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관미주신경성 실신(vasovagal syncope)은 강력한 유발 상황이 미주신경 중추를 과도하게 활성화시켜 심박수와 혈압이 동시에 떨어지고, 그 결과 뇌로 가는 혈류가 일시적으로 차단되어 의식을 잃는 반사 현상이다.
❶ 생각해 보셨나요?
채혈을 하거나 주사를 맞다가 쓰러지는 사람이 있다. 통증도 심하지 않고 혈액도 조금밖에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 왜 실신이 일어날까. 혈액이 부족해서인가, 아니면 심리적인 문제인가.
❷ 무엇이 이 반사를 촉발하는가
핵심은 유발 상황(trigger)이다. 이 실신은 단순히 혈액이 부족하거나 심리적으로 약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신경 반사가 특정 유발 상황에서 과도하게 활성화될 때 생긴다.
흔한 유발 상황은 다음과 같다.
- 혈액이나 바늘을 보는 것
- 통증
- 장시간 서 있기
- 극심한 긴장·공포
- 기침이나 배변
이러한 신호들은 신경계를 통해 뇌간(brainstem)의 미주신경 중추(vagal center)에 전달된다. 이 중추가 자극을 받으면 두 가지 반응이 거의 동시에 폭발적으로 일어난다.
❸ 미주신경 중추가 과활성화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두 가지 반응이 동시에 작동한다.
**첫 번째, 심장 억제 반응(cardioinhibitory response)**이다. 미주신경이 심장으로 강한 억제 신호를 보내 동방결절(SA node)과 방실결절(AV node)을 억제한다. 심박수가 급격히 느려진다. 이 순간을 심전도로 포착하면 AV block이 나타나기도 한다.
**두 번째, 혈관 확장 반응(vasodepressor effect)**이다. 교감신경이 억제되면서 말초 혈관의 긴장도(tone)가 무너진다. 혈관이 확장되면서 혈압이 갑자기 떨어진다.
심박수가 줄고 혈압이 동시에 떨어지면 뇌로 가는 혈류가 급감한다. 뇌에 혈류가 수 초만 차단되어도 의식이 소실된다. 이것이 실신이다.
기립성 저혈압과의 차이
기립성 저혈압(orthostatic hypotension)은 자세 변화(일어서기)에 따른 혈압 저하로 생기며, 유발 상황 없이 나타난다. 혈관미주신경성 실신은 특정 유발 상황이 있고, 앉거나 누운 자세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❹ 쓰러진 환자를 보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쓰러지면 본의 아니게 누운 자세가 된다. 이 자세가 정맥 귀환(venous return)을 늘려 심장과 뇌로 혈류를 회복시킨다. 회복이 빠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환자가 앉아 있는 상태라면 빨리 눕히고 다리를 올려야 한다. 의식이 회복되면 수액(IV hydration)으로 볼륨을 보충해 각 장기의 관류(perfusion)를 안정시킨다. 시간이 지나면 미주신경 항진이 가라앉고 교감신경 긴장도가 회복되면서 심박수와 혈압이 정상화된다.
주의할 점이 있다. 혈관미주신경성 실신 자체보다 쓰러지면서 머리를 부딪히는 것이 더 위험할 수 있다. 낙상으로 인한 두부 외상이 뇌출혈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실신 후 두부 손상이 의심되면 brain CT 필요 여부를 신경과에서 평가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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