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안 봤지만,
제가 아까워하는 영상
일주일에 한 편씩 꺼내 놓습니다. 조회수가 안 나온 영상에는 대개 같은 이유가 있습니다 —아무도 그 질문을 할 줄 모릅니다. 그 이유부터 적었습니다.
- 2027-01-25이번 주
이집트공주도 동맥경화
이집트 공주의 미라를 분석했더니 동맥경화가 나왔습니다.
동맥경화는 결국 LDL 콜레스테롤 때문에 생기는 병입니다.
그런데 이 공주는 담배를 피우지 않았습니다.
햄버거도 없던 시절입니다.
농약도 없었으니 드시던 것이 전부 유기농이었겠지요.
그러면 왜 생겼을까요.
이분은 공주였습니다.
이집트 기록을 보면 소고기와 거위와 계란 같은 것을 하루 세 번 신에게 바쳤다고 되어 있습니다.
신에게만 바쳤을까요. 본인도 좀 드시지 않았을까요.
게다가 가마를 타고 다녔을 테니 평민만큼 걷지도 않았을 겁니다.
기름진 것을 많이 드시고 운동은 적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동맥경화나 고지혈증, 심장병 같은 것을 전부 현대인의 병이라고 부르는 논리에는 별로 찬성하지 않습니다.
옛날부터 다 있던 병입니다. 수명이 워낙 짧아서 문제가 될 일이 적었을 뿐이지요.
지금이든 3천 년 전이든, 기름진 것을 많이 먹고 움직이지 않으면 똑같이 동맥경화가 생깁니다.
모든 것을 시대 탓, 먹거리 탓으로 돌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 2027-01-18이번 주
그래도 당이 떨어지는 것보다는 낫다
당뇨를 10년, 20년 앓으시면 스트레스가 쌓입니다.
생활습관을 지키는 것도 쉽지 않고, 약을 꼬박꼬박 챙기는 것도 쉽지 않은데, 병은 깨끗하게 낫지를 않으니까요.
그런데 그 스트레스가 또 혈당을 올립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교감신경이 활성화되고, 거기서 나오는 노르에피네프린과 에피네프린이 혈당을 올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스트레스가 심할 때는 약을 잘 드셔도 혈당이 평소보다 높게 나옵니다.
그런데 왜 우리 몸은 이렇게 되어 있을까요.
아주 옛날, 수렵채집하던 시절을 떠올려 보면 답이 나옵니다.
그때는 굶어 죽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당이 떨어지면 에너지가 없어 그대로 죽으니까요.
그래서 우리 몸은 저혈당을 막는 장치를 여러 겹으로 만들어 두었습니다.
당을 올리는 쪽에는 글루카곤이 있습니다.
교감신경에서 나오는 에피네프린도 있습니다.
부신에서 나오는 코르티솔도 당을 올립니다.
그런데 당을 내리는 쪽은 인슐린 하나입니다.
지방으로 저장하고, 간에 글리코겐으로 넣고, 세포 안으로 당을 보내는 일을 혼자 다 합니다. 고군분투인 셈입니다.
고혈당이 당장 위험한 경우도 있습니다. 당뇨병성 케톤산증이나 고삼투압성 고혈당 상태가 그렇습니다.
하지만 대개는 5년, 10년, 20년에 걸쳐 합병증으로 문제가 됩니다.
몸이 인슐린 하나로 해결하려 한 이유가 거기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인슐린을 만들어 넣어 주고, 약으로 분비를 늘리거나 소변으로 당을 내보내면서 그 한 명을 거들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당이 올라가서 너무 스트레스가 쌓이시면 이렇게 생각해 보십시오.
그래도 당이 떨어지는 것보다는 낫다고요.
- 2027-01-11이번 주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는 어떻게 위에서 살 수 있을까
위산은 pH가 1.5에서 3.5쯤 되는 강산입니다. 웬만한 세균은 다 죽습니다.
위에는 온갖 것이 들어옵니다. 더러운 것도 들어오지요.
그래서 위산을 내서 다 죽여 버립니다.
그래서 예전에는 위를 청정지대라고 불렀습니다. 균이 있을 수 없는 곳이라고요.
그런데 1980년대에 배리 마셜이 헬리코박터가 위궤양을 일으킨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그 공로로 노벨상도 받았고, 우리나라 요구르트 광고에도 직접 나왔던 사람입니다.
그러면 이 균은 강산 속에서 어떻게 사는 걸까요.
나름의 대응법을 만들어 냈습니다.
요소분해효소를 가지고 있어서, 위에 있는 요소를 암모니아로 바꿉니다.
암모니아는 염기입니다. 산을 중화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만든 암모니아를 자기 주위에 구름처럼 두릅니다.
실제로 보호 구름이라고 부릅니다. 그 안에서 산을 피하는 것입니다.
이 효소 하나에 얼마나 공을 들이는지 아십니까.
자기가 만드는 단백질 전체의 5%가 이 효소입니다. 엄청난 비중입니다.
게다가 주변 산도가 낮아지면 요소를 더 많이 끌어들여서 더 많이 만듭니다.
위에서 살도록 특화되어 진화한 미생물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 2027-01-04이번 주
술을 마시면 왜 간암의 발생위험이 증가할까? 알코올의 발암기전
술을 마시면 간암 위험이 올라간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떤 경로로 올라가는 걸까요.
술이 곧바로 간암을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먼저 간에 염증이 생깁니다. 알코올성 간염입니다.
그것이 더 진행하면 알코올성 간경변이 됩니다.
그리고 거기서 간암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렇게 단계를 밟는 것이 주된 경로입니다. 술이 바로 간암을 일으킨다고 하기에는 아직 근거가 부족합니다.
B형간염은 이 점이 다릅니다.
