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배성 쇼크(distributive shock)는 혈액량이 줄어서가 아니라, 혈관이 과도하게 확장되어 혈액이 조직에 제대로 배분되지 못하면서 발생하는 쇼크다.

❶ 생각해 보셨나요?

쇼크라고 하면 혈액이 부족한 상황을 먼저 떠올린다. 출혈성 쇼크처럼 혈액이 실제로 빠져나간 경우가 대표적이다. 그런데 분배성 쇼크는 다르다. 몸 안의 혈액량은 그대로인데도 쇼크가 온다. 혈액이 충분한데도 조직에 산소가 부족해지는 상황이 어떻게 가능한가.

❷ 혈관이 지나치게 확장되면 무슨 일이 생기는가

정상적으로 혈액은 심장에서 나와 동맥 → 세동맥 → 모세혈관 → 정맥 순서로 흐른다. 이 흐름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혈관 저항(vascular resistance)이 적절히 유지되어야 한다.

분배성 쇼크에서는 전신 혈관 저항(systemic vascular resistance, SVR)이 크게 떨어진다. 혈관이 전반적으로 확장되면서 혈압을 유지하는 힘이 무너진다. 혈액이 충분해도 압력이 없으면 모세혈관까지 충분히 전달되지 않는다.

더 중요한 것은 혈류의 분배 문제다. 혈관이 균일하게 확장되는 게 아니라 일부 혈관은 지나치게 열리고, 일부는 기능을 잃는다. 산소가 필요한 곳에 혈액이 가지 않고, 필요하지 않은 경로로 흘러버리는 것이다. 즉 혈액량의 문제가 아니라 배분의 문제다.

❸ 분배성 쇼크를 일으키는 원인은 무엇인가

대표적인 세 가지 원인이 있다.

  1. 패혈성 쇼크(septic shock): 세균이나 다른 병원체 감염으로 인한 전신 염증 반응이 혈관 확장을 유발한다. 분배성 쇼크 중 가장 흔하고 치명적이다. 염증 매개물질이 혈관 내피를 손상시키고 혈관 평활근을 이완시킨다.

  2. 아나필락시스 쇼크(anaphylactic shock): 알레르기 반응으로 히스타민 등이 대량 방출되어 전신 혈관이 급격히 확장된다. 빠르게 진행하며 기도 부종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즉각 대처가 필요하다.

  3. 신경성 쇼크(neurogenic shock): 척수 손상 등으로 교감신경 조절이 끊어지면 혈관 수축 신호가 사라지고 혈관이 이완된다.

❹ 그래서

분배성 쇼크를 치료할 때 출혈성 쇼크처럼 수액만 보충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혈관 저항을 회복시키는 승압제(vasopressor)가 필요하다. 노르에피네프린(norepinephrine)이 패혈성 쇼크의 1차 승압제로 쓰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혈관을 수축시켜 SVR을 높이고 혈압을 회복시키는 것이다. 원인 치료(항생제, 에피네프린 등)와 함께 혈관 수축 지지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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