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포진 후 신경통은 말초 염증이 사라진 뒤에도 말초 신경 손상이 중추신경계의 구조적 변화를 일으켜 통증이 수년간 지속되는 상태이다.
❶ 생각해 보셨나요?
대상포진이 낫고 나서도 그 자리가 계속 아프다고 호소하는 환자가 있다. 포진은 없어졌고, 염증 수치도 정상이다. 그런데 깃털로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극심한 통증이 온다. 염증이 없는데 왜 이렇게 아픈 걸까.
❷ 어디가, 어떻게 손상되었는가
대상포진은 피부 병변이 전부가 아니다. 신경 자체가 직접 손상되는 질환이다.
손상 부위는 두 곳이다.
- DRG(dorsal root ganglion, 배근 신경절) — 감각 신경의 세포체가 있는 곳
- 신경의 축삭 — DRG에서 척수로 이어지는 경로
이 두 곳이 바이러스에 의해 파괴되면, 손상된 신경은 원래 받은 자극이 없는데도 자체적으로 신호를 계속 발사한다. 이를 ectopic discharge(이소성 방전)라고 한다. 비정상적으로 반복 발사되는 이 신호가 척수로 끊임없이 유입되면서 중추신경계에 지속적인 과흥분 상태를 만든다. 즉 통증의 원점은 말초지만, 문제가 커지는 곳은 중추다. 이것이 중추 감작(central sensitization)이다.
❸ 중추 감작이 일어나면 통증 지도가 바뀐다
중추 감작의 결과는 세 가지 방향으로 나타난다.
통증 범위의 확장. 원래 대상포진의 통증은 피부분절(dermatome)을 따라 한쪽에만 띠 모양으로 나타난다. 그런데 중추 감작이 일어나면 dermatome을 벗어나 주변부까지 아프기 시작한다.
allodynia(이질통) 확장. 원래 통증을 일으키지 않는 자극 — 깃털로 가볍게 건드리는 light touch — 이 극심한 통증으로 느껴진다. 중추에서 통증 지도 자체가 재조정되었기 때문이다.
지속 기간의 차이. 말초 감작만 있을 때는 염증이 사라지면 수일에서 수 주 안에 통증이 가라앉는다. 그러나 중추 감작이 형성되면 수년까지 지속될 수 있다.
중추에서 일어나는 구조적 변화
중추 감작은 기능적 변화에 그치지 않는다. 실제로 구조가 바뀐다.
- wide dynamic range(WDR) 뉴런이 과활성화되어 통증과 비통증 자극 모두를 통증으로 해석한다
- NMDA 수용체가 증가하면서 통증 회로가 폭주한다
- 상위에서 내려오는 하행성 억제 회로가 힘을 잃는다
이 세 가지가 맞물리면서 신경 회로가 재배치되고, 통증은 외부 자극 없이도 자체적으로 발생하고 유지된다.
❹ 결국
대상포진 후 신경통은 염증 치료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이미 중추신경계의 구조가 바뀐 상태이기 때문에, 진통제보다는 신경 과흥분을 억제하는 약물 — 가바펜틴, 프리가발린, 삼환계 항우울제 등 — 이 1차 선택이 된다. 통증이 “마음의 문제”가 아니라 중추신경계의 구조적 재편에 의한 것임을 환자에게 설명하는 것이 치료의 첫 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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