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필락시스에서 미세혈관(microvessel) 내피세포 사이의 결합이 느슨해지면, 혈장 성분이 조직으로 빠져나가 부종이 생기고 혈액량이 줄어들어 쇼크로 이어질 수 있다.

❶ 생각해 보셨나요?

아나필락시스 공부를 하다 보면 “혈관 투과성 증가”라는 표현이 계속 등장합니다. 그런데 이것이 왜 그렇게 위험한 현상인지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혈관이 새는 것과 혈압이 떨어지는 것, 그리고 특정 부위만 심하게 붓는 것이 사실 같은 원인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알고 나면 전체 그림이 훨씬 명확해집니다.

❷ 미세혈관 투과성 증가가 실제로 하는 일

미세혈관(microvessel)은 대혈관에서 분지를 거듭해 만들어지는 가장 작은 혈관이다. 정상 상태에서 이 혈관 내피세포(endothelial cell) 사이의 결합은 매우 치밀하여 혈장(plasma) 성분이 조직으로 쉽게 빠져나가지 못한다.

아나필락시스에서는 히스타민, PAF(platelet activating factor, 혈소판 활성화 인자) 등의 화학 매개체가 이 결합을 느슨하게 만든다. 그러면 혈장 성분이 혈관 밖 조직으로 스며들고, 그 조직이 부어오르는 것이 부종(edema)이다.

이 현상이 일어나는 부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1. 기도 점막 → 기도 부종(airway edema) → 호흡 곤란, 질식
  2. 위장관 점막 → 복통, 구토
  3. 전신 미세혈관 → 혈장이 조직으로 대량 이동 → 혈액량 감소 → 쇼크(shock)

특히 위장관은 체표 면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 이 광범위한 면적에서 동시에 혈장이 빠져나가면 혈관 내 혈액량이 급격히 줄어들어 쇼크의 직접 원인이 된다.

❸ 혈관 부종은 왜 특정 부위에만 생기는가

혈관 부종(angioedema)은 ‘혈관이 붓는다’는 뜻이 아니다. ‘부종의 원인이 혈관 문제’라는 의미다. 혈관 투과성 증가는 전신 미세혈관에서 동시에 일어나지만, 그 결과인 혈관 부종은 특정 부위에 집중되어 나타난다.

그 이유는 물리적 공간의 차이에 있다. 피하 조직 중에서도 느슨한 결합 조직(loose connective tissue)으로 이루어진 부위는 세포 사이 공간이 넓어 체액이 쉽게 고일 수 있다. 반면 결합 조직이 치밀한 부위는 같은 양의 체액이 스며들어도 부어오를 공간이 적어 눈에 띄지 않는다.

그래서 혈관 부종이 잘 나타나는 부위가 입술, 혀, 눈꺼풀, 목젖, 후두, 손발, 생식기다. 이 부위들은 공통적으로 느슨한 결합 조직이 풍부하다.

두드러기(urticaria)와 달리 혈관 부종은 피부 깊은 층, 즉 진피(dermis) 하부나 피하 조직에서 발생한다. 따라서 두드러기처럼 경계가 뚜렷하지 않고 더 넓고 깊게 퍼지며, 가려움보다는 통증과 열감이 주증상이다.

❹ 그래서 후두 부종이 가장 위험한 이유

후두(larynx)는 느슨한 결합 조직이 풍부한 구조이면서, 동시에 공기가 통과해야 하는 좁은 통로다. 전신 미세혈관에서 동시에 투과성이 증가하는 현상이 일어나도 후두에서는 소량의 체액만으로도 기도를 완전히 막을 수 있다. 부종이 시작되면 진행 속도도 빠르다.

에피네프린(epinephrine)을 즉시 투여하는 가장 강력한 이유 중 하나가 이 후두 부종의 진행을 억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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