸에서는 0.1이 움직였는데 삶에서는 그보다 훨씬 큰 것이 움직인 거죠.

그러면 6.5는 어디서 왔을까요

이 숫자가 하늘에서 떨어진 건 아닙니다.

당화혈색소를 쭉 늘어놓고, 눈의 합병증이 얼마나 생기는지를 같이 놓고 봅니다. 그러면 어느 지점부터 그래프가 눈에 띄게 꺾여 올라갑니다. 그 꺾이는 자리를 찾아서 선을 그은 겁니다.

그러니까 6.5는 「여기부터 몸이 다르다」는 뜻이 아니에요. 「여기부터 나중에 문제가 생길 확률이 눈에 띄게 올라간다」는 뜻입니다.

당뇨는 지금 아파서 붙는 이름이 아닙니다. 진단받으시는 날 대부분 아무 데도 안 아프시거든요. 미래에 생길 일 때문에 지금 이름을 붙이는 겁니다.

그래서 6.4는 괜찮은가요

아닙니다. 이게 어려운 부분이에요.

6.4인 분과 6.6인 분 사이에 몸의 차이는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한 분은 환자가 되고 한 분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선을 없앨 수도 없어요. 선이 없으면 언제 약을 시작할지, 언제 검사를 더 할지를 정할 수가 없거든요.

그래서 제가 진료실에서 실제로 하는 일은 이렇습니다. 선을 쓰되, 선만 보지 않습니다.

지금 수치가 어디에 있는지보다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를 봅니다.

5.9에서 6.2로 올라온 분과 6.6에서 6.3으로 내려온 분은 숫자가 비슷해도 전혀 다른 상황이거든요.

앞의 분은 선을 향해 오고 있고, 뒤의 분은 선에서 멀어지고 있습니다. 같은 6.2, 6.3인데 제가 할 말이 반대예요.

이름은 무엇 때문에 있을까요

여기서 한 번 멈추고 물어보겠습니다.

병에 이름을 붙이는 건 무엇 때문일까요.

설명하려고 붙이는 것 같지만, 실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정하려고 붙이는 거예요. 약을 줄지 말지, 검사를 더 할지 말지, 언제 다시 오시라고 할지.

이름 붙이기 장에서 병명이 요약 기호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 요약이 제값을 하고 있는지 아닌지를 재는 방법은 하나입니다.

이 이름을 아는 것만으로 다음에 할 일이 정해지는가.

정해지면 그 이름은 일을 하고 있는 겁니다. 이름을 알아도 그 사람의 상태를 하나하나 다시 봐야 한다면, 그 이름은 아무것도 안 줄인 거고요.

그런데 당뇨는 순서가 거꾸로입니다

여기가 당뇨가 이상한 지점입니다.

보통은 몸에 뚜렷한 경계가 있고, 거기에 이름을 붙이고, 그 이름에 따라 할 일이 따라옵니다. 몸 → 이름 → 행동이죠.

당뇨는 그렇지가 않아요. 몸에는 경계가 없습니다. 5.8도 있고 6.1도 있고 6.4도 있고 6.7도 있습니다. 쭉 이어져 있어요. 그 위에 사람이 선을 하나 그었습니다. 그리고 그 선에 약과 검사와 보험을 걸었습니다.

그러니까 이름이 몸의 경계를 옮겨 적은 게 아닙니다. 이름을 그으면서 경계가 생긴 거예요.

6.4와 6.5 사이에 있는 것은 몸의 차이가 아니라 우리가 하기로 정한 일의 차이입니다.

이게 나쁘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선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 정하니까요. 다만 그 선을 몸에서 발견한 것으로 착각하면, 6.4인 분에게 「아직 아니니까 괜찮습니다」라고 말하게 됩니다. 그분은 괜찮은 게 아니라 아직 우리가 손대기로 정한 자리에 안 오신 겁니다.

기준이 스스로를 깨는 자리

이 이야기가 그냥 제 생각이 아니라는 증거가 있습니다. 진단 기준 안에 이미 들어 있어요.

