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조절이 혈관의 굵기를 조였다 풀었다 하는 것이라면, 장기 조절은 혈관 자체를 새로 만드는 것이다.
❶ 생각해 보셨나요?
혈류를 늘리는 가장 빠른 방법은 혈관을 확장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방법은 일시적이다. 조직의 요구가 수개월째 계속된다면 혈관을 잠깐 확장시키는 것으로는 답이 안 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❷ 혈관 신생(angiogenesis)은 어떻게 일어나는가
조직이 지속적으로 일이 많아지면, 기존 혈관에서 먼 세포들은 산소와 영양분이 부족해지고 노폐물이 쌓인다. 이 상태의 세포들이 혈관 생성 인자(angiogenic factor)를 분비한다. 대표적인 것이 VEGF(vascular endothelial growth factor)다.
VEGF가 분비되면 다음 순서로 혈관이 만들어진다.
- 기존 혈관의 기저막(basement membrane)이 분해된다.
- 내피세포가 그 빈 공간을 따라 관 모양으로 자라 들어간다.
- 내피세포 관에 혈류가 흐르기 시작한다.
- 혈류가 충분히 흐르면 평활근 세포가 들어와 혈관 벽을 완성한다.
이렇게 새로운 혈관이 생긴다. 이것이 혈관 신생이다.
❸ 혈관 분포는 평균 필요량이 아니라 최대 필요량을 기준으로 결정된다
혈관이 새로 만들어질 때 어느 수준까지 공급할 수 있도록 설계될까? 평균 수요일까, 최대 수요일까?
답은 최대 수요다.
평소 운동을 거의 안 하는 사람도, 급히 달려야 하는 순간이 생기면 근육에 갑자기 많은 혈류가 필요하다. 그때 혈관을 새로 만들 시간이 없다. 그래서 몸은 미리 최대 필요량을 기준으로 혈관을 충분히 확보해둔다. 평소에는 그 혈관 전부를 쓰지 않아도 된다 — 길은 뚫어두되, 안 가면 그만이다.
암과 혈관 신생의 역설
이 원리를 역으로 이용한 것이 항암 치료의 혈관 신생 억제 전략이다. 암세포도 대사가 왕성하므로 VEGF를 왕성하게 분비해 주변에 혈관을 끌어들인다. 이 혈관 공급을 차단하면 암세포는 영양 공급이 끊겨 성장을 멈춘다. 이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한 치료제 개발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❹ 결국
단기 조절은 이미 있는 혈관을 더 효율적으로 쓰는 것이고, 장기 조절은 도로 자체를 새로 놓는 것이다. 두 시스템이 함께 작동해야 조직은 변화하는 요구에 지속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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