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립성저혈압은 채혈량 부족, 약물, 압력수용체 감도 저하, 교감신경 말단의 기능 부전 — 이 네 가지 경로 중 하나 이상으로 발생한다.

❶ 생각해 보셨나요?

기립성저혈압을 단순히 “일어설 때 혈압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 왜 어떤 환자는 수액을 줘도 낫지 않고 어떤 환자는 약을 끊으면 바로 좋아지는지 설명하기 어렵다. 같은 현상이지만 원인은 전혀 다를 수 있다.

❷ 기립성저혈압을 일으키는 4가지 경로는 무엇인가

일어서는 순간 중력에 의해 혈액이 하지로 쏠린다. 이를 보상하지 못하면 혈압이 떨어진다. 보상이 실패하는 경우는 크게 네 가지다.

  1. 채혈량 부족(volume depletion) — 탈수, 다이어트, 출혈 등으로 순환 혈액량 자체가 감소해 있으면 체위 변화 시 상대적 부족이 더 심해진다.

  2. 약물 — 이뇨제, 알파차단제, 혈관확장제, 항정신병약, 항우울제(SSRI 포함), SGLT2 억제제 등이 각각 다른 기전으로 혈압 보상을 방해한다.

  3. 압력수용체(baroreceptor) 감도 저하 — 혈압 변화를 감지해야 할 압력수용체가 제대로 반응하지 않으면, 뇌는 혈압이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한다. 정보 자체가 올라오지 않으니 보상 반응이 시작될 수 없다.

  4. 포스트갱글리오닉 교감신경 뉴런(post-ganglionic sympathetic neuron)의 기능 부전 — 교감신경계는 두 개의 뉴런이 이어져 뇌에서 말초 효기까지 신호를 전달한다. 뒤쪽 뉴런(포스트갱글리오닉)에서 노르에피네프린(norepinephrine) 분비가 충분하지 않으면, 신호가 왔어도 심장과 혈관이 제대로 반응하지 않는다.

즉, 3번과 4번은 자율신경계 자체의 문제로, 이 경우를 신경성 기립성저혈압(neurogenic orthostatic hypotension, NOH)이라 부른다.

NOH의 흔한 원인

  • 당뇨 — 만성 고혈당으로 미세혈관이 손상되면 자율신경을 먹여 살리는 영양 공급이 끊겨 자율신경병증(autonomic neuropathy)이 생긴다. 임상에서 가장 흔하게 보인다.
  • 파킨슨병(Parkinson’s disease) — 신경퇴행성 질환으로 자율신경 손상이 동반된다. 파킨슨병 환자의 20~60%에서 NOH가 나타난다.

❸ 원인을 구분하는 것이 왜 중요한가

채혈량 부족이라면 수액과 식이 조절로 대부분 개선된다. 약물이 원인이라면 해당 약을 줄이거나 바꾸면 된다. 그러나 NOH는 자율신경 자체의 문제이므로 단순 수액이나 약물 조절로 해결되지 않고 별도의 접근이 필요하다.

같은 기립성저혈압이라도 어느 경로에서 왔느냐에 따라 치료 방향이 완전히 달라진다. 원인 분류 없이 치료를 시작하면 효과가 없을 뿐 아니라 잘못된 방향으로 가기 쉽다.

❹ 결국

기립성저혈압 앞에서 먼저 물어야 할 것은 “이 환자가 왜 보상을 못 하는가”이다. 채혈량인가, 약물인가, 자율신경인가. 이 분류가 치료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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