당뇨 진단은 꽤 엄격합니다. 당화혈색소, 공복혈당, 경구당부하 검사. 그리고 원칙적으로 다른 날 한 번 더 확인해야 합니다.

그런데 예외가 하나 있습니다.

전형적인 증상이 있으면서 아무 때나 잰 혈당이 아주 높으면 그냥 당뇨입니다. 소변을 자주 보고, 물을 계속 들이켜고, 설명이 안 되는 체중 감소가 있고, 그러면서 혈당이 200을 넘으면요. 한 번으로 확진합니다.

왜 여기서만 느슨해질까요.

두 가지 때문입니다.

하나. 볼 것도 없기 때문이에요. 이 조합에서 당뇨가 아닐 가능성이 사실상 없습니다. 한 번 더 재봐야 답이 안 바뀝니다.

둘. 빨리 치료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분은 이미 몸이 자기를 헐어서 쓰고 있는 상태거든요. 검사를 더 하자고 하면 결과를 기다려야 하고, 복잡해지면 안 하고 안 오시기도 합니다. 시간을 끌어서 좋을 게 하나도 없어요.

그래서 엄격한 확인을 조금 내려놓고 빠른 치료를 택합니다.

이걸 기준을 대충 만들었다고 읽으면 안 됩니다. 기준 안에 그 기준을 넘어설 조건을 넣어 둔 거예요.

그리고 이게 무슨 말인지 잘 보시면요. 진단 기준은 「이 사람이 당뇨인가」를 재려고 있는 게 아닙니다.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정하려고 있는 겁니다.

할 일이 이미 정해진 자리에서는 확인 절차가 필요 없어집니다. 그래서 스스로 물러섭니다.

같은 당뇨가 아닙니다

당뇨라는 이름 하나 안에 서로 다른 사람이 들어 있습니다.

인슐린이 잘 안 듣는 분. 인슐린을 못 만드는 분. 둘 다인 분. 약 하나로 되는 분. 약을 세 개 쓰고도 안 되는 분. 합병증이 이미 온 분. 아직 아무것도 없는 분.

이분들이 다 같은 진단명으로 진료실에 오십니다. 그런데 제가 생각하는 것과 처방하는 것은 전부 다릅니다.

그래서 저는 당뇨를 볼 때 병명보다 상태의 목록을 봅니다.

공복혈당이 높은 상태. 식후혈당이 높은 상태. 인슐린이 잘 안 듣는 상태. 약을 두 개 쓰고 있는 상태. 콩팥이 조금 나빠진 상태.

이렇게 늘어놓으면 다음에 무엇을 할지가 훨씬 분명해집니다.

그러니까 당뇨라는 이름은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오실 때까지만 일을 합니다. 앉으시고 나면 그 이름으로는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아요.

분류가 잘 되어 있어서 놓치는 분

1형과 2형으로 나누는 게 익숙하죠. 어리고 마르면 1형, 나이 들고 살찌면 2형.

그런데 이 구분에 안 맞는 분들이 계십니다.

성인이신데 살이 안 찌셨어요. 대사증후군에 해당하는 게 하나도 없고요. 처음에는 먹는 약으로 조절이 잘 됐습니다.

그런데 1년, 길어도 몇 년 안에 약이 안 듣습니다. 용량을 올려도 안 돼요.

이분은 2형 당뇨가 나빠진 게 아니라 처음부터 다른 병이었습니다. 천천히 진행하는 자가면역 당뇨거든요. 1형인데 느리게 오는 겁니다.

어떻게 알아챌 수 있을까요. 인슐린이 실제로 얼마나 나오는지를 재고, 자가항체를 확인하면 됩니다.

그리고 이걸 일찍 알았다면 치료가 완전히 달랐을 겁니다. 인슐린을 일찍 시작했을 거고요. 췌장을 채찍질하는 약은 피했을 겁니다.

이 이야기를 여기 넣은 이유가 있습니다.

분류가 잘 되어 있어 보이는 병에서도 그 분류에 안 들어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은 분류가 허술해서 놓치는 게 아니에요. 분류가 잘 되어 있기 때문에 놓칩니다.

