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암은 혈류 공급의 대부분을 간동맥에 의존하는 과혈관성 종양이라는 특성 덕분에, 간동맥을 선택적으로 막고 항암제를 주입하는 TACE가 가능하다.
❶ 생각해 보셨나요?
동맥을 막아서 암을 굶기는 치료를 왜 다른 암에서는 쓰지 않을까? 폐암, 위암에도 같은 방법을 쓰면 효과적일 것 같다. 그런데 이 치료는 간암에서만 가능하다. 이유는 간의 혈류 구조에 있다.
❷ 간암에서 TACE가 가능한 이유 — 간의 이중 혈류
대부분의 장기는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받는 동맥이 하나다. 동맥을 막으면 그 조직 전체가 손상된다. 간은 예외다. 간으로 들어오는 혈류 경로가 두 갈래이기 때문이다.
- 간동맥(hepatic artery): 전체 혈류의 약 3분의 1을 담당.
- 간문맥(portal vein): 전체 혈류의 약 3분의 2를 담당.
정상 간 세포는 간동맥이 막혀도 간문맥을 통해 혈류를 이어받을 수 있다. 그런데 간암 세포는 다르다. 간암이 성장하면서 주변 간문맥 가지를 잠식하고 파괴하기 때문에, 간암 세포의 혈류 공급은 90% 가까이 간동맥에 의존하게 된다. 이를 **과혈관성 종양(hypervascular tumor)**이라 한다.
즉, 간동맥을 막으면 정상 간 세포는 거의 손상되지 않으면서 암 세포만 선택적으로 혈류가 끊기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❸ 색전물질과 항암제는 어떻게 함께 작용하는가
TACE(transarterial chemoembolization, 경동맥 화학색전술)는 이 구조를 이용해 두 가지를 동시에 한다.
첫째, 색전물질로 간동맥 가지를 막아 암 세포를 산소와 영양분 차단으로 괴사시킨다. 주로 사용하는 색전물질은 **리피오돌(Lipiodol)**로, 양귀비씨에서 추출한 지방산 성분이다. 간동맥에 주입하면 혈관을 폐쇄하는 역할을 한다.
둘째, 리피오돌에 항암제를 섞어 투여한다. 혈관이 막혀 있으므로 주입된 항암제는 빠져나가지 못하고 암 조직 내에 오래 머문다. 전신 투여했을 때보다 암 조직 내 농도가 높게 유지되어 치료 효과가 커진다.
한편 정상 간 세포에 리피오돌이 일부 들어가더라도, 간문맥과 이어진 연결 통로를 통해 정맥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정상 간 세포 손상은 최소화된다.
❹ 결론적으로
TACE는 간암의 이중 혈류 구조와 과혈관성이라는 두 가지 특성을 동시에 활용한 치료다. “막고 항암제를 친다”는 단순한 개념이지만, 간이라는 장기의 특수한 혈류 구조가 없다면 불가능한 방법이다. 이 특성 덕분에 수술이 어려운 간암 환자에게도 효과적인 치료 옵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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