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통증 수용기(silent nociceptor)는 체성 신경과 내장 신경 모두에 존재하지만, 내장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내장 대부분의 nociceptor가 평소에는 침묵 상태로 있다가 병리 상황에서 집단으로 각성하기 때문이다.

❶ 생각해 보셨나요?

담낭염 환자에게 어디가 아프냐고 물어보면 “오른쪽 위 배 같기도 하고… 딱 어디라고 하기가 어렵네요”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반면 손가락을 바늘로 찌르면 0.1초도 안 되어 정확한 위치를 짚는다. 같은 통증인데 왜 이렇게 다를까.

❷ 침묵 통증 수용기는 어디에 있는가

silent nociceptor는 내장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체성 신경과 내장 신경 모두에 존재한다.

체성 신경이 지배하는 관절, 피부, 골격근에도 silent nociceptor가 있다. 관절염이나 근막통 상황에서 원래라면 그렇게 아프지 않아야 할 자극이 극심한 통증을 유발할 때, 이 수용기들이 관여한다.

그렇다면 왜 내장 신경에서만 주로 예시를 드는가. 비중이 다르기 때문이다.

체성 신경에는 일반 nociceptor와 silent nociceptor가 함께 있는데, 일반 nociceptor의 비중이 크다. 그래서 침묵 상태의 수용기가 깨어나는 현상이 두드러지지 않는다.

반면 내장의 nociceptor는 대부분이 silent 상태로 존재한다. 위장관, 방광, 담낭, 췌장, 자궁 — 이 기관들이 평소에 움직이고 수축하고 팽창하는 자극을 모두 통증으로 전달한다면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평소에는 침묵하다가 염증, 폐색, 심한 팽창 같은 병리 상황이 닥쳤을 때 집단으로 각성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❸ 왜 내장 통증은 위치가 모호한가

침묵 수용기들이 집단으로 각성하면 갑작스럽고 극심한 통증이 발생한다. 그런데 그 통증은 모호하고 광범위하다. 이유는 통증 신호를 전달하는 신경의 특성에 있다.

체성 신경의 통증 신호는 somatic afferent를 통해 전달된다. 이 경로는 밀도가 높고 각 부위별로 구분되어 있어서 위치를 정확히 짚는다.

내장의 통증 신호는 visceral afferent(내장 구심성 신경)를 통해 전달된다. 이 경로는 밀도가 낮고 신호들이 모여서 수렴하는 특성이 있다. 위장관, 담낭, 췌장에서 오는 신호들이 같은 척수 분절로 몰려들기 때문에 뇌는 “배 어딘가가 아프다”는 것만 알 뿐, 어떤 장기인지 특정하지 못한다.

즉 내장 통증이 극심하면서도 위치를 짚을 수 없는 이유는 수용기의 집단 각성(silent nociceptor)과 전달 경로의 수렴(visceral afferent), 두 가지가 맞물린 결과다.

❹ 그래서

복통 환자가 통증 위치를 정확히 말하지 못한다고 해서 통증이 가볍거나 심리적인 것이 아니다. 오히려 내장 통증의 구조적 특성상 “딱 어디”를 짚기가 어려운 것이 정상이다. 담낭염, 췌장염, 장폐색 같은 중증 내장 질환에서 이런 모호한 통증이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진찰 시 통증 위치의 불명확함 자체를 내장 기원의 단서로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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