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O(World Allergy Organization) 2020 진단 기준은 두 가지 경로로 아나필락시스를 진단한다. 피부 증상이 없어도, 알레르겐(allergen) 노출력이 있고 심각한 단일 증상이 있으면 아나필락시스로 진단해야 한다.
❶ 생각해 보셨나요?
아나필락시스라고 하면 두드러기가 먼저 떠오릅니다. 그래서 두드러기가 없으면 아나필락시스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약 10%의 아나필락시스에서는 피부 증상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이 환자들을 놓치면 에피네프린(epinephrine) 투여가 늦어지고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다. 그래서 진단 기준이 두 가지 경로로 나뉘어 있다.
❷ 진단 기준 1: 피부 증상 + 다른 계통 1개
WAO 2020 기준에서 진단 기준 1은 다음 세 가지가 동시에 충족될 때 성립한다.
- 급성 발생: 수분에서 수 시간 이내
- 피부 또는 점막 증상: 두드러기, 홍조, 혈관 부종(angioedema) 등
- 다음 중 최소 한 가지: A) 기도 및 호흡기 증상 / B) 순환기 증상(저혈압 등) / C) 위장관계 증상(복통, 구토 등)
피부 증상이 90% 이상에서 나타나기 때문에 이 기준은 전형적인 아나필락시스 대부분을 포착한다.
위장관 증상은 놓치기 쉽다
두드러기가 나면서 복통이나 구토가 동반될 때 이를 단순 음식 문제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음식이 아닌 다른 알레르겐(꽃가루, 약물 등) 노출 후 두드러기와 함께 심한 복통이나 구토가 나타나면 아나필락시스 진단 기준 1에 해당한다.
❸ 그렇긴 하지만 피부 증상 없이도 아나필락시스인 경우가 있다
진단 기준 2는 피부 증상을 요구하지 않는다. 대신 두 가지 조건이 모두 있어야 한다.
- 알려져 있거나 가능성이 매우 높은 알레르겐에 노출된 이력
- 다음 중 최소 한 가지의 심각한 증상: 저혈압(hypotension), 기관지 경련(bronchospasm), 후두 침범(laryngeal involvement)
이 기준이 존재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피부 증상 없이 알레르겐 노출 후 갑자기 혈압이 떨어지거나 기도가 막히는 환자를 아나필락시스로 인식하지 못하면 적절한 치료가 늦어진다. 기준 2는 바로 이 비전형적이지만 심각한 사례를 포착하기 위한 것이다.
알레르겐 노출 + 피부 증상만 있다면
알레르겐 노출이 있고 두드러기가 났더라도, 호흡기·순환기·위장관계 증상이 없으면 아나필락시스 진단 기준 1에도 2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이 경우는 급성 전신성 두드러기(acute generalized urticaria)로 진단하고 두드러기에 맞는 치료를 계획한다. 아나필락시스와 치료 방향이 다르므로 정확하게 구분해야 한다.
❹ 언제 아나필락시스를 먼저 의심해야 하는가
두 기준을 통해 아나필락시스를 의심해야 하는 상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기준 1 적용: 두드러기나 혈관 부종이 생기면서 숨이 막히거나, 혈압이 떨어지거나, 심한 복통이나 구토가 동반될 때
- 기준 2 적용: 알레르겐 노출이 있었고, 피부 증상은 없더라도 급성 저혈압, 기관지 경련, 후두 부종 중 하나가 나타날 때
아나필락시스 진단은 검사를 기다릴 여유가 없다. 증상과 노출력만으로 판단하고, 에피네프린을 먼저 투여하는 것이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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