B형간염 바이러스는 DNA 바이러스라서 우리 간세포의 DNA 안으로 끼어들어 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간경변을 거치지 않고 곧장 간암으로 가는 길이 있습니다. 높게 잡으면 20% 정도가 그렇게 생긴다고 이야기합니다.
술이 암을 만드는 기전을 좀 더 뜯어보면 네 가지입니다.
첫째는 방금 말씀드린 염증입니다. 만성 염증이 계속 간세포를 괴롭히다 보면 결국 세포가 미쳐 버릴 수 있습니다.
둘째는 아세트알데하이드입니다. 술이 분해되면서 나오는 물질인데, DNA에 달라붙어 부가물을 만들고 돌연변이를 잘 일으킵니다.
셋째는 세균입니다. 술을 마시면 장의 투과성이 올라가서 세균이 몸 안으로 들어오기 쉬워집니다. 그러면 염증이 더 심해집니다.
넷째는 면역입니다. 술 마시고 나서 감기에 걸리는 일이 많으시죠. 오래 드시면 면역이 처지는데, 그것은 암이 자라기 좋은 환경이 됩니다.
뒤의 셋은 부수적인 것입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염증에서 간경변을 거쳐 간암으로 가는 그 길입니다.
- 2026-12-28이번 주
칼슘점수가 높으면 위험한가
칼슘점수가 아주 높게 나왔습니다. 그런데 증상도 없고 운동부하검사도 정상입니다.
이런 경우가 실제로 많습니다.
먼저 분명히 해 둘 것이 있습니다.
칼슘점수가 높다는 것은 관상동맥에 동맥경화가 많이 진행됐다는 뜻입니다.
지금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이 있다는 뜻이 절대 아닙니다.
그러면 이런 분의 혈관 안은 어떤 상태일까요.
점수가 높으니 플라크는 분명히 있을 겁니다. 염증과 아무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칼슘이 잔뜩 쌓였겠지요.
그런데도 증상이 없다면, 혈관이 리모델링을 한 것으로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집이 좁으면 베란다를 트듯이, 혈관도 벽이 바깥으로 물러나면서 안쪽 길을 유지하는 겁니다.
플라크는 잔뜩인데 길 자체는 안 좁아진 상태인 것이지요.
정말 그런지는 나중에 부검을 해서 혈관을 봐야 알 수 있는 것이지만, 이렇게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 안심해도 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길이 안 좁아졌을 뿐 동맥경화 자체는 아주 심한 것입니다. 관상동맥 질환이 있는 것이고, 1년에 2% 이상의 위험은 무조건 있습니다.
그러니 할 수 있는 것은 다 하셔야 합니다.
금연, 엄격한 생활습관, 먹는 것 조심하기, 운동, 그리고 스타틴. 전부 하라는 적응증에 해당합니다.
- 2026-12-21이번 주
고혈압의 2가지 형태: 염분민감성고혈압 vs 염분저항성고혈압
같은 고혈압인데, 소금을 줄이면 혈압이 뚝 떨어지는 분과 꿈쩍도 않는 분이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콩팥이 소금을 어떻게 내보내는지 보면 답이 나옵니다.
소금을 먹으면 물을 끌어당겨 몸 안의 수분이 늘어납니다. 혈액량이 느니까 혈압이 올라갑니다.
그런데 올라간 채로 그냥 있지는 않습니다.
혈압이 오르면 콩팥이 그 압력으로 소금을 소변으로 내보냅니다. 그래서 약간 오른 자리에서 균형을 잡습니다.
이 관계를 그래프로 그려 보면 사람마다 모양이 다릅니다.
저염식을 하시는 분은 평균혈압이 88 정도만 되어도 먹은 소금을 다 내보냅니다.
보통은 91, 아주 짜게 드시는 분은 93쯤 되어야 다 내보냅니다.
첫 번째 형태는 그 선이 눕는 경우입니다.
조금만 짜게 먹어도 혈압이 훨씬 많이 올라가야 소금이 나갑니다. 콩팥이 소금을 내보내는 능력 자체가 떨어져 있는 것입니다.
이런 분들은 저염식을 하면 혈압이 확 떨어집니다. 염분 민감성 고혈압입니다.
두 번째는 선 전체가 위로 밀려 올라간 경우입니다.
내보내는 능력은 괜찮은데, 그 일을 하는 데 더 높은 혈압이 필요한 것입니다. 혈관 저항이 올라가 있는 쪽입니다.
이런 분들은 저염식을 해도 떨어지는 폭이 미미합니다. 염분 저항성 고혈압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략 반반입니다.
그렇다고 소금을 먹여 보고 혈압을 재서 구분하지는 않습니다. 어느 쪽이든 소금을 줄이는 것은 마찬가지고, 치료가 달라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만 알아 두면 달라지는 것이 있습니다.
만성콩팥병이 있거나 당뇨로 콩팥이 상한 분들은 염분 민감성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당뇨와 고혈압이 같이 있는 분께는 오실 때마다 소금 이야기를 합니다.
그냥 지나가는 소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이분은 줄이면 확 떨어질 수 있겠다고 생각하면서 말씀드리는 겁니다.
실제로 주의 깊게 소금을 줄이신 분들 중에는 약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혈압 감소를 보인 분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 2026-12-14이번 주
고혈압, 싱겁게 먹자
싱겁게 먹으면 혈압이 얼마나 떨어질까요.
수축기 혈압이 5, 이완기 혈압이 3 정도 떨어집니다.
연구에서 그렇게 나왔고, 진료실에서 보면 그것보다 조금 더 떨어지는 느낌도 있습니다.
그러면 얼마나 싱겁게 먹어야 할까요.
한국인이 보통 하루에 소금 10g쯤 드십니다. 이것을 6g으로 줄이면 됩니다.
저는 환자분께 「지금의 절반만 싱겁게」라고 말씀드립니다.
