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관이 서서히 좁아질 때 주변 조직은 혈관 생성 인자를 분비해 우회로를 만든다. 이 우회로를 측부순환(collateral circulation)이라 한다.

❶ 생각해 보셨나요?

관상동맥이 50% 좁아지면 협심증이 생긴다. 이 상태가 수개월에 걸쳐 80%까지 진행되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더 나빠진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실제로는 오히려 증상이 처음보다 나아지는 경우가 있다.

❷ 측부순환은 어떻게 생기는가

관상동맥이 서서히 좁아지면 혈류를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는 심근 조직들이 VEGF 등 혈관 생성 인자를 왕성하게 분비한다. 이에 따라 주변의 다른 혈관 가지들이 자라 들어와 우회로를 형성한다. 이것이 측부순환(collateral circulation)이다.

측부순환의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형성에 수개월이 걸린다. 혈관이 새로 자라는 것이므로 하루아침에 되지 않는다. 이 시간적 여유가 있어야 측부순환이 발달할 수 있다.

둘째, 하나의 큰 혈관이 아니라 여러 개의 작은 혈관으로 구성된다. 한 방향에서 굵은 혈관이 자라오는 것이 아니라, 여러 방향에서 가는 혈관들이 촘촘하게 들어오는 형태다.

셋째, 최대 요구량을 완전히 충족시키지는 못한다. 안정 상태(rest)에서는 충분할 수 있지만, 운동처럼 심근이 많은 혈류를 필요로 하는 상황에서는 여전히 부족하다.

❸ 그렇긴 하지만 갑자기 막히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측부순환은 서서히 좁아지는 상황에서만 발달한다. 플라크(plaque)가 갑자기 파열되어 혈전(thrombus)이 혈관을 순식간에 완전히 막는 경우 — 이것이 심근경색(myocardial infarction)이다 — 에는 측부순환이 대응할 시간이 없다.

즉 같은 관상동맥 병변이라도 진행 속도가 예후를 결정한다. 서서히 좁아지면 측부순환이 발달해 상당 부분 보상되고, 갑자기 막히면 보상 없이 심근이 괴사한다.

운동 능력이 제한되어도 증상 없이 지내는 환자가 있는 이유, 그리고 일상은 괜찮다가 갑자기 심근경색으로 쓰러지는 환자가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❹ 결국

측부순환은 몸의 자구책이다. 시간이 있으면 적응하고, 시간이 없으면 무너진다. 관상동맥 질환의 임상 경과가 다양한 이유가 바로 이 차이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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