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에 의한 간손상(drug-induced liver injury, DILI)은 두 가지 경로로 발생한다. 하나는 약물 대사 산물이 직접 간세포를 파괴하는 내인성 독성이고, 다른 하나는 면역계의 과잉 반응인 특이 반응이다.

❶ 생각해 보셨나요?

약을 먹고 오히려 간이 나빠지는 경우가 있다. 병을 치료하려고 먹은 약인데 간 수치가 올라 더 큰 문제가 된다. 독성 간염이다. 그런데 같은 약을 먹어도 어떤 사람은 괜찮고 어떤 사람만 간이 나빠진다면, 이것이 약의 문제인가 개인의 문제인가.

❷ 내인성 간독성 — 약물 대사 산물이 간세포를 파괴한다

모든 약물은 경구 복용 후 소장에서 흡수되어 간으로 먼저 들어간다. 간세포 안에서 약물은 두 단계로 대사된다.

  1. 1상 반응(phase I): 약물을 화학적으로 변형한다
  2. 2상 반응(phase II): 변형된 산물에 뭔가를 붙여 수용성으로 만들어 배출을 돕는다

이 과정에서 대부분의 경우에는 약물이 안전하게 처리된다. 그러나 일부 약물에서는 이 대사 과정 중에 반응성 대사 산물(reactive metabolite)이 생성된다. 이것은 화학적으로 불안정한 물질로, 간세포를 손상시키고 염증을 일으킨다. 그 결과가 간염이다.

내인성 독성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1. 예측 가능하다 — 어떤 약에서 이런 반응이 잘 생기는지 알려져 있다
  2. 용량 의존적이다 — 약을 많이 투여할수록 간독성도 심해진다
  3. 실험동물에서도 재현된다

❸ 특이 반응(idiosyncratic reaction) — 면역계가 약물을 적으로 인식한다

앞서 설명한 내인성 독성과 달리, 면역계가 약물에 과잉 반응하는 경로가 있다. 이를 특이 반응(idiosyncratic reaction)이라 한다.

약물이 체내에 들어오면 면역계가 이를 외부 침입자로 인식하고 과도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킨다. 그 결과 다음과 같은 양상이 나타날 수 있다.

  1. 발열
  2. 피부 발진
  3. 관절통
  4. 림프절 종대 — 면역 세포가 집결하는 림프절이 커진다
  5. 혈액검사에서 호산구(eosinophil) 증가
  6. 육아종(granuloma) 형성 — 대식세포가 제거 실패 후 덩어리를 이룬 것
  7. 자가항체 출현

특이 반응은 내인성 독성과 성격이 다르다. 용량과 무관하게 나타난다. 약이 들어왔다는 사실 자체가 면역 반응을 촉발하므로, 소량을 투여해도 반응이 생길 수 있다. 또한 실험동물에서는 재현이 어렵다. 발생 빈도는 낮지만(약 1만 명 중 1명), 예측이 어렵다는 점에서 임상적으로 중요하다.

두 가지를 구별하는 이유

내인성 독성은 약의 종류와 용량을 조절해 예방하거나 줄일 수 있다. 특이 반응은 용량 감소로 예방할 수 없고, 약물 중단이 주된 대응이다.

❹ 결론적으로

약물 복용 후 간 수치가 상승했다면 두 가지 경로를 구분해 생각해야 한다. 특정 약물에 의한 용량 의존적 반응인지, 아니면 개인의 면역 특이성에 의한 반응인지. 원인 약물을 중단하는 것이 우선이며, 이후 원래 질환의 치료 방향을 전문가와 다시 상의해야 한다. 독성 간염은 바이러스성 간염, 자가면역 간염과 함께 우리나라에서 흔한 간염의 한 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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