아예 소금을 빼면 맛이 없어서 지켜지지가 않고, 그러면 오히려 고혈압 치료가 더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혈압 숫자보다 더 큰 것이 하나 있습니다.
이뇨제 이야기입니다.
짜게 드시는 분께 이뇨제를 쓰면 혈압이 거의 직방으로 떨어집니다. 나트륨을 물과 함께 내보내는 약이니까요.
그런데 이뇨제는 나트륨만 내보내지 않습니다. 칼륨과 칼슘도 같이 끌고 나갑니다.
칼슘이 빠지면 노년에 골다공증이 옵니다.
처음부터 싱겁게 드시면 그 약을 안 써도 되고, 따라 나가는 것들도 지킬 수 있습니다.
그러면 어디서부터 줄일까요.
식탁에서 뿌리는 소금, 국, 젓갈, 찌개, 라면입니다.
라면이 꼭 드시고 싶으면 스프를 조금만 넣으십시오. 마른안주에도 소금이 아주 많습니다.
빵에도 은근히 많이 들어갑니다. 빵은 괜찮지 않느냐고 하시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한 가지 더 도움이 되는 것이 칼륨이 많은 음식입니다.
세포마다 나트륨을 내보내고 칼륨을 들이는 펌프가 있어서, 이 둘은 반대로 움직입니다.
그래서 채소를 많이 드시는 분은 소금을 좀 드셔도 혈압이 덜 오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만 칼로리가 따라오니 적당히 드시는 것이 좋습니다.
※ 이미 만성콩팥병이 있는 분은 칼륨이 많은 음식을 드시면 안 됩니다. 그건 완전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 2026-12-07이번 주
술을 마실 수 밖에 없는 상황
20대 후반 남자분의 간수치가 AST 150, ALT 300이었습니다.
정형외과 치료를 받으러 오셨다가 피검사에서 걸려 저에게 오셨습니다.
체구가 상당히 크신 분이었습니다. 120kg 정도 나가셨습니다.
간수치가 오르면 보통 다섯 가지를 생각합니다.
바이러스 간염, 약이나 건강식품이나 한약, 술, 지방간, 그리고 드문 병입니다.
앞의 둘은 아니었습니다.
술은 업무 때문에 많이 드신다고 했고, 줄이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하셨습니다.
체중을 보면 지방간도 충분히 가능해 보였습니다.
복부초음파를 봤더니 아주 심한 지방간이 있었습니다.
저는 간장약을 드리지 않았습니다.
간장약을 드시면 수치는 떨어집니다. 그런데 그러면 술을 끊어서 떨어진 것인지 약 때문에 떨어진 것인지 알 수 없게 됩니다.
간에 문제가 있을 때는 원인을 찾아서 원인을 없애야 합니다.
그래서 약은 하나도 안 드리고, 술 끊고 운동해서 살 빼시라고 좀 세게 말씀드렸습니다.
한 달만 시간을 달라고 하시고 가셨습니다.
한 달 뒤에 오셨는데 살이 눈에 띄게 빠져 있었습니다.
여쭤보니 운동도 하시고, 다른 병원에서 삭센다도 맞으셨다고 했습니다. 술도 끊으셨고요.
간수치를 다시 재 봤습니다. AST 74, ALT 144. 절반 가까이 떨어졌습니다.
제가 아무 약도 쓰지 않았는데 환자분이 열심히 하셔서 이렇게 되면 저는 기분이 아주 좋습니다.
그런데 이분이 심각하게 고민하시면서 말씀하셨습니다.
업무적으로 술을 안 마실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요. 개인적인 사정을 들어 보니 정말 그런 상황이 맞았습니다.
B형간염이 있는 분이 「저는 B형간염이라 술은 안 됩니다」 하면 사회가 인정해 줍니다.
그런데 술과 지방간으로 간수치가 올랐다고 하면 「괜찮아」 하고 넘어가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그래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내 건강이 나빠졌을 때 같이 마신 사람들이 책임져 주지 않으니까요.
한 가지 더 걱정스러웠던 것은 너무 과열되신 점입니다.
하루에 두 시간씩 운동하고 계셨습니다.
만성질환 관리는 두세 달 하고 끝나는 일이 아니라 장기전입니다.
이렇게 조이면 지치십니다. 10년, 20년 이어 갈 수 있는 습관을 찾으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 2026-11-30이번 주
치매예방약, 건강보험 혜택 줄어들 듯
치매 예방약이 건강보험에서 빠지게 됐습니다. 잘된 일일까요.
먼저 이 약이 어떤 약인지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신경세포끼리 신호를 주고받을 때 쓰이는 물질의 원료를 넣어 주는 약입니다.
효과가 드라마틱하지는 않습니다. 조금 있는 정도입니다.
그런데 「치매 예방약」이라는 이름이 붙고 입소문이 나면서 처방이 어마어마하게 늘었습니다.
185만 명이 처방받고 있고, 매출로 따지면 한 해 3천억 원쯤 됩니다.
그래서 조사를 해 봤더니, 실제 치매 환자에게 쓰이는 비율은 17%였습니다.
나머지 70%는 경도인지장애 코드로 나가고 있었습니다.
저는 웬만하면 안 드리려고 합니다. 속이 메스껍고 토하고 설사하는 위장관 부작용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말씀드리면 「다른 데서는 다 해줘요」라고 하십니다.
이사 오셔서 전에 먹던 약을 달라고 하시면 제가 끊으시라고 말씀드리기도 어렵습니다.
이번에 경도인지장애가 급여에서 빠졌습니다. 본인부담이 크게 늘어납니다.
그러면 재정도 아끼고 잘된 일일까요.
그렇게만 생각하면 한 단계만 본 것입니다.
경도인지장애가 아닌데 받아 가시던 분들은 그냥 안 드시면 그만입니다. 오히려 그분들께는 도움이 되는 정책입니다.
