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콩팥병에서 혈압이 오르는 근본 원인은 수분 배출 능력의 저하이며, 치료의 핵심도 이 체액량 조절에 있다.

❶ 생각해 보셨나요?

혈압약이라고 하면 대개 혈관을 이완시키거나 심장 박동을 줄이는 약을 떠올린다. 그런데 만성 콩팥병(chronic kidney disease, CKD) 환자의 처방전에는 이뇨제가 빠지지 않는다. 이뇨제는 소변을 많이 내보내는 약인데, 이것이 어떻게 혈압약이 될 수 있을까.

❷ 콩팥 기능이 떨어지면 혈압은 왜 오르는가

콩팥의 핵심 기능은 소변을 만들어 체외로 내보내는 것이다. 이 기능이 유지되어야 몸 안의 체액량(circulating volume)이 일정하게 유지된다. CKD가 진행되면 이 소변 생성 능력이 떨어지고, 결과적으로 체액량이 점점 늘어난다. 체액량이 늘면 심장이 내보내는 박출량(cardiac output)이 증가하고, 이것이 혈압 상승으로 이어진다.

즉 CKD에서 혈압이 오르는 핵심 원인은 체액량 과잉이다.

정상 콩팥을 가진 사람은 짠 음식을 먹어 체액량이 늘어나더라도, 혈압 상승 신호에 반응해 소변을 더 내보내는 압력-이뇨(pressure natriuresis) 기전이 빠르게 작동한다. CKD 환자는 이 반응 자체가 손상되어 있기 때문에 혈압이 올라도 소변으로 체액을 내보내지 못한다.

❸ 그렇다면 이뇨제와 ACE 억제제는 어떤 역할을 나누는가

ACE 억제제(ACE inhibitor)는 CKD 환자에게 반드시 쓰이는 약이지만, 혈압을 크게 떨어뜨리는 것이 주목적은 아니다. 이 약은 콩팥 손상의 진행을 늦추기 위해 쓴다. 단백뇨를 줄이고 사구체 내압을 낮춰 장기적인 신 보호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다.

혈압을 실질적으로 낮추는 역할은 이뇨제가 맡는다. 퓨로세미드(furosemide)나 토라세미드(torasemide) 같은 고리 이뇨제(loop diuretic)는 콩팥이 자력으로 내보내지 못하는 체액을 강제로 배출시켜 체액량과 박출량을 줄인다. 이것이 CKD 환자에서 이뇨제가 혈압약으로 쓰이는 이유다.

단, 이뇨제도 결국 콩팥에 있는 이온 채널에 작용하는 약이기 때문에, 콩팥이 심하게 망가지면 이뇨제조차 효과를 내지 못하게 된다.

❹ 결국

콩팥 기능이 더 이상 이뇨제에도 반응하지 않는 단계에 이르면 투석(dialysis)으로 기계적으로 체액을 제거해야 한다. 투석 중 체액을 빼면 혈압이 내려가고, 제거 시점을 놓치면 다시 오른다. 이 과정 자체가 CKD의 혈압 조절이 체액량 관리의 문제임을 보여준다.

소금 섭취를 줄이고 체중을 조절하는 생활 습관이 CKD 환자에게 특히 강조되는 이유도 같다. 콩팥이 체액을 내보낼 능력을 잃어가고 있기 때문에, 들어오는 양을 줄이는 것이 훨씬 중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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