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형 간염(HBV) 항바이러스제를 불규칙하게 복용하면 바이러스가 살아남으면서 내성 변이를 축적할 조건이 만들어진다.
❶ 생각해 보셨나요?
결핵 치료제를 불규칙하게 먹으면 다제내성 결핵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B형 간염 항바이러스제도 같은 원리로 내성이 생긴다. 약을 먹다가 안 먹다가 반복하는 것이 왜 문제인지, 단순히 “꾸준히 먹어야 한다”는 말보다 기전을 이해하면 이유가 분명해진다.
❷ 내성은 어떤 조건에서 생기는가
항바이러스제가 바이러스를 죽이는 강도에 따라 상황이 달라진다.
약이 너무 강하면 바이러스를 거의 모두 제거해버리기 때문에 내성 변이가 생길 여유 자체가 없다. 반대로 약이 너무 약하면 바이러스가 약에 아랑곳없이 잘 살기 때문에, 굳이 힘들게 변이를 일으켜 내성을 만들 이유가 없다.
내성이 가장 잘 생기는 것은 약의 강도가 애매할 때다. 바이러스가 일부는 죽고 일부는 살아남는 조건에서, 살아남은 바이러스는 그 약에 저항할 수 있는 방향으로 변이를 축적한다. 불규칙한 복용은 이 “애매한 강도” 상태를 반복적으로 만들어낸다.
❸ 약 자체의 특성도 내성 발생에 영향을 준다
약을 꾸준히 먹는 것 외에, 어떤 약을 선택하느냐도 중요하다.
- 유전자 장벽(genetic barrier) — 내성을 나타내기 위해 필요한 아미노산 치환의 수가 많을수록 내성이 생기기 어렵다. 여러 단계의 변이가 필요한 약은 유전자 장벽이 높다고 표현한다.
- 억제능 — 약이 바이러스를 얼마나 강력하게 억제하는가. 강력한 억제능을 가진 약은 바이러스를 빠르게 줄여 내성 변이 기회를 줄인다.
- 겹저항성(fold resistance) — 같은 효과를 내는 데 필요한 농도가 높을수록 내성이 생기기 쉽다.
❹ 결론적으로
B형 간염 항바이러스제는 복용을 시작했다면 임의로 중단하거나 불규칙하게 복용해서는 안 된다. 약을 빠뜨리는 순간 바이러스 억제 수준이 떨어지고, 그 틈에 내성 변이가 선택적으로 살아남는다. 내성이 생기면 이후 치료 선택지가 좁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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