손해를 보는 쪽은 진짜 경도인지장애 환자분들입니다.
이분들은 약만 받아 가신 것이 아니라 병원에 오셔서 상담하고 관리받고 계셨습니다.
약이 빠지면 병원에 올 이유가 없어집니다.
그런데 경도인지장애는 매년 10~15%가 치매로 넘어갑니다.
치매로 가기 전에 한 번 주어지는 골든타임이라는 뜻입니다. 여기서 관리하면 넘어가는 시기를 늦출 수 있습니다.
그러면 기준을 엄하게 만들어 가짜를 걸러내면 되지 않느냐고 하실 수 있습니다.
그것이 안 됩니다.
경도인지장애는 문답으로 평가합니다. 피를 뽑아서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기억이 안 나는 척하시면 그만입니다.
저는 이런 부분은 조금 안고 가야 한다고 봅니다.
확 빼 버릴 것이 아니라, 정상인에게는 도움이 안 되고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을 넓히면서 줄여 나갔어야 합니다.
몇 년 전에 국가가 치매를 책임지겠다고 했던 것을 생각하면 더 그렇습니다.
- 2026-11-23이번 주
골다공증 치료,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해 보입니다
골다공증 약을 드시던 중에 고관절이 부러진 분이 오셨습니다.
비스포스포네이트 계열 약을 쓰고 계시다가 골절이 온 것입니다.
같은 계열로 계속 가는 것이 맞을까요.
또 다른 골절을 막을 수 있을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더 나은 선택지가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아는 전문가 선생님께 여쭤봤습니다.
요새는 데노수맙이라는 약이 나와 있다고 하시더군요.
고관절 골절에 효과가 좋다는 것이 입증됐고, 몇 년 전까지 이 자리에서 최강자였던 졸레드론산과 비교해도 더 나은 결과가 나왔다고 합니다.
게다가 졸레드론산은 콩팥 기능이 나쁘면 쓰기가 주저되는데, 데노수맙은 콩팥이나 간 기능이 나빠도 제한 없이 쓸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었습니다.
저는 이 약을 한 번도 써 본 적이 없습니다.
부작용이 별로 없다고는 하지만, 제가 안 써 본 약을 제가 관리하기보다는 경험이 있는 곳에 의뢰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환자분께 다 드리지는 못했습니다.
다니시던 정형외과 이야기를 하다가 진료가 끝나 버렸고, 그 뒤로 다시 뵙지 못했습니다.
한 번만 더 오셨더라면 소견서를 써서 보내 드리려고 했습니다.
골다공증이라고 해서 다 같은 골다공증이 아닙니다.
전문가의 손이 필요한 영역이 따로 있습니다.
- 2026-11-16이번 주
됐고 약이나 줘 - 당뇨합병증의 치료
「됐고 약이나 주세요.」 합병증까지 오신 분들이 자주 하시는 말입니다.
당뇨가 오래되고 합병증까지 오신 분들일수록 설명을 듣기 싫어하십니다.
갈 데까지 갔다고 생각하시고, 치료를 반쯤 포기한 채로 병원만 다니시는 겁니다.
그런데 진행된 분일수록 더 엄격하게 조절하셔야 합니다.
당뇨에는 단계가 있습니다.
전 단계에서 초기 당뇨로 가고, 조절이 안 되는 당뇨가 되고, 그다음에 합병증이 옵니다.
제일 좋은 것은 전 단계에서 넘어가지 않는 것입니다.
초기 당뇨라면 전 단계로 되돌릴 수 있습니다.
더 진행하면 되돌리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어렵습니다.
그러면 합병증이 오면 포기해야 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합병증마다 치료가 따로 있습니다.
관상동맥은 지난 20년 사이에 스텐트가 엄청나게 발전했습니다. 심근경색이 와도 회복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병명이 하나 더 생겼다고 보시면 됩니다.
콩팥이 나빠졌으면 혈압을 더 엄하게 잡고, 식사도 당뇨식과 달리 더 엄격하게 가고, 빈혈과 콜레스테롤을 관리합니다. 그래도 안 되면 투석을 준비합니다.
망막병증은 약물을 써 보고 안 되면 레이저로 치료합니다.
신경병증은 신경 자체를 어쩌기가 어려워 약으로 증상을 조절하는 정도입니다. 그래도 효과를 보시는 분이 꽤 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뛰어넘는 원칙이 하나 있습니다.
합병증이 왔을 때야말로 엄격한 혈당 조절입니다.
그것만 잘해도 합병증 증상이 누그러지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다만 자율신경병증이 와서 저혈당을 잘 못 느끼시는 분은 그렇게까지 조이기 어렵습니다.
삶의 질로 따지면 사실 이 단계가 제일 중요합니다. 전 단계에서는 아무리 열심히 해도 몸으로 느껴지는 것이 없지만, 여기서는 다릅니다.
- 2026-11-09이번 주
누가 당뇨병성 신증이 더 잘생기는가
같은 당뇨인데 어떤 분에게는 콩팥이 오고 어떤 분에게는 오지 않습니다.
가장 크게 갈리는 것이 유전적인 감수성입니다.
인디언을 대상으로 2대에 걸쳐 본 연구가 있습니다.
부모도 당뇨, 자식도 당뇨인 집안을 놓고, 부모에게 단백뇨가 있었는지에 따라 자식에게 콩팥병이 생기는 비율을 봤습니다.
부모 두 분 다 단백뇨가 없으면 14%였습니다.
한 분에게 있으면 23%였습니다.
두 분 다 있으면 46%였습니다.
절반 가까이 생기는 것입니다.
이 차이는 당뇨를 앓은 기간이나 혈압이나 혈당 조절 상태로는 설명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미세단백뇨가 보이는 분께는 꼭 여쭤봅니다.
