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빈혈(pernicious anemia)은 벽세포(parietal cell) 자가항체로 내인성인자(intrinsic factor) 분비가 차단되어 코발라민(cobalamin) 흡수가 불가능해지는 자가면역 질환이며, 위수술 후에는 철결핍빈혈이 오히려 더 흔하게 나타난다.
❶ 생각해 보셨나요?
위수술 과거력이 있는 환자에게 빈혈이 생기면 반사적으로 비타민 B12 결핍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이 추론은 절반만 맞다. 위수술 후 빈혈의 가장 흔한 원인은 철결핍빈혈(iron deficiency anemia, IDA)이며, 코발라민 결핍은 한참 뒤에야 나타난다.
악성빈혈도 마찬가지다. 이름에 ‘악성’이 붙어 있어 암과 연관 짓기 쉽지만, 이는 자가면역 기전에 의한 거대적혈구빈혈(megaloblastic anemia)의 특수한 형태다.
❷ 악성빈혈은 어떤 경로로 코발라민 결핍을 일으키는가
위 점막에는 여러 종류의 세포가 분포한다. 그 중 벽세포(parietal cell)는 염산(HCl)과 내인성인자(intrinsic factor)를 함께 분비한다. 내인성인자는 소장 말단(terminal ileum)에서 코발라민이 흡수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운반 단백이다.
악성빈혈에서는 벽세포를 표적으로 하는 자가항체가 생성된다. 이 자가항체가 벽세포를 파괴하면 내인성인자 분비가 감소하고, 결과적으로 코발라민 흡수가 차단된다. 산 분비도 함께 줄어 무산증(achlorhydria)이 동반되며, 위산 자극이 없어지니 가스트린(gastrin) 분비가 보상적으로 증가한다.
벽세포는 위체부(body)와 위저부(fundus)에 집중되어 있으므로, 위 아트로피(atrophy)가 이 부위에 특징적인 패턴으로 나타난다. 또한 벽세포에 대한 자가항체를 갖는 환자의 약 50%는 갑상선 자가항체도 함께 보유하여, 하시모토 갑상선염(Hashimoto thyroiditis)이나 그레이브스병(Graves’ disease)이 동반될 수 있다. 악성빈혈 진단 시 갑상선 평가를 함께 시행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치료는 코발라민 보충이다. 흡수 경로 자체가 막혀 있으므로 경구 대량 투여 또는 주사가 필요하다. 스테로이드를 사용하면 자가면역 반응을 억제해 일부 호전을 기대할 수 있다.
❸ 위수술 후에는 왜 철결핍빈혈이 먼저 오는가
위를 절제하면 위산 분비가 감소한다. 산도(acidity)가 낮아지면 3가철(ferric iron, Fe³⁺)이 2가철(ferrous iron, Fe²⁺)로 환원되지 못해 철 흡수가 저해된다. 빌로스 II 문합술(Billroth II)을 시행하면 십이지장(duodenum)을 우회하게 되어 철 흡수 장소 자체가 차단되므로 더욱 잘 발생한다. 수술 후 반복 출혈이나 철 함유 상피세포의 탈락도 기여한다. 전체 위 수술 환자의 30% 이상에서 IDA가 나타난다.
반면 코발라민은 체내 저장량이 상당하여 고갈까지 수 년이 걸린다. 전위절제술(total gastrectomy) 후에도 코발라민 결핍 빈혈은 대부분 5년 이상 경과한 뒤에야 나타난다.
엽산(folate) 결핍도 발생할 수 있는데, 이는 흡수 이상보다는 수술 후 식욕 부진으로 인한 섭취 감소 때문이다.
❹ 결국
위수술 후 빈혈을 볼 때는 경과 기간을 먼저 파악한다. 초기(수년 이내)라면 철결핍빈혈을 먼저 의심하고 MCV, 혈청 철, 페리틴을 확인한다. 수술 후 5년 이상이 되었다면 코발라민 결핍을 추가로 고려한다.
악성빈혈은 자가항체 검사로 확인하되, 갑상선 기능 평가를 함께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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