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필락시스에서 히스타민, PAF(혈소판 활성화 인자), 시스테이닐 류코트리엔(cysteinyl leukotriene) 등 화학 매개체가 전신 혈관에 동시에 작용하기 때문에 여러 장기에서 증상이 한꺼번에 나타난다.
❶ 생각해 보셨나요?
피부에 두드러기가 났는데 동시에 숨이 막히고 배가 아프다. 이 세 가지가 왜 한꺼번에 생기는지 이상하게 느껴진 적 있지 않으신가요?
아나필락시스의 증상은 각각의 장기가 따로 문제가 생겨서 오는 게 아닙니다. 비만세포(mast cell)와 호염기구(basophil)에서 쏟아진 화학 매개체들이 혈액을 타고 전신에 도달하기 때문입니다.
❷ 어떤 매개체가 어디에 작용하는가
비만세포와 호염기구에서 방출되는 주요 화학 매개체는 히스타민(histamine), PAF(platelet activating factor, 혈소판 활성화 인자), 시스테이닐 류코트리엔(cysteinyl leukotriene), 프로스타글란딘(prostaglandin) 등이다. 이 물질들이 계통별로 서로 다른 표적에 작용해 증상을 만든다.
피부 및 점막 증상 (90% 이상)
전신의 두드러기, 가려움증, 홍조(flushing), 혈관 부종(angioedema)이 나타난다. 히스타민이 피부 소혈관을 확장시키고 신경 말단을 직접 자극해 가려움을 유발한다. 프로스타글란딘도 소혈관 확장에 기여해 홍조를 악화시킨다.
호흡기 증상
- 상부: 후두(larynx)와 후두개(epiglottis)가 부어 목이 조이는 느낌, 쉰 목소리, 협착음(stridor)이 생긴다. 부종이 심해지면 기도가 완전히 막혀 질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
- 하부: 기관지 평활근이 수축하면서 기관지 경련(bronchospasm)이 발생한다. 천명음(wheezing), 호흡 곤란, 흉부 압박감이 나타난다. 시스테이닐 류코트리엔이 기관지 평활근 수축의 주요 원인 물질이다. 기존에 천식(asthma)이 있으면 하부 호흡기 증상이 더 심하게 나타난다.
심혈관계 증상
히스타민, PAF, 트립타제(tryptase)가 혈관을 확장시키고 혈관 투과성을 높인다. 혈관이 확장되면 혈압이 떨어지고, 이를 보상하려는 심장이 빠르게 뛰어 빈맥(tachycardia)이 나타난다. 혈관 내 수분이 조직으로 빠져나가면 혈액량이 줄어들어 쇼크(shock)로 이어진다.
소화기 증상
혈관 투과성 증가로 위장관 점막 주변에 체액이 고이고, 히스타민과 류코트리엔이 위장관을 자극해 경련성 복통, 구역, 구토, 설사가 나타날 수 있다.
기타 — 임박한 사망 감각
“곧 죽을 것 같은 느낌”을 영어로 sense of impending doom이라 부른다. 여러 계통이 동시에 무너지는 상황을 뇌가 먼저 감지하는 반응으로, 이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는 실제로 상태가 위중하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
❸ 피부 증상이 없어도 아나필락시스일 수 있는가
피부 증상은 90% 이상에서 나타나지만, 약 5~10%에서는 피부 증상 없이 호흡기 또는 심혈관계 증상만 단독으로 나타난다. 즉 두드러기가 없더라도 알레르겐(allergen) 노출 후 급성 호흡 곤란이나 저혈압이 왔다면 아나필락시스를 배제할 수 없다.
또한 동일한 환자라도 노출될 때마다 다른 증상 조합이 나타날 수 있다. “항상 두드러기가 먼저 나오던 사람이라 이번엔 다를 것”이라는 예측은 성립하지 않는다.
❹ 결국
호흡기 증상과 심혈관계 증상은 직접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상부 기도 부종에 의한 질식과 쇼크가 대표적이다. 이 두 경로를 빠르게 차단하는 것이 에피네프린(epinephrine) 투여의 핵심 목적이다.
증상이 여러 계통에 걸쳐 동시에 나타난다는 점은 아나필락시스를 단순 알레르기 반응과 구분하는 핵심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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