「부모님이나 형제분 중에 당뇨가 있으신 분이 계십니까? 그분이 콩팥 때문에 고생하셨습니까?」
있다고 하시면 초반부터 관리해야 한다고 훨씬 자세히 설명드립니다.
그 밖의 위험 인자도 있습니다.
하나는 과여과입니다. 당뇨 초기에는 오히려 여과가 지나치게 많이 일어나는데, 그러면 사구체 안의 압력이 올라가면서 나중에 콩팥에 부담이 됩니다.
그다음이 불량한 혈당 조절입니다. 이건 아주 명확합니다.
비만과 흡연도 있지만 혈당만큼 명확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확정적인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아무것도 해당되지 않는데 생기는 분도 있습니다.
담배를 태우시고 혈당이 100에서 300을 오가는데도 15년째 멀쩡하신 분도 있습니다.
그러니 아는 부분은 철저히 조절하고, 위험 인자가 있는 분은 소변검사와 피검사를 남들보다 더 자주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 2026-11-02이번 주
만성콩팥병, ACEi 와 ARB를 병합해도 될까
콩팥에 좋은 약이 두 가지 있습니다. 그러면 둘을 같이 쓰면 더 좋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안 됩니다.
이런 고민은 만성콩팥병에서만 합니다.
다른 병에서는 굳이 겹쳐 쓸 이유가 없습니다. 칼슘차단제도 있고 베타차단제도 있고 이뇨제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 두 약은 콩팥병일 때 활성화되는 나쁜 시스템을 억제합니다.
콩팥을 지키는 효과가 워낙 좋다 보니, 그러면 둘을 같이 쓰면 그 시스템이 싹 없어지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작용하는 자리도 조금 다릅니다. ARB는 수용체 자체를 막고, ACE 억제제는 변환하는 효소를 막습니다.
이론적으로는 아주 좋아 보입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두 가지 문제가 생깁니다.
첫째, 나가는 혈관이 너무 넓어지면 걸러지는 피 자체가 줄어듭니다. 급성신부전이 올 수 있습니다.
둘째, 알도스테론까지 막히면서 고칼륨혈증이 옵니다.
둘 다 치명적일 수 있는 병입니다.
저는 이것을 이렇게 생각합니다.
아무리 적이라도 도망갈 길은 남겨 둬야 합니다.
성을 사방으로 다 치면 적이 죽기 살기로 버팁니다. 한쪽을 비워 두면 그리로 빠질까 하는 고민이 생기고, 매복해 두었다가 잡을 수도 있습니다.
만성콩팥병을 치료하는 목적은 길게 보고 오래 살자는 것입니다.
그런데 급성으로 치명적인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그럴 필요가 있을까요.
그래서 지금은 병합하지 않습니다.
혈압이 안 떨어지면 칼슘차단제를 더하고, 그래도 안 되면 이뇨제나 베타차단제를 얹는 쪽으로 갑니다.
- 2026-10-26이번 주
만성콩팥병, 메포민 먹어도 되나요
만성콩팥병이 있는데 당뇨도 있습니다. 메트포민을 계속 먹어도 될까요.
이런 분이 아주 많습니다. 당뇨병성 신증으로 콩팥이 나빠진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먼저 콩팥이 하는 일을 하나 짚고 가겠습니다.
콩팥은 우리 몸의 산과 염기 균형을 맞추는 장기입니다. 이 균형이 깨지면 사람이 살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만성콩팥병이 진행하면 나중에 산증이 옵니다.
그런데 메트포민도 기전상 아주 드물게 산증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안 그래도 산증이 생길까 걱정인 자리에 위험이 하나 더 얹히는 셈입니다. 꺼려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기준이 있습니다.
사구체여과율이 60 이상이면 그냥 드셔도 됩니다.
60 밑으로 떨어지면 용량을 줄입니다.
30 밑이면 중단합니다.
다만 크레아티닌 수치가 조금씩 오르내리다 보니, 60 밑이면 감량하지 않고 아예 중단하시는 선생님도 많습니다.
저도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요새는 다른 좋은 약이 많이 나와 있으니까요.
이건 선생님마다 스타일이 조금씩 다른 부분입니다.
그러면 메트포민을 못 드시게 되면 무엇으로 바꿀까요.
설포닐우레아 중에는 콩팥 기능에 따라 용량을 조절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있습니다. 글리피자이드, 글리클라자이드(다이아미크롱) 계열입니다.
DPP4 중에서는 트라젠타가 같은 이유로 편합니다. 물론 다른 약도 잘 조절해서 쓰면 됩니다.
SGLT2는 콩팥을 통해 당을 내보내는 약이라, 콩팥병이 있으면 잘 쓰지 않습니다.
- 2026-10-19이번 주
나는 혈압, 당뇨 둘 중에서 하나만 조절하겠어
「둘 다는 벅찹니다. 저는 혈압만 조절하겠습니다.」 진료실에서 종종 듣는 말입니다.
먼저 알아 두실 것이 있습니다.
당뇨가 있는 분 중에 고혈압이 같이 있는 비율은 30세 이상에서 55.3%입니다.
65세 이상에서는 71.2%입니다.
절반이 넘습니다. 둘 다 있다는 것이 나에게만 생긴 특별한 일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하나만 고르겠다는 말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이런 말씀은 주로 혈압은 조절되는데 당이 잘 안 되는 분들이 하십니다.
당뇨가 있는 분에서 혈압 조절률은 68.7%, 65세 이상은 73.8%쯤 됩니다.
그런데 당 조절률은 24~28%입니다.
버리시겠다는 쪽이 하필 어려운 쪽입니다.
혈압은 약만 잘 드시면 어느 정도 조절됩니다. 조금만 신경 쓰면 되는 쪽이에요.
