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의 글리코겐은 혈당 유지를 위한 공공 저장고이고, 근육의 글리코겐은 자기 자신만 쓸 수 있는 전용 연료다.
❶ 생각해 보셨나요?
간과 근육 모두 글리코겐을 저장한다. 총량으로 보면 근육이 훨씬 많다. 그렇다면 저혈당이 왔을 때 근육이 저장한 글리코겐이 혈당을 올려줄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근육의 글리코겐은 아무리 많아도 혈당을 직접 올릴 수 없다. 이유는 구조에 있다.
❷ 왜 근육 글리코겐은 혈당으로 나오지 못하는가
글리코겐이 분해되면 포도당-6-인산(glucose-6-phosphate, G-6-P)이 만들어진다. 이것이 혈액으로 나가려면 인산기를 떼어내 포도당(glucose)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 마지막 단계를 맡는 효소가 포도당-6-인산가수분해효소(glucose-6-phosphatase)인데, 이 효소가 근육에는 없다.
간에는 이 효소가 있어서 G-6-P → 포도당으로 전환한 뒤 혈중으로 내보낼 수 있다. 근육은 G-6-P 이후 해당 과정을 통해 자기 자신의 에너지로만 소비한다.
즉 근육 글리코겐은 자기 자신의 수축을 위한 전용 연료이며, 혈당에 기여하지 않는다.
❸ 그렇긴 하지만 근육도 간접적으로 혈당 유지에 기여한다
근육 글리코겐은 직접 혈당으로 나오지는 못하지만, 간접 경로가 있다. 근육 내 해당 과정에서 생성된 피루브산(pyruvate)은 젖산(lactate)이나 알라닌(alanine)으로 변환되어 혈중으로 방출된다. 이것이 간으로 이동하면 간이 당신생을 통해 다시 포도당으로 만든다.
이 경로가 젖산 회로(Cori cycle, 코리 회로)와 포도당-알라닌 회로(glucose-alanine cycle)이다. 포도당 자체를 내보내지는 못하지만, 당신생 재료를 공급함으로써 혈당 유지에 간접 기여한다.
간의 글리코겐 — 얼마나 버티는가
간에 저장된 글리코겐은 약 90g이다. 공복 상태에서 간은 시간당 약 9g의 포도당을 혈중으로 내보낸다. 단순 계산으로는 10시간 분량이지만, 실제로는 당신생이 동시에 진행되기 때문에 6~8시간 수면 후에도 약 20g이 남아 있다. 간 글리코겐이 완전히 소진되려면 약 18시간의 공복이 필요하다.
식후에 간 글리코겐이 증가하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식사 후 당신생 재료(젖산, 아미노산)가 풍부해지면 간은 당신생을 통해 포도당을 합성하는데, 이미 혈당이 높은 상황이므로 이 포도당을 혈중으로 내보내는 대신 글리코겐으로 전환해 저장한다. 이를 간접 글리코겐 합성(indirect glycogen synthesis)이라 하며, 식후 간 글리코겐 증가의 약 50%를 차지한다.
❹ 결론적으로
간 글리코겐과 근육 글리코겐은 같은 물질이지만 목적지가 다르다. 간은 공공의 혈당 유지 창고이고, 근육은 자기 전용 연료 탱크이다. 이 구분은 효소 하나(glucose-6-phosphatase)의 유무에서 비롯된다. 글리코겐 저장 질환(glycogen storage disease)이 간 vs 근육 어디에 문제가 있느냐에 따라 임상 양상이 달라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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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행: gluconeo03-substrates 연관: glycogen06-breakdown, insulin-role 다음: glycogen06-breakdow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