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압의 초단기 조절은 약이나 호르몬이 아니라 자율신경계가 담당하며, 압수용체에서 뇌간까지의 반사 회로가 밀리초 단위로 작동한다.

❶ 생각해 보셨나요?

걸을 때, 자리에서 일어날 때, 계단을 오를 때 — 매 순간 혈압이 출렁인다. 그런데 우리는 따로 신경 쓰지 않아도 혈압이 적절히 유지된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약은 아니다. 약은 적어도 수십 분에서 몇 시간이 걸린다. 호르몬도 아니다. 호르몬은 초 단위보다 훨씬 느리다.

❷ 압수용체 반사는 어떻게 작동하는가

심장에서 혈액이 나오면 대동맥(aorta)을 통해 온몸으로 퍼진다. 대동맥에서 올라가는 혈관이 뇌와 상지(上肢)로 향하는 분지로 나뉘기 전, 두 군데에 혈압을 감지하는 센서가 있다.

  1. 대동맥궁(aortic arch) — 대동맥 활 모양 구간
  2. 경동맥동(carotid sinus) — 목에서 뇌로 올라가는 내경동맥이 갈라지는 지점

혈압이 높아지면 이 센서들이 활성화되어 신경 신호를 뇌간으로 쏟아낸다. 뇌간은 이 신호를 받아 교감신경계 활성도를 낮춘다. 그 결과 심박수가 줄고, 심근 수축력이 약해지고, 혈관 저항이 떨어지면서 혈압이 내려온다.

반대로 혈압이 낮아지면 센서의 신호가 줄고, 교감신경이 다시 활성화되면서 혈압을 올린다.

이 과정은 밀리초(ms) 단위로 일어난다. 혈압이 오르는 즉시 감지해서 즉시 되먹임하는 구조다.

❸ 이 기전이 망가지면 어떤 일이 생기는가

당뇨가 오래되면 말초신경에 손상이 온다. 이를 당뇨병성 신경병증(diabetic neuropathy)이라 한다. 신경병증은 운동신경이나 감각신경에만 오는 것이 아니라 자율신경에도 온다.

자율신경이 손상되면 압수용체 반사 회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앉았다가 일어설 때 혈압을 빠르게 올려줘야 하는데 그 반응이 느려지거나 사라진다.

그 결과가 **기립성 저혈압(orthostatic hypotension)**이다. 자세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어지러움이나 실신이 생기는 것이다. “당뇨 합병증”이라고 하면 눈이나 콩팥만 떠올리기 쉽지만, 혈압 조절 기전 자체가 무너지는 것도 중요한 합병증이다.

❹ 그래서

우리가 “당연히 된다”고 생각하는 것들 — 일어섰을 때 어지럽지 않은 것, 운동할 때 혈압이 적절히 유지되는 것 — 은 사실 압수용체 반사라는 정교한 기전이 쉬지 않고 작동하고 있기에 가능하다.

이 기전이 손상되어야 비로소 그 존재가 느껴진다. 당뇨 환자에서 기립성 어지러움이 생겼다면, 단순히 저혈압이 아니라 자율신경 손상으로 인한 단기 혈압 조절 기전의 붕괴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 영상으로 보기


선행: bp-how-set 연관: autonomic-neuropathy, orthostatic-hypotension 다음: bp-long-term-renal