그러니 혈압이 잘 되니 당뇨를 버리겠다는 것은 순서가 거꾸로입니다.
게다가 두 병의 생활수칙은 대부분 겹칩니다.
운동하고, 체중 줄이고, 균형 잡힌 식사를 하는 것입니다. 혈압에 소금 이야기가 조금 더 붙는 정도지 거의 같습니다.
지키다 보면 둘이 같이 잡히게 되어 있습니다.
합병증도 겹칩니다.
뇌졸중, 심부전, 허혈성 심질환, 부정맥. 모두 당뇨에서도 나타나는 것들입니다.
혈압에서 특히 잘 생기는 것도 있기는 합니다. 200에 120을 넘으면 처지고 머리 아프고 토하는 고혈압성 뇌증 같은 것입니다. 이건 혈압을 내리면 좋아집니다.
그래서 이 둘은 따로 가는 병이 아니라 함께 가져가야 하는 병입니다.
- 2026-10-12이번 주
완벽한 당뇨인, 얼마나 될까
당뇨가 있는 분 중에 혈압·혈당·콜레스테롤이 모두 목표 안에 들어오는 분은 몇 %일까요.
8.4%입니다.
열 명 중 한 명이 안 됩니다.
65세 이상만 따로 봐도 9.7%입니다. 오히려 연세 있으신 분들이 조금 낫습니다.
왜 이렇게 적을까요.
셋 중에 무엇이 발목을 잡는지 보면 답이 나옵니다.
고혈압은 치료하면 73%쯤 조절됩니다.
콜레스테롤도 80% 언저리입니다.
그런데 당은 28%입니다. 혼자 확 떨어집니다.
그러니 당뇨 관리만 잘 되면 「완벽한 당뇨인」이 확 늘어난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혹시 세 가지가 다 조절되고 계신 분이 보고 계시다면 자부심을 가지셔도 좋습니다.
열두 명 중 한 명 안에 드신 겁니다. 공부로 치면 인서울 하신 셈입니다.
그리고 진료하시는 선생님이 보고 계시다면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하루에 당뇨 환자 서른 분을 보는데 그중 열다섯 분이 「다 좋습니다」 하고 나가신다면, 그건 이 통계와 잘 맞지 않습니다.
혹시 놓치고 있는 것이 없는지 한번 생각해 보실 필요가 있습니다.
- 2026-10-05이번 주
지긋지긋한 건강식품 문제. 이거 먹어요? 먹지 말아요?
교통사고로 입원하신 60대 여성분이 혈압이 너무 올랐다며 오셨습니다.
원래 고혈압이 있었고, 당뇨는 10년쯤 되셨고, 갑상선기능저하증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병력을 보다가 이상한 것을 발견했습니다.
갑상선약을 1~2년 전에 스스로 끊으셨다는 겁니다.
간수치가 올라가서 끊은 것이 아니라, 올라갈까 봐 미리 끊으셨다고 했습니다.
혈압을 재 봤습니다. 200에 100이었습니다.
160에 100을 넘으면 이기고혈압, 180에 110에 가까우면 고혈압성 긴급이라고 부릅니다. 빨리 조절해야 하는 단계입니다.
당도 봤습니다. 공복혈당 350, 당화혈색소 10.3%였습니다.
여쭤보니 갈증이 나고 소변도 자주 보신다고 했습니다. 컨디션이 아주 안 좋은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혈압약부터 드리고 며칠 지켜보니 150에 90까지 떨어졌습니다. 이제 당뇨 관리를 설명드릴 차례였습니다.
그런데 제가 설명을 드리려고 하면 계속 건강식품을 물으시는 겁니다.
오메가3을 드신다고 하셨습니다. 중성지방이 정상이라 안 드셔도 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비타민C는 드셔도 그만 안 드셔도 그만이라고 했고, 비타민D는 골밀도를 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다음부터는 베트남에서 수입했다는 버섯 같은 것들이 이어졌습니다. 열 가지쯤 됐습니다.
게다가 이분은 간수치도 조금 올라 있었습니다. AST 60, ALT 80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제가 딱 잘랐습니다.
지금 그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고, 다 갖다 버리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간수치가 올라간 것도 그중 무언가 때문일 수 있고요.
좀 충격을 받으셨습니다. 그래서 다시 차분히 설명을 드리기는 했습니다.
이분은 약을 끊고, 그 빈자리를 건강식품으로 메우려 하셨던 겁니다.
건강해지려고 드시는 것인데 결과적으로는 건강을 해친 쪽이 됐습니다.
이렇게 세게 말씀드리면 저와 안 맞는다고 다음에 안 오시는 분도 많습니다. 그래도 저는 이렇게밖에 말씀드릴 수가 없었습니다.
- 2026-09-28이번 주
혈압약, 언제 끊을수 있는가
혈압약은 한번 시작하면 평생 먹는 것으로 알고 계십니다.
대체로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아주 드물게 끊는 경우도 있습니다.
끊는다는 것은 끊고 나서도 혈압이 정상 범위에 머문다는 뜻입니다.
그러면 누가 끊을 수 있을까요. 세 가지를 봅니다.
첫째, 치료를 시작할 때 혈압이 심하지 않았던 분입니다. 140에 90쯤에서 시작했으면 가능성이 있고, 180에 120에서 시작했으면 어렵습니다. 약 한 알로 조절되는 정도여야 합니다.
둘째, 생활습관이 정말로 잡힌 분입니다. 체중, 소금, 운동, 담배입니다.
셋째, 젊은 분입니다. 고혈압은 기본적으로 노화이기 때문입니다.
저도 이렇게 해서 한두 분 정도 끊어 봤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끊을까요. 약에 따라 다릅니다.
암로디핀처럼 반감기가 긴 약은 이틀에 한 번, 홀숫날에만 드시는 식으로 줄여 갑니다.
