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필락시스 발생률 증가는 실제 증가, 진단 능력 향상, 진단 기준 확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며, 사망률이 낮게 유지되는 것은 에피네프린의 역할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❶ 생각해 보셨나요?

한국에서 아나필락시스 발생률은 2008년 10만 명당 15건에서 2014년 30건으로 6년 만에 두 배가 됐다. 그런데 사망자는 크게 늘지 않았다. 발생이 두 배로 늘었는데 사망이 늘지 않았다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가. 각각의 이유가 따로 있다.

❷ 발생률이 증가한 이유는 무엇인가

발생률 증가는 단일한 원인이 아니라 복합적인 요인이 겹쳐 있다.

첫 번째 요인은 진단 능력 향상과 인식 개선이다. 과거에는 아나필락시스라는 개념은 있었지만 진단 기준과 치료 지침이 명확하지 않았다. 세계알레르기기구(WAO, World Allergy Organization)에서 가이드라인을 정립하고 보급하면서 의료진이 더 정확하게 진단하게 됐다. 일반 대중의 인식도 높아졌다.

두 번째 요인은 진단 기준의 확대다. 진단 기준 2(알레르겐 노출 + 저혈압 또는 기도 증상)가 정립되면서, 과거에는 “이 정도가 아나필락시스인가?” 하고 넘어갔던 경증 사례들이 아나필락시스로 분류되기 시작했다. 발생 자체가 늘지 않았더라도 수치는 올라갈 수 있다.

세 번째 요인은 환경 변화다. 이 부분은 아직 가설 단계다.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위생 가설(hygiene hypothesis)로, 지나치게 위생적인 환경이 면역계의 정상적인 발달을 저해하여 알레르기 질환이 늘어난다는 설명이다. 가공식품과 식품 첨가물의 증가, 대기 오염, 기후 변화도 언급된다. 그러나 어느 하나로 확정하기 어렵고,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본다.

❸ 그렇다면 사망률이 낮게 유지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두 가지 설명이 있다.

첫 번째는 에피네프린의 역할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다는 것이다. 아나필락시스 치료의 핵심이 얼마나 빨리 에피네프린을 투여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 명확해졌다. 20분 이내에 적절한 에피네프린 투여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예후가 나빠진다는 근거도 쌓였다. 치료 지침의 보급이 실제 임상 행동을 바꾼 것이다.

두 번째는 대부분의 아나필락시스가 치명적이지 않다는 사실이다. 진단 기준이 넓어지면서 비교적 경증인 사례들이 많이 포함됐다. 에피네프린 없이도 자연 회복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치명적으로 진행하는 아나필락시스는 전체 중 소수다.

즉 발생률 증가의 일부는 경증 사례의 포함 확대이고, 사망률이 낮은 이유의 일부도 그 경증 사례들이 대부분 회복되기 때문이다. 두 현상이 같은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

❹ 그래서

이 두 가지 사실이 모순처럼 보이지만 아나필락시스 치료 원칙을 흔들지는 않는다. 치명적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드물다 해도, 누가 그 경로로 갈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모든 아나필락시스를 적극적으로 치료한다. 사망률이 낮다는 것은 “기다려도 된다”는 신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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