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경화 환자에서의 급성 신손상(AKI)은 단일 원인이 아니라, 복수·이뇨제·감염·출혈·저혈압·복용 약물이 모두 엮인 복합적 문제다. 간신증후군(hepatorenal syndrome, HRS)은 이 맥락의 끝에 있다.
❶ 생각해 보셨나요?
간신증후군이라고 하면 간 기능이 나빠져서 신장도 함께 손상되는 병으로 단순하게 떠올리기 쉽다. 그런데 실제 환자는 간신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달고 오는 것이 아니다. 크레아티닌(creatinine)이 올랐다는 검사 결과와 함께 온다. 거기서부터 원인을 하나씩 찾아가야 한다.
❷ 어떤 맥락에서 크레아티닌이 오르는가
B형 간염 → 간경화 → 간암으로 진행한 환자를 예로 들면, 이미 복수로 이뇨제를 복용 중이고, 식도 정맥류 예방을 위해 베타차단제를 쓰고 있으며, B형 간염 억제를 위해 테노포비어(tenofovir)를 복용 중이다. 간암 치료를 위해 소라페닙(sorafenib)도 쓰고 있다. 이 환자에서 크레아티닌이 상승했을 때 AKI 기준을 먼저 확인한다.
AKI 기준: 48시간 이내 크레아티닌 0.3 mg/dL 이상 상승, 또는 1주일 이내 기저치(baseline) 대비 50% 이상 증가.
이 기준에 맞으면 원인을 체계적으로 탐색해야 한다.
❸ 크레아티닌 상승의 원인을 어떻게 체계적으로 찾는가
간경화 환자에서 AKI의 주요 원인은 다음과 같다.
- 위장관 출혈 — 식도 정맥류가 있으면 출혈 위험이 높다. 토혈, 흑색변 병력과 혈색소(hemoglobin) 변화를 확인한다. 내시경 평가가 오래됐다면 재시행을 고려한다.
- 세균 감염(자발성 세균성 복막염, SBP) — 복수가 있는 환자에서 SBP는 AKI의 주요 유발 원인이다. 복수천자를 시행해 복수 내 백혈구 수를 확인한다.
- 이뇨제 — 과도한 이뇨로 혈액량이 줄어 전신 신성(prerenal) AKI가 생길 수 있다. 이뇨제는 중단한다.
- 다량의 복수천자 — 한꺼번에 너무 많이 빼면 혈관 내 용량이 급감한다. 양을 적절히 제한해야 한다.
- 설사 — 락툴로스(lactulose) 같은 간성 혼수 예방 약물로 설사가 유발되면 탈수로 이어질 수 있다. 복용량 조절이 필요하다.
- 저혈압 — 베타차단제가 저혈압을 일으키고 있다면 용량을 줄이거나 중단을 고려한다. 저혈압 자체가 신혈류를 감소시켜 크레아티닌을 올린다.
- 신독성 약물 — 테노포비어는 근위세뇨관(proximal tubule)에 독성을 가지며, 판코니 증후군(Fanconi syndrome)을 일으킬 수 있다. AKI 상태에서는 용량을 반드시 감량해야 한다.
이뇨제를 끊고 알부민을 투여한 뒤 반응을 본다
원인 교정 후 이뇨제 중단 + 알부민 투여를 48시간 시행해도 크레아티닌이 회복되지 않으면, 그때 간신증후군을 진단한다. 간신증후군의 평균 생존 기간은 1개월로 매우 불량하다. 이 단계에서는 털리프레신(terlipressin)과 알부민 병용이 치료로 고려된다.
복합 문제가 서로 엮인다
이 환자에서는 원인 하나를 해결하려는 처치가 다른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 SBP 확인을 위한 복수천자는 필요하지만 너무 많이 빼면 크레아티닌이 오른다. 항생제를 써야 하지만 AKI 상태에서는 항생제도 용량을 감량해야 한다. 간암 치료제 소라페닙은 지금 당장 중단해야 하지만, 중단이 길어지면 간암이 진행할 수 있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모든 문제가 동시에 존재한다.
❹ 결국
간신증후군은 교과서의 진단명이 아니라 긴 임상 과정의 종착점이다. 크레아티닌이 오른 순간부터 원인을 하나하나 찾아 교정하고, 약물 용량을 조정하고, 처치의 부작용을 관리하는 전 과정이 치료다. 이 복합성을 구조화하지 않으면 빠뜨리는 부분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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