반감기가 짧은 약은 용량을 줄입니다. 5mg 드시던 것을 2.5mg으로요.
그리고 혈압을 재야 합니다. 오르면 바로 원래대로 돌아갑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번거롭게 끊어야 할까요. 그냥 끊으면 편할 텐데요.
갑자기 끊으면 교감신경이 확 뜨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평소에 약을 먹고 있을 때보다도 혈압이 더 올라갈 수 있습니다. 농구에서 공이 튀어 오르는 그 리바운드처럼요.
이것을 리바운드 고혈압이라고 합니다.
교감신경이 뜨니 협심증이나 심근경색 위험도 따라옵니다.
무엇이든 천천히 해야 합니다.
※ 혈압약을 혼자 판단해서 끊으시면 안 됩니다. 끊을 수 있는지, 어떻게 줄일지는 반드시 담당 의사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 2026-09-21이번 주
50세 남자, 소변검사에서 당이 나왔다면
50세 남자분의 건강검진 소변검사에 당이 한 줄 나왔습니다.
아주 조금 나왔습니다. 그냥 넘어가도 될 것 같은 결과입니다.
그런데 그렇지 않습니다.
소변에 당이 조금이라도 나왔다는 것은, 어느 시점엔가 혈당이 200 이상 올라갔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검사한 그 순간이 아니라, 그 사이 어딘가에서 200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왔다고 봐야 합니다.
이 말씀을 드리면 대개 많이 당황하십니다.
당뇨일 수도 있고, 초기 당뇨일 수도 있고, 전당뇨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오히려 이때가 중요한 시기라고 봅니다.
전당뇨는 관리만 잘하면 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초기 당뇨도 전당뇨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더 진행한 다음에는 그것이 안 됩니다.
그래서 저는 이때 오신 분들을 붙잡고 좀 세게 말씀드립니다. 다시 오셔서 정확하게 검사해 보자고요.
그렇게 해서 아무 일 없던 분도 꽤 있었습니다.
전당뇨나 초기 당뇨가 발견된 분도 종종 있었습니다.
소변검사의 당 한 줄을 그냥 지나치지 마시고, 이참에 드시는 것과 운동을 한번 점검하는 계기로 삼으시면 좋겠습니다.
- 2026-09-14이번 주
당뇨병 선별검사 대상은?
173cm에 73kg인 서른한 살 남자분. 아무 증상도 없습니다.
이분은 당뇨 검사를 받아야 할까요?
받아야 합니다.
당뇨 선별검사 기준이 체질량지수 23부터이기 때문입니다.
173cm에 73kg이면 24.4입니다. 기준을 훨씬 넘습니다.
굉장히 엄격한 기준입니다. 일찍 찾아서 합병증을 막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이렇게 잡아 두었습니다.
체중 말고도 검사해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부모나 형제자매 중에 당뇨가 있는 경우입니다. 직계가족이면 유전적인 영향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내당능장애나 공복혈당장애가 있었던 경우입니다. 이미 기미가 보였던 것이니까요.
임신성 당뇨를 앓았던 경우, 4kg이 넘는 아기를 낳은 경우도 해당됩니다.
고혈압이나 고지혈증이 있는 경우도 검사합니다. 이것들은 당뇨를 친구처럼 따라다니는 놈들이라, 하나가 보이면 나머지도 같이 있는지 봐야 합니다.
이미 심혈관 질환이 와 버린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늦었더라도 그것이 당뇨 때문이었다면 당뇨를 조절해야 하니까요.
그러면 무엇을 검사할까요.
세 가지를 봅니다.
8시간 이상 굶고 재는 공복혈당, 석 달 치 평균을 보는 당화혈색소, 당을 마시고 어디까지 오르는지 보는 경구당부하검사입니다.
이 중 하나라도 걸리면 당뇨로 진단합니다.
- 2026-09-07이번 주
우리 몸이 급할 때 혈류를 빌리러 가는 곳
혈압이 뚝 떨어지면 몸은 어디에서 피를 끌어올까요.
혈압이 떨어지면 심장과 뇌가 먼저 위험해집니다.
이 둘이 죽으면 그냥 끝입니다. 그러니 어디선가 피를 끌어와서라도 이쪽을 살려야 합니다.
몸이 고르는 곳은 위장관입니다.
죽게 생겼는데 밥 먹고 소화할 정신은 없으니까요. 지금 급한 일이 아닌 곳부터 희생시키는 겁니다.
어떻게 끌어오는지 보겠습니다.
교감신경이 위장관으로 가는 가는 동맥을 세게 조입니다. 문을 닫아 버리는 셈입니다.
정맥도 같이 쥐어짭니다. 거기 고여 있던 피가 간을 거쳐 심장으로 밀려 들어갑니다.
이렇게 해서 200에서 400mL를 더 쓸 수 있게 됩니다.
얼마 안 되어 보이지만 계속 돌기 때문에 꽤 많은 양입니다.
급할 때는 몇 시간까지도 이렇게 버팁니다.
그런데 무한정은 안 됩니다.
피가 끊긴 위장관도 일은 하거든요. 밥을 못 먹어도 일은 합니다.
산소가 모자란 채로 일하니 아데노신이라는 물질이 쌓입니다.
그러면 이 아데노신이 닫아 놓은 문을 조금씩 도로 엽니다. 이러다 죽겠다고 문을 여는 셈입니다.
이것을 대사성 혈관 확장이라고 합니다.
결국 위장관으로 가는 피는 교감신경이 조이는 힘과 아데노신이 여는 힘, 이 둘의 줄다리기로 정해집니다.
몸이 벌어 준 그 몇 시간 안에 원래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 2026-08-31이번 주
만성 B형간염에서 조직검사를 고려하는 경우는
만성 B형간염 환자분이 계십니다. 바이러스는 20만인데 간수치는 정상입니다. 나이는 마흔입니다.
