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형간염(hepatitis A)은 위생 수준이 낮을수록 많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개발도상국에서 가장 많은 환자가 발생한다. 저개발국가는 오히려 어린 시절 자연 노출로 집단 면역이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❶ 생각해 보셨나요?
물과 위생 관리가 열악한 저개발국가에서 A형간염이 더 많이 발생할 것 같다. 그런데 실제 대규모 발생 보도는 아프리카 최빈국이 아닌 개발도상국이나 선진국에서 주로 나온다. 왜 그럴까.
❷ 노출 시기가 결과를 바꾼다
A형간염 바이러스(HAV)는 분변-경구(fecal-oral) 경로로 전파된다. 오염된 물이나 음식을 통해 전염되므로 위생 인프라가 취약할수록 노출 기회가 많다.
저개발국가에서는 어린 시절부터 바이러스에 노출될 기회가 매우 많다. 어릴 때 감염되면 대부분 증상이 없거나 매우 경미하게 지나간다. 그 결과 항-HAV(anti-HAV) 항체가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어른이 될 무렵에는 이미 면역을 갖추게 된다. 즉 저개발국가의 성인 대부분은 이미 감염을 겪었기 때문에 다시 걸리지 않는다.
개발도상국은 상황이 다르다. 유소년기에는 위생 환경이 어느 정도 관리되어 노출이 적다. 항체 없이 자란 청소년이나 젊은 성인이 단체 생활(군대, 기숙사, 교도소)을 시작하거나 오염된 환경에 노출되면, 이미 면역이 없는 상태에서 처음 감염이 일어난다. 어릴 때 감염과 달리, 나이가 들수록 A형간염은 증상이 심해지고 입원이 필요한 경우도 많아진다.
선진국은 위생 수준이 높아 평생 노출 자체가 드물다. 따라서 면역이 없는 사람이 많지만, 위생 수준도 높으므로 발생 자체도 낮다. 다만 여행자, 마약 사용자, 면역저하자 등 특정 집단에서 발생할 수 있다.
❸ 우리나라가 가장 취약했던 시기는 언제인가
한국은 불과 4~50년 전 저개발국가에서 개발도상국, 선진국으로 빠르게 이행했다. 이 과정을 모두 거쳤기 때문에 세대별로 상황이 다르다.
1970~80년대 이후 출생자들은 위생 환경이 좋아진 시기에 성장했다. 어릴 때 HAV에 노출되지 않아 항체가 없는 상태였고, 청소년기나 청년기에 처음 감염되면서 심하게 앓는 사례가 많았다. 이 집단이 한국 A형간염 유행의 주요 대상이었다.
현재는 A형간염 예방접종이 국가예방접종으로 시행되므로, 접종을 받은 세대는 자연 감염 없이도 면역을 갖는다.
❹ 결론적으로
A형간염의 위험은 “얼마나 더러운가”가 아니라 “면역이 없는 상태에서 얼마나 노출되는가”가 결정한다. 어릴 때의 낮은 용량 노출이 오히려 보호 효과를 가져올 수 있고, 면역 없이 성인이 된 후의 첫 감염이 가장 위험하다.
여행력, 직업(군인, 의료인, 단체 생활), 예방접종력을 확인하는 것이 A형간염 위험 평가의 핵심이다.
영상으로 더 깊이 보고 싶다면: ▶ 영상으로 보기
선행: jaundice-when-to-go 연관: hbv-acute-hepatitis 다음: hbv-acute-b-hepatit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