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 수용기는 자극을 뇌로 전달하는 구심성 역할에 그치지 않고, 말단에서 염증 펩타이드를 역방향으로 분비하여 염증을 직접 증폭시킨다.

❶ 생각해 보셨나요?

팔을 날카로운 것으로 긁으면 그 자리가 붉게 부어오른다. 자극을 가한 것은 단순히 피부를 긁은 것뿐인데, 왜 염증 반응이 나타나는 걸까. 염증 세포가 먼저 온 것도 아니고, 세균이 들어간 것도 아닌데.

❷ 통증 신경은 어떻게 염증을 만드는가

1차 구심성 통증 신경(primary afferent nociceptor)은 통증 신호를 척수로 올려보내는 것이 본래 역할이다. 그런데 자극을 받은 신경 말단은 동시에 역방향으로 염증 펩타이드를 분비한다. 이를 신경원성 염증(neurogenic inflammation)이라고 한다.

대표적인 물질은 세 가지다.

Substance P — 혈관을 확장시켜 혈류를 늘리고 염증 세포 유입을 증가시킨다. 동시에 비만세포(mast cell)의 탈과립을 유도하여 히스타민이 방출되게 한다. 그 결과 발적, 부종, 가려움이 나타난다. 또한 백혈구를 유인하는 화학주성(chemotaxis) 효과도 있어 호중구와 단핵구가 몰려든다.

CGRP(calcitonin gene-related peptide) — Substance P와 비슷하게 모세혈관을 확장시키고 백혈구 유입을 증가시킨다. 삼차신경(trigeminal nerve) 말단에서 CGRP가 분비되는 것이 편두통의 주요 기전 중 하나다. 최근 편두통 치료제로 에레누맙(erenumab) 등 CGRP 차단 항체가 개발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CCK(cholecystokinin) — 마찬가지로 염증 매개 역할을 하며, 소화기 계통과의 연결 고리도 가지고 있다.

❸ 이 기전이 실제 질환에서 어떻게 나타나는가

피부를 긁었을 때의 발적

날카로운 것으로 팔을 긁으면 긁힌 자리가 즉시 붉어진다. 통증 신경이 자극을 받은 즉시 Substance P를 말단에서 분비하고, 이것이 혈관을 확장시키기 때문이다. 세균도 없고 면역 세포도 아직 오지 않은 상태에서 일어나는 이 반응이 신경원성 염증의 전형적인 예다.

편두통

삼차신경 말단의 nociceptor에서 CGRP가 분비되면 두개 내 혈관이 확장되고 혈관벽 주변에 염증이 유발된다. 이것이 편두통 발작의 핵심 기전이다. CGRP를 억제하면 혈관 확장과 염증이 동시에 줄어들어 편두통이 완화된다.

관절염

관절 내에서 Substance P가 분비되면, 관절 안에서 혈관 확장, 비만세포 탈과립, 백혈구 유인, 염증 매개 물질(브라디키닌, 프로스타글란딘, 사이토카인) 생산 촉진이 연쇄적으로 일어난다. 관절염의 통증과 부종에 신경원성 염증이 기여하는 이유다.

❹ 결국

통증 신경은 수동적인 감지기가 아니다. 자극을 받으면 중추로 신호를 올려보내는 동시에 말단에서 염증을 적극적으로 증폭시킨다. 이 두 방향의 작용이 동시에 일어난다는 것이 핵심이다. Substance P를 차단하면 통증 전달과 염증이 함께 줄어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으며, 이것이 새로운 진통·항염증 치료 표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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