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식과 알레르기 비염에서 아나필락시스 위험이 높은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아토피 체질 특유의 높은 감작(sensitization) 가능성이고, 둘째는 천식에 동반된 기관지 과민성이 아나필락시스 발생 시 호흡부전을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❶ 생각해 보셨나요?

천식이나 알레르기 비염이 있는 사람에게 아나필락시스 위험이 크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 이유로 무엇을 떠올리셨나요? “알레르기가 있으니 당연하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 이유는 조금 더 구체적입니다. IgE가 몸 안에 많아서 위험한 걸까요, 아니면 IgE가 잘 생기는 체질이라서 위험한 걸까요? 이 둘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❷ 왜 아토피 체질이 아나필락시스를 더 잘 일으키는가

핵심은 IgE의 총량이 아니라 **특이성(specificity)**이다. 혈액 속에 IgE가 많이 돌아다닌다고 해서 아나필락시스 위험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특정 항원에 대한 특이 IgE가 얼마나 잘 만들어지느냐다.

아토피(atopy)란 이렇게 특이 IgE를 잘 생성하는 체질을 가리킨다. 유전적 소인이 있고, 천식이나 알레르기 비염을 가진 사람이 이 체질일 가능성이 높다.

아토피 체질인 사람은 꽃가루, 집먼지 진드기처럼 일반인이라면 무시하고 넘어가는 물질에도 특이 IgE를 만든다. 여기서 중요한 추론이 이어진다. 일상 물질에도 쉽게 감작되는 사람이 벌독, 처음 접하는 약물 같은 낯선 항원을 만나면 그것에 대해서도 특이 IgE를 만들 확률이 높다. 이 IgE가 비만세포에 결합해 있다가 같은 항원이 다시 들어오면 교차결합(cross-linking)이 일어나 히스타민이 분비되고, 그 반응이 극심하면 아나필락시스가 된다.

즉 아토피 체질은 새로운 항원에 대한 감작 가능성 자체가 높기 때문에 위험하다.

❸ 천식에서는 왜 아나필락시스가 더 치명적인가

앞서 설명한 감작 가능성의 문제는 천식과 알레르기 비염 모두에 해당한다. 그런데 천식에는 추가로 한 가지 위험이 더 있다.

천식은 기관지 과민성(bronchial hyperresponsiveness)을 동반한다. 이 과민성의 주요 유발 물질은 시스테인 류코트리엔(cysteinyl leukotriene)—LTC4, LTD4, LTE4—이다. 이 물질들이 방출되면 기관지가 격렬하게 수축하고 공기 흐름이 막혀 천명음(wheezing)이 생긴다.

아나필락시스가 발생하면 히스타민, 류코트리엔 등 여러 화학 매개체가 동시에 분비된다. 이때 기관지 과민성이 이미 있는 천식 환자에서는 기관지 경련(bronchospasm)이 훨씬 더 격렬하게 일어난다. 아나필락시스로 인한 전신 반응에 더해 기도까지 막히면 사망 위험이 급격히 올라간다.

정리하면 천식은 두 가지 이유로 아나필락시스 위험인자다:

  1. 아토피 체질에 의한 감작 가능성 증가 (아나필락시스 발생 확률 ↑)
  2. 기관지 과민성에 의한 호흡부전 악화 (사망 위험 ↑)

알레르기 비염은 첫 번째 이유만 해당하고, 두 번째 이유는 천식에 특유하다.

❹ 결론적으로

천식 환자가 알레르겐에 노출될 때, 또는 아나필락시스가 발생했을 때 호흡기 증상이 예상보다 빠르고 심각하게 진행하는 것은 기관지 과민성 때문이다. 천식이 잘 조절되고 있는지 여부가 아나필락시스 예후에 직결된다. 조절되지 않는 중증 천식을 가진 환자에서 아나필락시스 가능성이 있는 시술(조영제 투여, 탈감작 주사 등)을 시행할 때는 기관지 경련에 대한 대비를 반드시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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