성인이니까 2형이겠지, 하고 넘어가니까요.

이름이 잘 만들어져 있을수록 그 이름을 한 번 더 의심할 일이 줄어듭니다. 좋은 요약일수록 그 요약이 버린 것을 안 보게 되는 거죠.

그래서 저는 이럴 때 다시 봅니다. 약을 잘 쓰는데 예상보다 빨리 안 듣게 되는 경우. 살이 안 찌셨는데 당뇨인 경우.

설명이 다 되는데 하나가 안 맞습니다. 그 하나요.

이름에서 나오실 수도 있습니다

한 가지 더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새로 진단된 2형 당뇨에서, 처음 몇 주 동안 아주 강하게 혈당을 잡으면 그 뒤가 달라집니다.

당화혈색소가 9를 훌쩍 넘는 분들을 모아서 두 주 동안 인슐린으로 혈당을 정상까지 내렸습니다. 그러고 나서 약을 아예 끊었어요. 1년 뒤에 보니까 절반 가까이가 여전히 당뇨 범위 밖에 계셨습니다. 약 없이요.

왜 이런 일이 생길까요.

혈당이 높은 상태 자체가 췌장의 베타세포를 더 망가뜨립니다. 인슐린이 잘 안 듣는 것도 더 심해지고요. 높은 혈당이 다시 높은 혈당을 만드는 고리입니다.

그 고리를 초반에 한 번 끊어 주면 췌장이 숨 돌릴 여유가 생깁니다. 그리고 이 효과는 베타세포가 아직 남아 있는 분에게서 큽니다. 그러니까 일찍 할수록 큽니다.

그래서 당뇨는 「한 번 걸리면 평생」이라는 말이 정확하지 않은 병입니다. 완전히 없어진다는 뜻은 아니에요. 다시 올 수 있습니다.

그래도 이름이 붙은 뒤에 그 이름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 이건 만성질환에서 드문 일이거든요.

그리고 이게 앞의 이야기와 이어집니다. 6.5라는 선을 넘어서 이름이 붙었는데, 그 선을 도로 넘어 나올 수 있습니다. 선이 몸에 그어져 있는 게 아니라서 그렇습니다.

치료는 무엇을 하는 걸까요

당뇨 치료를 혈당 낮추는 일이라고만 생각하면 절반입니다.

혈당은 우리가 볼 수 있는 숫자일 뿐이에요. 실제로 하려는 건 앞으로 생길 일의 확률을 바꾸는 겁니다. 눈, 콩팥, 신경, 심장. 이것들이 나빠질 가능성을 낮추려는 거죠.

그래서 혈당을 잘 떨어뜨리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니라 어떻게 떨어뜨렸는지가 중요해집니다. 저혈당을 만들면서 낮춘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다르거든요.

그리고 이걸 보시면 이름이 왜 부족한지가 한 번 더 드러납니다. 당뇨라는 이름은 「이 사람의 미래 위험이 올라가 있다」까지만 말해 줍니다. 어느 쪽 위험이 얼마나 올라가 있는지는 이름이 아니라 그분의 상태 목록에 있어요.

이 장이 하려는 말

당뇨는 흔합니다. 그래서 가볍게 여겨지기도 하죠.

그런데 저는 당뇨가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병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병이 어떻게 정의되는지, 이름이 무엇을 하는지, 아직 오지 않은 위험을 어떻게 다루는지를 한 병 안에서 다 보여 주거든요.

6.4와 6.5 사이에서 바뀌는 것은 몸이 아니라 이름입니다. 그런데 그 이름은 실제로 무언가를 합니다.

이 둘을 동시에 붙잡고 있는 것이 이 장의 전부입니다.

처음의 그분께 제가 실제로 드리는 말씀은 이렇습니다.

달라지신 건 없습니다. 그런데 오늘부터 제가 하는 일이 달라집니다. 그리고 그건 지금 어디가 아파서가 아니라 앞으로를 위해서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