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원과 항체가 결합해 형성된 면역복합체(immune complex)가 혈액을 타고 돌다가 특정 조직의 미세 혈관에 침착하면 염증과 조직 손상을 일으키는데, 이를 제3형 과민 반응(type 3 hypersensitivity reaction)이라 하며 루푸스를 포함한 다양한 질환이 이 기전으로 발생한다.
❶ 생각해 보셨나요?
루푸스의 병태 생리를 설명할 때 “면역복합체가 콩팥도 망가뜨리고 혈관도 망가뜨린다”는 말이 나온다. 그런데 같은 기전으로 생기는 병이 루푸스뿐일까? 면역복합체가 돌아다니며 문제를 일으키는 구조는 다른 질환에서도 나타나지 않을까?
❷ 제3형 과민 반응 — 어디에 쌓이느냐가 병명을 결정한다
면역복합체는 어떤 물리적 특성에 따라 특정 조직에 더 잘 쌓인다. 침착 부위에 따라 염증이 일어나는 장기가 달라지고, 그래서 병명도 달라진다.
자가면역 질환에서 나타나는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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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마티스 관절염(rheumatoid arthritis) — 류마티스 인자(RF)와 anti-CCP 항체가 IgG와 결합한 면역복합체가 관절 활막(synovium)에 침착해 관절을 파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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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A 혈관염(IgA vasculitis, Henoch-Schönlein purpura, HSP) — IgA 항체가 포함된 면역복합체가 피부, 위장관, 콩팥, 관절의 소혈관에 침착한다. 자반(purpura), 복통, 관절통, 신장염이 함께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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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절성 다발 동맥염(polyarteritis nodosa, PAN) — B형 간염 바이러스(HBV) 항원이 포함된 면역복합체가 중간 크기의 동맥에 침착해 혈관염을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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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그렌 증후군, 피부근염(dermatomyositis) — 각각의 자가항체가 관여해 피부, 관절, 혈관에 침착한다.
외부 항원이 관여하는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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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 후 사구체신염(post-infectious glomerulonephritis, PIGN) — 연쇄상구균(Streptococcus) 감염 후 균에 대한 항원-항체 면역복합체가 사구체(glomerulus)에 침착해 급성 신장염을 일으킨다. 콜라색 혈뇨, 부종, 혈압 상승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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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청병(serum sickness) — 항생제나 항체 치료제 같은 약물이 외부 항원 역할을 해 면역복합체가 형성되고, 혈관·관절·피부에 침착하면서 발열, 발진, 관절통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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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민성 폐렴(hypersensitivity pneumonitis) — 곰팡이 포자, 새 단백질, 유기 분진 등을 반복적으로 흡입해 형성된 면역복합체가 폐포(alveolus)에 침착해 폐 염증을 일으킨다. 농부 폐(farmer’s lung), 비둘기 사육사 폐(bird fancier’s lung) 등이 대표 사례다.
❸ 공통 구조를 이해하면 낯선 병명도 읽힌다
제3형 과민 반응 질환은 원인 항원(자가 또는 외부)과 침착 부위가 다를 뿐, 구조는 동일하다.
항원-항체 결합 → 면역복합체 형성 → 혈액 순환 → 특정 조직 미세 혈관에 침착 → 염증 반응 → 조직 손상
증상은 침착 부위에 따라 결정되므로, 발진·관절통·신장염·복통 등이 겹쳐 나타날 때 이 기전을 염두에 두면 진단의 방향이 잡힌다.
❹ 그래서 — 어디에서, 무엇이, 왜 생겼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면역복합체 질환을 평가할 때는 세 가지를 파악해야 한다: 증상이 나타나는 부위, 침범한 장기, 그리고 관여한 항원-항체. 이 세 가지가 맞물려야 진단과 치료 방향이 결정된다.
루푸스가 콩팥·피부·혈관에 생기는 이유도, 류마티스 관절염이 주로 관절에서 시작되는 이유도, 결국 면역복합체가 어디에 잘 쌓이느냐의 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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