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체 매개 면역 손상에는 두 경로가 있다. 면역복합체가 여러 조직에 광범위하게 침착하는 제3형(융단 폭격)과 항체가 특정 세포 표면의 고정 항원(fixed antigen)을 직접 공격하는 제2형(정밀 타격)이며, 루푸스는 이 두 기전을 모두 사용한다.

❶ 생각해 보셨나요?

루푸스의 병태 생리를 설명할 때 “면역복합체가 여기저기 떠돌다가 쌓인다”는 제3형 과민 반응이 주로 언급된다. 그런데 자가항체가 면역복합체를 만들지 않고 그냥 직접 세포를 공격하면 어떻게 될까?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고, 루푸스에서도 일어난다.

❷ 제2형과 제3형 — 어떻게 다른가

제3형 과민 반응(type 3 hypersensitivity)에서는 항원과 항체가 결합한 면역복합체가 혈액을 떠돌다가 쌓이기 좋은 조직에 침착한다. 어디에 쌓이느냐에 따라 콩팥, 피부, 혈관, 뇌 등 다양한 장기가 동시에 손상될 수 있다. 총알을 흩뿌리는 산탄처럼, 표적이 정해져 있지 않고 광범위하게 퍼지는 것이 특징이다.

제2형 과민 반응(type 2 hypersensitivity)에서는 자가항체가 특정 세포나 조직 표면에 고정되어 있는 항원(fixed antigen)에 직접 결합한다. 해당 고정 항원이 있는 곳에만 결합하기 때문에 공격 대상이 특정 세포나 조직으로 한정된다. 특정 표적만 노리는 정밀 유도 방식이다.

❸ 제2형 과민 반응의 대표 질환들

  1. 자가면역성 용혈성 빈혈(autoimmune hemolytic anemia, AIHA) — 자가항체가 적혈구(RBC) 표면 항원에 결합해 적혈구를 파괴, 빈혈이 발생한다.

  2. 특발성 혈소판 감소증(immune thrombocytopenia, ITP) — 자가항체가 혈소판 표면 항원에 결합해 혈소판을 파괴, 출혈 경향이 생긴다.

  3. 그레이브스병(Graves’ disease) — 자가항체가 갑상선 세포의 TSH 수용체에 결합하는데, 파괴가 아닌 지속적인 자극을 일으켜 갑상선 기능 항진증이 나타난다. 같은 제2형 기전이지만 결과가 파괴 대신 기능 항진이라는 점이 독특하다.

  4. 중증 근무력증(myasthenia gravis, MG) — 자가항체가 신경근 접합부(neuromuscular junction)의 아세틸콜린 수용체(acetylcholine receptor)에 결합해 신호 전달을 차단한다. 뉴런이 신호를 보내도 근육에 전달되지 않아 근력 약화가 나타난다.

❹ 결국 — 루푸스는 두 기전을 동시에 쓴다

루푸스는 제3형으로 콩팥, 피부, 혈관에 면역복합체를 침착시키고, 제2형으로 적혈구와 혈소판을 직접 공격한다. 루푸스의 진단 기준에 용혈성 빈혈과 혈소판 감소가 포함되는 것도 이 제2형 기전이 동시에 작동하기 때문이다.

즉, 루푸스의 면역 손상은 한 가지 경로가 아니라 광범위 침착과 정밀 공격이 병행되는 복합 공격이다. 루푸스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장기 침범 패턴은 이 두 기전이 각각, 그리고 함께 작동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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