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맥은 혈액량이 크게 늘어도 압력이 거의 변하지 않는다. 이 혈관 유순도(vascular compliance) 덕분에 수액을 정맥으로 빠르게 주입해도 안전하고, 출혈 시 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면 정맥이 수축하여 심장으로 혈액을 추가 공급할 수 있다.

❶ 생각해 보셨나요?

수액을 맞을 때 정맥으로 넣는다. 그런데 혈액량이 늘면 혈압도 올라야 하지 않을까. 1.5리터를 추가로 넣어도 정맥압이 3~5 mmHg밖에 오르지 않는다면, 그것은 우연이 아니다.

❷ 정맥과 동맥이 같은 압력 변화를 보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혈관 유순도(vascular compliance)란 혈액량이 증가할 때 그 압력을 얼마나 잘 받아들이는가의 차이다.

동맥은 혈액량이 조금만 늘어도 혈압이 크게 오른다. 반면 정맥은 같은 혈액량 변화에 압력이 거의 오르지 않는다.

수치로 보면 차이가 명확하다. 정맥에는 평소 약 22.5리터의 혈액이 저장되어 있다. 여기에 1.5리터를 추가해도 정맥압은 35 mmHg 정도만 오른다. 반면 동맥은 평소 약 700 cc를 담고 있는데, 300 cc만 빠져나가도 혈압이 100 mmHg에서 0에 가까운 수준으로 급격히 떨어진다.

즉 정맥은 압력보다 용량(volume)을 담당하는 혈관이고, 동맥은 압력을 전달하는 혈관이다. 수액을 정맥으로 주입해도 혈압이 크게 오르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❸ 출혈이 생기면 정맥은 어떻게 반응하는가

출혈이 발생하면 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된다. 이때 정맥의 혈관 유순도 곡선이 왼쪽으로 이동한다. 즉 정맥이 수축하면서 기존에 담고 있던 혈액을 심장 쪽으로 밀어낸다.

동맥에서는 이런 작용이 거의 불가능하다. 동맥이 수축한다고 해서 심장으로 대량의 혈액을 추가 공급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다. 정맥이 혈액 저장소(reservoir)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 메커니즘이 작동한다.

한 가지 중요한 점은 이 반응에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출혈 직후 정맥압이 일시적으로 떨어졌다가 20~60분에 걸쳐 회복된다. 혈관 유순도에 의한 작용이 즉각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❹ 결국

정맥의 높은 혈관 유순도는 두 가지 임상 상황과 직결된다.

  1. 수액 주입: 정맥으로 빠르게 수액을 투여해도 건강한 사람에서 혈압이 급격히 오르지 않는 이유
  2. 출혈 보상: 교감신경 활성화 → 정맥 수축 → 심장으로 추가 혈액 공급 → 심박출량 유지

이 두 가지는 같은 원리의 다른 방향이다. 정맥이 탄력적이기 때문에 혈액을 저장할 수도, 필요할 때 내어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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