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혈성 쇼크(hemorrhagic shock)는 혈관이 손상되어 혈액이 급격히 소실될 때 발생하며, 외상 외에도 위장관, 수술, 그리고 다양한 특수 상황이 원인이 된다.

❶ 생각해 보셨나요?

사망할 정도의 출혈이라고 하면 대부분 교통사고나 칼에 찔리는 장면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외상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도 혈관이 갑자기 파열되어 쇼크에 이를 수 있습니다. 어디에서, 어떤 이유로 그런 출혈이 생기는지를 알아두면 응급 상황에서 판단의 속도가 달라집니다.

❷ 어떤 경로로 치명적인 출혈이 발생하는가

크게 네 가지 범주로 나눌 수 있습니다.

1) 외상(trauma)

둔기 손상이든 관통 손상이든 큰 혈관이 손상되면 빠른 혈액 소실이 일어납니다.

2) 위장관 출혈(gastrointestinal bleeding)

상부 위장관에서는 두 가지가 주요 원인입니다.

  • 궤양 출혈: 위나 십이지장 궤양이 혈관을 침범한 경우
  • 식도정맥류(esophageal varices) 출혈: 간경화로 문맥 고혈압이 생기면 식도 주변에 우회 혈관이 발달하는데, 이것이 파열되면 대량 출혈로 이어집니다.

하부 위장관에서는 게실 출혈(diverticular bleeding)과 동정맥 기형(AV malformation)이 문제가 됩니다. AV malformation은 동맥과 정맥이 모세혈관 없이 직접 연결된 상태로, 혈관 벽에 동맥압이 그대로 전달되어 혈관 벽이 얇아지다가 파열됩니다.

3) 수술

수술 중에는 혈관 손상이 불가피합니다. 대부분은 결찰(ligation)이나 전기소작으로 지혈되지만, 큰 혈관의 지혈이 충분하지 않으면 수술 중 또는 수술 후에 출혈이 지속될 수 있습니다.

4) 기타 특수 상황

  • 복부 대동맥류 파열(ruptured abdominal aortic aneurysm): 대동맥 벽이 약해져 풍선처럼 부풀어 있다가 파열되면, 동맥압이 그대로 복강으로 분출됩니다. 임상에서 가장 긴박한 상황 중 하나입니다.
  • 좌심실 류파열(ruptured left ventricular aneurysm): 심실 벽이 약해져 팽창하다 파열되는 경우입니다.
  • 대동맥-장 누공(aorto-enteric fistula): 대동맥과 장이 비정상적으로 연결되어 혈액이 장관으로 새어나갑니다.
  • 출혈성 췌장염(hemorrhagic pancreatitis): 췌장 효소가 혈관 벽을 녹여 주변 혈관이 파열되는 기전입니다. 혈관 색전술(embolization)로 지혈을 시도합니다.
  • 의인성(iatrogenic) 출혈: 조직 검사 중 AV malformation 부위를 우연히 천자하는 경우 등입니다.
  • 종양 또는 농양 주변 출혈: 종양이나 염증이 주변 혈관 벽을 침식하여 파열이 생깁니다.
  • 산후 출혈(postpartum hemorrhage): 분만 과정에서 자궁 및 질 주변의 풍부한 혈관이 손상될 수 있습니다.
  • 자발성 복강 내 출혈(spontaneous hemoperitoneum): 갑자기 복통이 시작되고 빠르게 쇼크로 진행하는 양상으로, 복강 내 혈관 이상이나 응고 장애가 배경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❸ 출혈의 크기를 결정하는 요인은 무엇인가

출혈이 치명적이 되려면 단순한 혈관 손상 이상의 조건이 필요합니다. 혈관의 종류와 압력이 핵심입니다. 동맥은 정맥보다 압력이 높아 같은 크기의 손상에서도 출혈 속도가 빠릅니다. AV malformation처럼 동맥압이 정맥 쪽에 직접 전달되는 상황은 그래서 위험합니다. 또한 혈관 크기가 클수록, 자발적 지혈이 어려운 구조일수록 출혈량은 증가합니다.

❹ 그래서

출혈성 쇼크가 의심될 때 외상의 흔적이 없다고 해서 안심할 수 없습니다. 위장관 출혈, 대동맥류 파열, 출혈성 췌장염 같은 내부 출혈은 외부에서 보이지 않습니다. 급격한 혈압 저하와 함께 복통이나 토혈, 혈변이 동반된다면 대량 출혈의 가능성을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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