기준대로라면 치료하지 않습니다.
치료 기준이 숫자로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e항원이 양성이면 바이러스 DNA가 10만을 넘고, AST와 ALT가 정상 상한의 두 배를 넘을 때 치료합니다. e항원이 음성이면 DNA 기준이 1만으로 내려갑니다.
ALT가 기준에 들어가 있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간이 얼마나 부서지고 있는지를 보는 숫자이기 때문입니다.
바이러스도 많고 간도 많이 부서지고 있으면 치료하라는 뜻이지요.
그런데 여기에 논란이 있습니다.
ALT가 하나도 오르지 않으면서 바이러스만 계속 증식하다가, 나중에 간경변과 간암으로 가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다시 앞의 환자분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기준대로 치료하지 않는 이유는 면역이 아직 봐주고 있는 시기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마흔에 면역이 봐주고 있을까요?
제 생각에는 간이 부서지고 있는데 이 검사가 못 잡고 있을 가능성이 더 높아 보입니다.
이럴 때 간생검을 합니다.
바깥에서 바늘을 찔러 조직을 조금 떼어 직접 들여다보는 검사입니다. 번거롭고, 두 번 찌르기도 합니다.
그렇게 봐서 염증과 괴사가 중등도 이상이거나 문맥 주변에 섬유화가 있으면, 간수치가 정상이어도 치료합니다.
숫자가 못 걸러내는 자리를 눈으로 확인하러 가는 셈입니다.
- 2026-08-24이번 주
건강한 사람에게 비타민D가 도움이 될까
비타민D는 많이 먹을수록 뼈에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는 결과가 나온 연구가 있습니다.
2019년 JAMA에 실린 연구입니다.
건강한 사람 300명을 3년 동안 지켜봤습니다. 골다공증도 없고, 골다공증 위험도 없고, 비타민D가 모자라지도 않은 분들입니다.
이분들을 하루 400단위, 4,000단위, 10,000단위 세 무리로 나눴습니다.
용량이 적어서 효과가 없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많이 먹으면 더 좋지 않겠느냐는 생각으로 설계한 연구인 셈입니다.
3년 뒤 골밀도를 봤습니다.
400단위는 1.2% 감소, 4,000단위는 2.4% 감소, 10,000단위는 3.5% 감소였습니다.
늘어난 것이 아니라 줄었고, 많이 먹은 쪽이 더 줄었습니다.
왜 그런지는 아직 모릅니다.
다만 이 연구에는 큰 구멍이 하나 있습니다.
비타민D를 아예 먹지 않는 무리가 없습니다. 그러니 비타민D 때문에 줄었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3년 나이를 먹어서 줄어든 것일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도 용량이 올라갈수록 더 줄었다는 사실은 이상한 일입니다.
저는 이 연구 하나로 비타민D를 드시지 말라고 말씀드리지는 못합니다.
다만 결핍도 없고 골다공증 위험도 없는 분이 꼭 드셔야 하느냐고 물으신다면, 글쎄요.
무엇이든 꼭 필요한 사람에게 적정한 용량으로 쓰는 것이 원칙입니다. 만능인 약도, 만능인 식품도 없습니다.
- 2026-08-17이번 주
불필요한 병과 약의 순환고리
31세 남자분이 두통 때문에 진료실에 오셨습니다.
그런데 복용 중인 약을 보니, 5년째 협심증 약과 타이레놀을 함께 드시고 있었습니다.
이야기를 처음부터 들어보니 조금 이상했습니다.
5년 전, 동생이 큰 교통사고를 당한 직후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갑자기 가슴이 아팠습니다. 응급실로 가서 여러 검사를 했지만 특별한 이상은 없었고, 마지막으로 시행한 관상동맥 조영술에서도 혈관이 막힌 곳은 없었습니다.
다만 약물로 혈관을 자극하는 검사에서 관상동맥이 수축하는 소견이 나타났고, 혈관연축성 협심증이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이후 혈관을 넓히는 약을 복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약을 먹고 나니 이번에는 머리가 아팠습니다.
두통 때문에 다시 대학병원에 갔고, 뇌 MRI까지 찍었지만 이상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두통이 있을 때 타이레놀을 먹으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것이 협심증 약 → 두통 → 타이레놀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상태로 5년이 흘렀습니다.
제가 궁금했던 것은 아주 단순했습니다.
「그런데 그 뒤로 가슴은 다시 아팠습니까?」
놀랍게도 5년 동안 한 번도 아프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협심증 약도 꾸준히 먹은 것이 아니라 드시다 말다 했는데도 말입니다.
저는 이분에게 새로운 약을 하나 더 처방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처음부터 다시 한번 생각해 보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몇 년 뒤 제가 다른 지역의 병원으로 옮긴 후, 이분이 저를 다시 찾아오셨습니다.
그동안 약을 하나도 먹지 않았는데도 아무 증상 없이 잘 지내고 있다고 했습니다.
검사에서 이상이 나오면 병명이 붙고, 병명이 붙으면 약을 먹게 됩니다.
그리고 그 약 때문에 새로운 증상이 생기면 또 다른 검사를 하고, 또 다른 약이 추가되기도 합니다.
물론 검사와 약은 필요합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에는 지금 치료하고 있는 문제가 처음부터 정말 치료가 필요한 문제였는지, 새로 생긴 증상이 혹시 치료 과정에서 생긴 것은 아닌지 전체 흐름을 다시 돌아볼 필요도 있습니다.
※ 이 사례를 보고 복용 중인 심장약을 임의로 중단해서는 안 됩니다. 특히 실제 관상동맥질환이 있거나 스텐트 시술을 받은 분들은 약을 중단하면 위험할 수 있습니다. 약의 중단이나 변경은 반드시 담당 의사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