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직장에는 변이 없다. 집단 운동이 변을 직장으로 밀어 넣으면 직장벽이 팽창하고, 이 신호가 장신경계와 부교감신경을 통해 전파되어 배변 반사가 일어난다. 외부항문괄약근을 의식적으로 이완시키는 순간 배변이 완성된다.
❶ 생각해 보셨나요?
변을 참을 수 있다. 반면 참다가 화장실에 가면 힘을 많이 주지 않아도 저절로 나온다. 내 의지로 무언가를 조이고 있다가, 내 의지로 이완시키면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힘을 잔뜩 줘도 잘 안 나온다. 같은 행위인데 왜 결과가 다른가.
❷ 변이 직장으로 들어오면 무슨 일이 생기는가
평소에 직장에는 변이 없다. S자결장과 직장 사이에는 각도가 심한 굴곡(sharp angulation)과 기능적 괄약근이 있어, 집단 운동이 변을 밀어주지 않으면 저절로 흘러내려오지 않는다.
집단 운동으로 변이 직장에 들어오면 직장벽이 팽창한다. 이 팽창이 구심성 신호(afferent signal)를 만들어 두 경로로 전파된다.
경로 1 — 장신경계(myenteric plexus)를 통한 국소 반사:
- 위쪽(하행결장·S자결장): 연동운동 유발
- 아래쪽(내부항문괄약근): 이완
이것만으로도 배변이 어느 정도 가능하지만 반응이 약하다.
경로 2 — 부교감신경을 통한 반사: 신호가 척수까지 올라갔다가 부교감신경을 타고 내려온다. 같은 결과(상부 연동운동 유발 + 내부항문괄약근 이완)가 나타나지만 훨씬 강하게 일어난다.
즉 부교감성 배변 반사가 있어야 하행결장부터 직장까지 내용물을 한꺼번에 비워내는 시원한 배변이 가능하다.
❸ 의식과 배변 반사는 어떻게 연결되는가
항문에는 두 종류의 괄약근이 있다.
- 내부항문괄약근(internal anal sphincter): 불수의근. 의식적으로 조절할 수 없다. 직장이 팽창하면 반사적으로 이완된다.
- 외부항문괄약근(external anal sphincter): 수의근. 의식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평소 항상 수축하고 있어 변이 새지 않게 한다.
변을 참을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외부항문괄약근의 지속적 수축 덕분이다. 화장실에서 변을 보는 행위는 이 외부항문괄약근을 의식적으로 이완시키는 것이다.
대부분의 근육은 수축으로 행위를 만들지만, 배변은 이완으로 행위를 완성한다는 점이 특이하다.
인위적으로 힘을 주면 왜 안 좋은가
배에 힘을 주면(횡격막 하강 + 복근 수축 + 성문 폐쇄 = 발살바 기동) 복강 내 압력이 올라 직장으로 변이 강제로 밀려 내려간다. 직장이 팽창하면 어쨌든 반사가 유발되어 변을 보긴 본다.
그런데 이 인위적 반사를 반복하면 자연적 반사가 억제된다. 직장이 늘어나도 몸이 “또 힘주나 보다”고 반응하게 되어 정작 자연적 연동운동과 괄약근 이완이 약해진다. 자연적 반사가 억제될수록 변비가 심해지고, 더 세게 힘을 주게 되는 악순환이 생긴다.
부교감신경이 잘 작동하려면 이완된 상태가 필요하다. 긴장하거나 조마조마한 상태에서는 부교감성 배변 반사가 잘 일어나지 않는다.
❹ 그래서
배변은 의지로 시작하지만, 핵심 과정은 자율신경 반사가 담당한다. 부교감성 반사가 충분히 일어나야 하행결장부터 직장까지 싹 비워지는 배변이 가능하다.
인위적으로 힘을 주는 습관은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어 보이지만, 반복되면 자연적 반사를 억제해 변비를 악화시킨다. 변비가 있는 환자, 특히 성격이 급하고 여유가 없는 경우에 이 패턴이 많다. 치료적으로도 이완과 여유가 중요한 이유가 부교감성 반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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